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비난, 中 견제 선도국 역할
내달 美·印·濠 정상 도쿄 초대
NYT “평화국가 굴레 벗기 우려”
일본은 다음 달 24일엔 중국 견제의 핵심 축인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국의 안보협력체 쿼드(Quad)의 2차 대면 정상회담을 도쿄에서 개최한다. 이번 회담은 아베 신조 전 총리 때부터 쿼드 창립을 주창하고, 발족 후에는 쿼드의 사실상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는 일본의 입장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잠수함 건조를 지원키로 하면서 발족한 안보기구 오커스(AUKUS)에 일본도 참여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일본 외무성은 이 보도를 부인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커스가 결국 조커스(JAUKUS·재팬+오커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일본은 최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이 미국, 일본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구상에 협조하도록 하는 데 외교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19~21일 인도와 캄보디아를 방문한 데 이어 이달 말에는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을 찾는다. 캄보디아는 아세안 의장국, 인도네시아는 G20 의장국, 태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의장국인데,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는 인도·태평양 구상에 대한 동참을 적극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12일 “일본이 우크라이나에 방탄복과 헬멧 등 군사 장비를 지원하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속도감 있는 국방력 증강론을 발언한다”며 “일본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틈타 ‘평화 국가’ 굴레 벗기에 나선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지금이) 평화 국가의 정체성에서 멀어져 가는 일본의 변화에서 ‘결정적 순간’”이라고도 했다.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려고 하고, 군사 대국으로 가려 한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일본 집권 여당 자민당과 방위성은 ‘방위력의 발본적 강화’를 강조하며 GDP의 1% 이내로 묶인 방위 예산을 크게 증액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일본의 최근 행보가 동아시아에 큰 우려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일본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의 외교 전문가는 “일본의 군사·외교 위상 강화는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아시아 전체의 균형을 흔드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오커스는 중국이 ‘아시아판 나토(NATO)’라면서 반발할 정도로, 철저한 군사 동맹인 데다 핵잠수함 기술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기구”라며 일본이 여기에 가입할 경우 논란이 증폭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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