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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백신접종 인증서 안가져왔어요” 백화점 등 곳곳 방역패스 실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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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역패스보다 거리두기를 먼저 완화해 피해 최소화할 것”

10일 낮 12시쯤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 쇼핑몰 출입구. 중학생 아들과 쇼핑몰을 찾은 한모(47·여)씨는 이날 방역패스(백신 접종 증명)를 요구하는 직원과 10분 넘게 실랑이를 벌였다. 아들이 방역패스 예외 대상인 ‘18세 미만 청소년’인데, 직원이 “학생증 같은 증명서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한씨가 휴대전화에 있는 아들의 교복 착용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야 직원은 마지못해 한씨 모자를 들여보내줬다. 한씨는 “아이를 동반하려면 학생증까지 가져와야 하는지 몰랐다”며 “불필요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 같아 너무 불쾌했다”고 했다.

‘방역패스’가 면적 3000㎡ 이상 백화점과 대형 마트는 물론 복합쇼핑몰과 대형 서점 등까지 확대 적용된 첫날인 10일 전국 곳곳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는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특히 지병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스마트폰 QR코드 백신 접종 증명서에 익숙지 않은 노령 층의 불만이 많았다.

이순희(73)씨는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중구 한 백화점에 쇼핑을 왔다가 ‘미접종자’라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당했다. 이씨는 “기저질환이 있는 데다 백신을 맞으면 위험할까 봐 아직 맞지 않았다”며 “백신을 안 맞은 사람은 아예 입장조차 시키지 않는 건 개인의 자유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대형 마트 앞에서 만난 홍병근(85)씨도 백신 접종 인증서를 가져오는 것을 잊었다가 출입을 거부당했다.

일부 매장에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방역 패스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 마트 입구에선 약 10분간 49명 고객이 입장했는데, 그중 15명은 방역 패스가 만료됐거나 미접종자라는 뜻의 ‘딩동’ 소리가 났음에도 그대로 입장했다. 나머지 3명은 QR코드를 찍지도 않고 들어갔다. 사실상 규정 위반이지만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별다른 제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방역패스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방역패스가 실제 큰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계속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일평균 확진자 수가 12월 셋째 주 6865명에서 1월 첫째 주 3507명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를 방역패스 적용과 3차 부스터샷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이날 “방역패스는 사적 모임 축소, 영업시간 제한과 같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대신해 유행을 통제할 수 있는 중요한 방역 수단“이라며 거듭 방역패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오는 16일까지 적용되는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다음 주부터 일부 완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거리 두기와 방역패스는 상황이 좋아지면 조정할 수 있고, 이번 주 수요일(12일) 열리는 일상회복지원위원회 회의에서 여러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국민 전체 불편과 기본권, 민생경제 피해를 고려하면 거리 두기 조치가 방역패스보다 훨씬 큰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에 우선 거리 두기 조치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12월 6일부터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했고, 12월 18일부터는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4명으로 강화하는 등 거리 두기 조치를 다시 도입한 바 있다.

[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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