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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트럼프, 수퍼맨 됐다"…대선 뒤집기-성추문 입막음 다 비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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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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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는 ‘법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The long arm of the law)’는 말이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는 그런 것도 피할 수 있는 능력 면에서 수퍼맨 같습니다.” "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이 25일(현지시간) 잭 스미스 법무부 특검의 요청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에 대한 형사기소를 기각하자 로버트 슈멀 노더테임대 교수(미국학ㆍ커뮤니케이션)가 내놓은 평가다. 슈멀 교수는 연방법원 타냐 처트칸 판사가 내린 결정에 대한 중앙일보의 논평 요청에 “트럼프는 평생 자신을 둘러싼 법적 책임을 피해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법원, 특검의 공소기각 요청 받아들여



스미스 특검은 이날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에 대한 기소를 기각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고, 사건 담당 판사인 처트칸 판사는 이날 오후 기각 결정을 내렸다. 스미스 특검은 이와 별도로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혐의에 대해서도 트럼프 당선인을 공동피고인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 사건 역시 곧 법원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 수사ㆍ기소를 책임져 온 스미스 특검이 공소 기각을 요청한 이유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간섭으로 보아 재임 중인 대통령에 대해 기소하지 않는 법무부의 오랜 정책 때문이다. 스미스 특검은 법원에 낸 공소기각 요청 문서에서 “헌법에 따라 피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 이 사건을 기각해야 한다는 것이 법무부의 입장”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경우 필요하다면 일반 기소가 아닌 탄핵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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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20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와 백악관 기밀유출 혐의 수사 및 기소를 맡은 잭 스미스 특별검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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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 전 사법리스크의 족쇄를 사실상 해소하게 됐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이들 사건은 내용이 없고 무법 사건이며 절대로 제기돼선 안 됐다”며 “민주당이 정적인 나를 상대로 한 싸움으로 1억 달러(약 1400억 원)가 넘는 세금이 낭비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나는 역경을 이겨내고 승리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 측 스티븐 청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법치를 위한 중대한 승리”라며 환영했다.



성추문 입막음 사건도 공소 기각 가능성



트럼프가 형사기소된 나머지 사건 2개도 유야무야 상태다. 성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성관계 폭로 입막음을 위해 돈을 주고 회사 장부를 꾸몄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지난 5월 배심원단의 유죄평결까지 나왔지만,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의 후안머천 판사가 지난 9월 형량 선고 공판을 대선 이후로 연기한 데 이어 지난 22일 재연기 결정을 내렸다.

머천 판사는 그러면서 트럼프 측 변호인단에 공소 기각 요청 서면을 내달 2일까지 제출하라고도 했다. 이 때문에 이 사건도 결국 공소 기각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조지아 선거 뒤집기 사건 재판 무기 연기



트럼프의 2020년 조지아주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에 대한 사건은 이를 수사한 특검과 풀턴카운티 검사장의 부적절한 관계가 폭로되면서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조지아주 항소법원은 네이선 웨이드 전 특검과 파니 윌리스 풀턴카운티 검사장의 사적 관계 의혹과 관련된 재판 참여 자격 검토를 진행하는 동안 공판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건 구두 변론이 내달 5일 잡혀 있었는데 법원은 지난 19일 사유를 밝히지 않고 무기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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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20 조지아주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를 수사한 특검과 사적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재판 참여 자격이 논란이 된 파니 윌리스 풀턴카운티 검사장.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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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민주당은 파니 윌리스와 그녀의 연인 네이선 웨이드, ‘트럼프를 잡는다’고 캠페인을 한 레티샤 제임스, 기소를 원치 않았지만 법무부 압력으로 그렇게 한 앨빈 브레그 등 연방 검찰과 주 검찰을 이용했다”며 관련 검사 이름을 열거했다. 레티샤 제임스는 트럼프가 유리한 대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 가치를 부풀렸다는 혐의(사기)를 받는 민사 사건을 지휘하는 민주당 소속 뉴욕주 검찰총장이며, 앨빈 브래그 검사장은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혐의로 형사기소한 뉴욕 맨해튼 지검의 검사장이다. 트럼프가 이들 사건에 대한 공소도 속히 취소할 것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미스 특검은 머지않아 자진 사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트럼프는 그간 자신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스미스 특검을 해임하겠다고 공언했다. 스미스 특검이 공소 기각을 요청한 2개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보고서는 스미스 특검을 임명한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NYT는 “수사보고서에는 트럼프 공소장 등에 이미 제시된 증거 외에 중대한 폭로가 들어있지 않을 듯하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게하르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법학)는 중앙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재판이 무기한 연기된 조지아주 대선 뒤집기 시도 사건 정도를 제외하면 트럼프를 둘러싼 형사 사건은 사실상 모두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는 사법리스크를 제거한 상태에서 백악관에 입성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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