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를 향한 당 안팎의 사퇴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전면 개편' 수순을 밟는 가운데 이 대표 역시 그간 갈등 사태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정진석·권성동 의원 등 당 중진들과 함께 재선 의원들도 잇달아 모임을 갖고 압박에 나섰다.
4일 국민의힘 3선 이상 중진 의원 10명은 정진석 국회부의장실에 모여 이 대표에 대해 논의했다. 윤 후보 측근으로 꼽히는 정 부의장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최근 보여온 궤적은 상식적이지 못하고 매우 비상식적이라는 데 중진들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표에게 사퇴를 촉구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는 손을 저으며 "일단 이 대표와 직접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권성동 사무총장도 회의가 끝난 후 "이 대표의 지금까지 발언을 보면 당 분란을 조장하는 해당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에 중진들이 그 부분에 대해 (이 대표를) 만나 짚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들도 이날 모임을 갖고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정재 의원은 이날 모임이 끝나고 "앞으로 정권교체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해당행위를 하는 발언 또는 행동에 대해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제해줄 것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을 전해들은 이 대표는 당장 맞받아쳤다. 특히 중진이면서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석·권성동 의원에 대해 "공식 의견인지, 개인 의견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너무 쉽게 한다"면서 "저는 말을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니 조심 좀 하셨으면 좋겠다"고 유독 날을 세웠다.
이 대표를 향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만은 임계치에 도달한 상황이다. 이 대표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히며 "이 사람들이 손학규에게 단련된 이준석을 모른다"고 장난조로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를 맡은 김용남 전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부분 당내 의견은 이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경진 전 의원도 "이 대표는 최근 일련의 언동으로 당원뿐 아니라 민심을 많이 잃었다. 백의종군하는 게 맞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를 두 달 앞두고 당 대표를 쫓아내겠다는 발상은 대선을 포기하자는 것이다. 지지율 추락의 본질은 후보의 역량 미흡과 후보 처갓집 비리"라고 반박하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후 이 대표와 자주 부딪쳤던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적어도 선거 기간만이라도 성상납 의혹을 받는 이 대표가 스스로 직무 정지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아름다운 정치가 아닐까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이 '의원들 사이에 대표 사퇴론이 계속 나온다'고 묻자 "찾아와서 말씀 주시면 논의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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