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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출근길 대란... 장애인총연합 “이런 방식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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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1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들이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일부는 차량 문 앞에 휠체어를 세우고 문이 닫히지 않도록 했고, 몇몇은 ‘오체투지’(사지와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엎드리며 절하는 것)를 하며 바닥을 기듯 열차 내부에서 몸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시위를 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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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과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를 재개했다. 지난달 2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면담한 뒤 출근길 시위를 잠정 중단한 지 22일 만이다.

차량에 올라탄 후 열차가 출발하지 못하도록 문이 닫히는 걸 막는 등의 방식으로 시위를 벌인 탓에 지하철 3호선의 경우 최대 1시간 이상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곳곳에서 지각하는 학생·직장인들이 속출하면서 ‘출근 대란’이 벌어졌다. 실제 일부 시민들은 “이게 뭐하는 짓이냐, 방법이 잘못됐다”며 시위에 나선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시위 참여자들은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전장연은 당분간 매일 아침 출근길 시위를 할 예정이다.

전장연은 작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출근길 시위를 벌였다. 이날이 27번째 시위였다. 3개월 이상 아침에 수십만명의 발이 묶이는 일이 벌어지자 적지 않은 시민들은 “장애인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전장연에 대해 반대하는 다른 장애인 단체도 나타났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교통장애인협회(교통장애인협회) 소속 장애인 200여 명은 이날 오전 11시 집회를 열고 “전장연의 요구 사항에 동의하긴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떨어뜨리는 이런 방식의 시위를 다른 장애인 단체와 협의도 없이 벌이는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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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등 장애인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 인근 횡단보도에서 사다리에 몸을 끼우고 장애인 권리 예산과 장애인이동권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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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 열차가 들어서자 휠체어를 탄 장애인 14명이 경찰이 설치한 발판을 딛고 열차 안으로 줄지어 올라섰다. 이들의 목에는 ‘장애인 이동권 완전 보장하라’ ‘기재부는 돈장난 하지 말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이 걸려 있었다. 장애인 6명은 열차에 들어가 휠체어에서 내린 뒤 ‘오체투지(사지와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엎드리며 절하는 것)를 하며 열차 안에서 바닥을 기듯 일렬로 움직였다.

전장연은 21일 오전 7시부터 1시간 40분가량 경복궁역뿐만 아니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도 이런 식의 ‘제27차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를 벌였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 시위로 2호선은 시청역에서 을지로입구역 방면 차량이 45분, 반대 방면은 35분 각각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3호선은 경복궁역에서 독립문역 방면 상행선이 1시간1분, 하행선은 1시간12분 차량이 움직이지 않았다. 특히 지하철 2~3호선은 서울 도심을 관통해 출근 시간 가장 붐비는 지하철이다. 시위로 지하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황급히 주변 버스 정류장으로 몰리거나 택시를 잡으면서 곳곳에서 큰 혼란이 일었다. 경기 부천시에서 명동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던 김영주(29)씨는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지만 시청역에서만 30분을 가만히 서 있었다”며 “택시도 잡히지 않아 30분을 걸어서 회사로 갔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장연이 이런 출근길 시위를 본격화한 것은 작년 12월 3일부터다. 2018년 7월 지하철 1호선 신길역 탑승 시위를 시작으로, 작년 1~11월에는 오후 시간대에 7차례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했다. 전장연은 모든 지하철 역사에 승강기를 설치하고, 시내버스를 포함해 시외버스와 광역버스 등도 장애인 탑승이 가능한 저상버스로 교체해달라고 요구한다. 현재 서울 지하철역의 승강기 설치 비율은 96%, 서울 시내·시외·광역버스의 저상버스 비율은 60%다. 장애인 관련 각종 예산도 확대해 달라고 한다.

잇따른 출근길 시위에 인수위도 지난달 29일 전장연과 면담을 했다. 지난 19일에는 장애인들의 서비스 선택권을 늘리는 장애인 개인 예산제 도입을 검토하고 2023년까지 모든 시내버스를 저상버스로 의무 교체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장애인 지원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장연은 충분한 대책을 새로 내놓지 않으면 출근길 시위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대표는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인 추경호 후보자가 5월 2일 청문회때 답변을 준다고 약속한다면 출근길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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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4번 출구 인근에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관계자들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측에 지하철 시위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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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적지 않은 시민들은 전장연의 이런 시위 방식에 대해 불편과 불만을 토로한다. 특히 3개월 간 27차례에 걸쳐 인수위나 정부, 국회가 아닌 일반 시민 수십만명을 볼모로 삼는 것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진 상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경기 용인시로 출근한 직장인 이모(35)씨는 “집에서 명동성당 사거리까지 버스로 20분이면 가는데, 사람이 몰리며 버스 10대를 그냥 보내니 50분이나 걸렸다”며 “일하기 전부터 체력이 다 고갈된 느낌이라, 출근길 시위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조모(41)씨는 “자신들의 불편함을 호소하려 다른 사람의 불편함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전장연 시위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떨어뜨린다”며 전장연 비판 시위를 하는 장애인 단체도 나왔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교통장애인협회 소속 장애인 200여 명이 이날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집회를 연 것이다. 김락환 교통장애인협회 중앙회장은 “전장연의 요구 사항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른 장애인 단체와 협의도 없이 지하철 승강기 설치가 이동권의 전부인 것처럼 주장하는 게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 지원 기관인 경북 광역이동지원센터의 곽재룡 센터장은 “250만 장애인의 100분의 1도 가입하지 않은 전장연이 시민들의 발을 묶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이며 장애인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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