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충당금 적립 압박 가중될듯
전문가들, 선별적 대안 마련 강조
“지원대상 축소 등 연착륙 방안 시급”
정부가 오는 3월 말 종료되는 금융지원대책을 추가 연장키로 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하지만 대책 없이 부실만 연장된다는 우려도 날을 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원책을 연장하돼 부실우려를 낮춰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금융위 "자영업자 맞춤형 대책 만든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국회가 추경 예산안을 내면서 여·야가 낸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야는 모든 금융권의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추가연장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내용의 부대의견을 제시했다.
금융위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운영 중인 금융권의 의견수렴을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금융위는 금융지원대책을 올 3월 말로 종료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지원대책을 연장할 경우 금융권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종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금융권 주요 임원들과의 만남도 줄어들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미시분석 결과를 토대로 자영업자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대책도 심도있게 마련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자금상환의 어려움에 갑작스럽게 직면하거나 금융이용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각도의 정책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전 금융권에서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해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해왔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규모는 약 140조원이다.
■금융권, "재연장 말고 효과적 대안 마련해야"
금융권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선별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동일한 조건으로 금융지원을 연장할 경우 위험을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부실우려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금융권이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는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고승범 위원장이 지난달 19일 소상공인 부채리스크 간담회를 개최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금융지원 조치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면서 "대출 자산에 잠재된 리스크를 파악할 방법이 없어 대손충당금도 과소적립됐다"고 지적했다.
서 부원장은 "상환부담 및 부실위험이 집중되지 않도록 상환시점을 분산시키는 방안, 이자유예 조치부터 정상화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창우 KDI 부원장은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상을 대면서비스업 소상공인으로 제한하거나, 일정규모 이상 중소기업은 원금·이자유예조치를 우선 종료하는 방식을 검토해볼만 하다"면서 "신용등급에 따른 분할상환, 장기대출전환, 채무조정, 이자감면 등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미시분석 방안에 대해서는 "자영업·소상공인의 신용·경제활동 상태를 동시에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신용자료, 카드매출자료, 국세청자료 등을 DB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소상공인 입장은 이해하지만 같은 조건으로 연장하고 대손충당금만 쌓을 경우 금융권만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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