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1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리터당 2095원, 경유를 2045원에 각각 판매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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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230원을 넘어선 데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는 전망이 나오면서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선 유가 급등과 원화 가치 추락이 정유·석유화학업계 물론 항공·해운·반도체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유가 변동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 등 정유사들은 유가가 오르면 미리 사둔 원유 가치가 상승해 재고자산 평가 이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며 수요가 위축돼 정제마진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금액이다. 지난달 배럴당 7달러대였던 정제마진은 이달 첫째 주 5.7달러를 기록하며 전주보다 1.2달러 떨어졌다.
국제유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상황이 지속하면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돼 정유업종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달 첫째 주 나프타 가격은 t당 1112달러로 전주보다 22.1% 상승했다.
항공업계도 고유가에 고환율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유류비는 국내 항공사의 전체 영업비용 중 25% 안팎을 차지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유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배럴당 141.7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6.2% 상승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간 3000만 배럴의 항공유를 사용하는데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3000만 달러(약 370억원)가량 손해를 보는 구조다.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기 리스비용과 항공유 가격은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순외화 부채는 약 49억 달러로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490억원의 평가 손실이 발생한다”며 “현금 유동성 측면에서도 약 190억원의 손실이 생긴다”고 전했다.
전자·반도체·배터리 업계도 물류비 상승으로 고심하고 있다. 13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 러시아생산법인의 지난 2월 자동차 출하 대수(1만7402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2만1004대) 대비 17.1% 감소했다.
3월 출하 대수는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서방 국가가 러시아에 제재를 시작한 시점은 지난달 24일부터다. 불과 닷새간의 피해만 반영됐는데도 이렇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이달 1일부터 공장이 멈춰선 상태다. 일단 3월 말까지 러시아 공장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반도체·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황”이라며 “공장 재가동 시점도 알 수 없다”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러시아 자동차 브랜드 라다도 지난 9일부터 차량 생산을 멈췄다. 현대차 조립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여기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의 러시아 모듈·부품 공장 등 현지 협력사도 생산 시설 가동을 멈춘 상태다.
여기에 러시아 정부가 한국 등 48개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하면서 부품사도 비상이 걸렸다. 비우호국가로 지정되면 러시아 기업이 외화 채무를 루블화로 상환할 수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에 수출하고 달러화로 결제받던 부품사가 앞으로는 거래대금을 루블화로 받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경미·문희철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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