[MT리포트]둔촌주공 사태 부른 욕심과 방심① - 조합의 불투명성]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27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현장에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내걸린 채 공사가 중단돼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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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달에 이자만 130만원 내고 있어요...남편과 저는 60대인데 연금으로 이자 메꾸느라 너무 힘듭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원)
20여년 둔촌주공에서 살다가 2017년 이주한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조합원 A씨(61)는 이주를 위해 대출한 3억7000만원에 대한 이자만으로도 허리가 휠 지경이다. 내년으로 예정된 입주만 기다리고 있던 그에게 공사 중단에 따른 입주 지연과 추가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위기 상황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기자가 대화를 나눠본 조합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기 보다는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더 컸다. 복잡하고 어려운 정비사업의 특성상 조합원 대부분은 사업 진행 상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조합 집행부가 제공하는 일부 정보와 문자 안내로만 정보를 습득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소수로 구성된 조합 의도대로 사업이 진행되는 둔촌주공 같은 사태가 또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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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도 조합원인데 손해 보게 할까요"…막연한 기대로 버티는 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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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시공 사업단과 공사비 관련 극한 대치 중인 가운데 은행들과도 이주비대출 금리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정비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조합과 대출 은행들은 26일 총 2조1000억원의 대출 연장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7000억원의 사업비 대출과 1조4000억원 규모의 이주비 대출이다. 사진은 26일 오전 공사가 중단된 지 10일이 넘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2022.04.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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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공사를 중단한 시공사업단은 다음 달에는 타워크레인을 철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사업비를 대출해준 대주단은 시공사업단과 조합 간에 협상 진전이 없으면 오는 8월 도래하는 7000억원에 대한 대출 연장이 불가하다고 예고했다. 대출 연장이 안될 경우 보증을 선 시공사업단이 우선 변제하겠지만 결국에는 조합원들이 1인당 1억2000만원을 책임져야 한다.
연일 언론을 통해 조합원 개인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조합원들은 관련 정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조합 집행부는 입장문을 게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지 않거나 무관심한 고령의 조합원에게는 큰 효용이 없다.
A씨는 "입주 지연으로 인해 조합원이 져야 하는 금융비용이나 추가 이주비용 같은 내용은 어느 쪽에서도 들은 바가 없다"며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걱정돼 조합 사무실에 연락해도 사람이 없는지 전화도 잘 안되고 매번 돌아오는 답은 '잘 하고 있다' '걱정마시라' 같은 내용이니 그냥 믿고 맡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22년 동안 둔촌주공에 살며 자녀들을 전부 키운 60대 조합원 B씨는 "안 그래도 복잡한데 발생할 수 있는 위험부담이나 향후 계획 등은 일반 조합원은 알기 어렵고 봐도 잘 모르겠다"면서도 "조합집행부도 결국 분양권을 가진 조합원들 아닌가, 사업이 제대로 안 돼서 손해를 본다면 본인들도 떠안게 될 텐데 그걸 두고 보지는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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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사업·전문성 떨어지는 집행부·정보와 돈을 쥔 시공사…삼중고에 조합원들 등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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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16일 서울 강동구 동북고등학교에서 둔촌주공재건축조합 정기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둔촌주공재건축조합은 과거 총회에서 통과된 '공사계약 변경의 건 의결 취소의 건'을 가결했다. (사진=둔촌주공재건축조합 제공) 2022.0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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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막연한 믿음 때문인지 둔촌주공 총회 주요 안건은 90%가 넘는 압도적인 찬성률을 보였다. 지난달 16일 '2019년 공사비계약변경 의결 취소' 안건은 90% 이상의 조합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의결로 2019년 진행됐던 공사계약 변경건이 취소되면서 현재 진행되는 공사 자체를 부정하게 됐고 공사 중단을 불러왔다고 해석했다. 조합 측은 이 의결로 인해 공사를 재개하지 못할 경우 새로운 계약서를 쓰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로운 계약을 위해 공사비를 다시 책정할 경우 높아진 평당 공사비로 인해 기존보다 증액된 비용을 조합이 부담하게 된다. 이처럼 중요한 결정이 단기간에 큰 저항없이 통과되는 데는 조합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고 일부 집행부가 정보 공개를 꺼리는 영향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조합 임원의 엄격한 자격 조건과 함께 현재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정비사업 정보의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현재는 시공사 선정, 동의서 징구 때만 정보를 공개하도록 돼 있는데 분담금이 몇억씩 오르락내리락하지 않던 시절에 만들어진 기준"이라며 "조합 집행부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판단을 내리기도 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비리를 저지르기도 하는 만큼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둔촌주공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는 정비사업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조합 임원의 책임 수준을 높여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지난 17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하나의 건축물이나 토지 소유권을 다른 사람과 공유한 경우 지분의 50% 이상을 소유해야 조합장으로 선출될 수 있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지난 12일 조합에서 임원 선출을 위한 투표를 진행할 때 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에 맡기자는 내용의 도시정비법을 대표 발의했다.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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