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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세계은행 “50년만의 최대 물가 충격…생활비 위기 겪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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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밀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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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세계은행(WB)이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그 영향으로 전 세계 가구가 생활비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세계은행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2022년 4월 '상품시장전망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상품 시장에 역사적으로 강력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전 세계 생산과 무역, 소비 방식이 2024년 말까지 상품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1970년대 경험한 스태그플레이션의 망령이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했다.

언더미트 질 세계은행 부총재는 "우리가 1970년대 이후 경험한 가장 큰 상품 쇼크에 해당한다"며 "그 때처럼 식량과 연료, 비료 무역의 제약이 급증하며 충격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과거 다른 전쟁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상품 시장에 더 크고 지속적인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게 세계은행의 예상이다. 에너지 수급 문제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전쟁의 타격을 받은 원유와 천연가스 수급 문제를 다른 화석 연료로 대체할 여지가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0년 4월 이후 2년간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의 상승 폭은 1973년 오일쇼크 이후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은 전년보다 40%가 오른 배럴당 100달러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2년 전의 배 이상으로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11%를 차지하는 세계 3위 산유국이다. 유럽의 천연가스 수입량의 40%는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만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에너지 가격을 뒤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천연가스를 대체하려는 수요가 몰리며 석탄 가격은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석탄의 올해 평균 가격은 전년보다 80% 비싸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많은 국가가 더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더 부피가 크고 운송 비용이 많이 드는 석탄을 수입하는 형태로 에너지 무역 양상(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에너지 수급 비용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무역 패턴이 바뀌면, 모든 상품 가격에 대한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은 2022년 50% 이상 오른 뒤 2024년쯤 완화될 것”이라며 “전쟁 장기화나 러시아 추가 제재 등의 요인으로 예상보다 높은 가격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 4월 이후 2년간 전 세계 식품 가격은 84% 상승했다. 앞으로의 가격 상승 압력도 만만치 않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 세계 생산의 30%를 담당하는 밀 가격은 올해 전년 평균보다 40% 넘게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콩(20%)과 보리(33.3%), 닭(41.8%), 식용유(29.8%) 값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밀에 의존해온 개발도상국은 식량 공급 불안정으로 경제적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 등의 비료 수출 감소도 식량 가격에는 부담이다. 존 바페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비료 가격이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며 “개도국에서 비료 투입을 줄이면 식량 생산이 줄며 농촌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가 치솟으며 가계의 지갑은 더욱 얇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저소득 가구의 충격이 클 전망이다. 피터 네이글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으로 전 세계 가구가 생활비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며 “특히 소득 대부분을 식량과 에너지에 쓰는 저소득층의 어려움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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