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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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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정치인서 ‘결사항전’ 상징 된 우크라 前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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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에게 패배한 포로셴코

사재 20억원 넘게 써 軍장비 구입, 방탄조끼 입고 전투 직접 지휘

조선일보

2014년부터 5년간 재임한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키이우에서 외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가 침공하자 방위군을 직접 꾸려 키이우로 향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은 한 달째 전선을 지키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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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개전 25일째입니다. 지금 미사일 소리가 들리고, 10km 이내엔 러시아 탱크가 있습니다. 4000만 우크라이나인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미국 폭스뉴스와 화상 인터뷰에 나선 이는 방탄조끼를 입은 채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5년간 제5대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지냈던 페트로 포로셴코(57)였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은 푸틴을 놀라게 했고, 세계를 놀라게 했다”며 “젤렌스키를 지지하며, 그와 힘을 합쳐 포기하지 않고 러시아와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부패 혐의를 받고 폴란드로 망명했던 포로셴코 전 대통령이 러시아 침공을 계기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적잖은 고위 인사들이 전쟁 발발과 함께 외국으로 대피한 것과 반대로 그는 조국으로 돌아와 방위군을 조직한 뒤 최전선에서 직접 전투를 이끌고 있다. 그가 재임 시절 추진한 각종 정책들도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을 막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의 과거도 재평가를 받고 있다.

포로셴코는 지난 2019년 대선에서 볼로비미르 젤렌스키 현 대통령에게 패해 연임에 실패했다. 이후 그는 재임 시절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석탄 판매에 불법 관여했다는 반역 혐의로 기소됐다. 석탄을 팔아 반군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우크라이나 검찰은 체포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그의 자산을 동결했다. 포로셴코는 “젤렌스키 정권의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위협으로 전운이 드리운 지난 1월 포로셴코는 “단합된 우크라이나의 힘으로 푸틴을 밀어내자”며 조국으로 돌아왔다. 침공이 시작되자 그는 방위군을 직접 꾸려 키이우로 향했고, 한 달가량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

오합지졸로 불렸던 우크라이나군을 서구화시킨 것도 포로셴코 공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4년 돈바스 내전 속에서 임기를 시작한 포로셴코는 국방비를 크게 늘렸는데 당시 미국 등으로부터 구입한 무기가 현재 러시아 침공에 맞서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를 설득해 사들인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이 대표적이다. 영국 더타임스는 “포로셴코 재임 기간 2만2000명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영국군과 함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수준의 훈련을 받았다”며 “그 과정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은 새로 태어났다”고 전했다.

포로셴코는 재정적으로 든든한 후원자 역할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TV 채널 프레아미는 “포로셴코가 병사들이 쓸 방탄조끼와 기관총 등을 사기 위해 200만달러 이상을 지출했다”고 전했다.

포로셴코는 ‘초콜릿 왕’으로 불린 재벌 출신 정치인이다. 제과회사 ‘로셴’을 창업해 동유럽 최대 제과 회사로 키웠다. 이후 자동차, 조선, 미디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1조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부호가 됐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경제 압박에 대항하는 반(反)러시아 진영의 리더로 급부상해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부정부패와 방산 비리 의혹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며 젤렌스키에게 대권을 내줬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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