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뒤는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장관, 권성동 의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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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가족들의 이름으로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 글’ 등 1천여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수위가 높은 욕설·비방글은 12건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국민의힘 쪽이 밝혔다. 친한동훈계 쪽에선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이런 욕설·비방 글 등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주장하며, 한 대표를 향한 진상 규명 요구에 대해 오히려 “한동훈 죽이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가 최근 한 대표와 가족들 이름으로 당원게시판에 작성된 글 1068건을 조사한 것으로 24일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작성자명 ‘한동훈’으로 올라온 글은 모두 161건이며, 이 가운데 ‘○○(김건희 여사)는 개목줄 채워서 가둬놔야 돼’ 같은 수위가 높은 욕설·비방글은 12건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앞서 국민의힘은 글을 작성한 ‘한동훈 당원’은 1973년생이 아니며, 따라서 한 대표와 동명이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률자문위는 또 한 대표의 배우자와 딸, 장인·장모 등 가족 이름으로 쓰인 나머지 글 907건은 △사설과 신문 기사 인용 250건 △한 대표 격려 194건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사퇴 촉구 등 정지적 견해 표명 463건으로 분류했다.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올라온 글 중에는 ‘고집불통 윤석열은 자기 마누라만 챙긴다’, ‘미래의 지도자는 한동훈’이라는 취지의 글이 있었다고 한다.
“법적으로 문제 안돼…나경원·원희룡 캠프나 가족 이름 치면 안 나올까”
친한계 핵심 당직자는 “게시판 글을 전수조사한 결과,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글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올린 글의 경우, ‘개인의 의견 표시’ 정도라 법률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는 게 친한계 쪽의 입장이다. 또 한 대표의 동명이인이 올린 글의 경우, 수위가 높아 모욕죄 등의 소지가 있지만, 모욕죄는 친고죄라 피해 당사자인 윤 대통령 부부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 만큼 당에서 직접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취지다.
이 당직자는 ‘한 대표 가족이 실제 비방 글을 작성했는지 당원명부를 확인하면 되지 않느냐’는 당 안팎의 요구에 대해서도 “당원 명부는 당내 선거와 관련해서만 확인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원래 익명으로 쓰게 돼 있는데, 실명을 끄집어내면, 어떤 당원이 그걸(게시판에 의견 개진을) 하겠느냐”고도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원래 당원게시판 글은 익명으로 쓰게 돼 있는데, (작성자의) 실명을 끄집어내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한 대표 배우자와 자녀 입장에서 볼 때) 자기 남편이나 아빠에 대해 그렇게 비난을 하는데, 그런 글을 못 쓰느냐”며 “당원게시판에 강기훈(대통령실 국정홍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치면 안 나올까? 나경원·원희룡 캠프나 (그들의) 가족 이름을 치면 안 나오겠나?”라고도 했다.
강 행정관은 대통령실 내 ‘김건희 라인’ 중 1명으로 지목된 인물로, 최근 음주운전 논란을 빚어 한 대표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아 최근 사의를 표명했고, 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와 경쟁 관계에 선 바 있다. 특별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한 대표와 좋지 않은 관계에 있는 인물들도 비방글을 올렸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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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 똑 부러진 한 대표 어디 갔나”…한 대표 직접 해명 요구 거세져
당 안팎에선 여전히 이런 해명을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대표가 비방 글의 실제 작성자가 자신의 가족인지 여부를 직접 밝히기만 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인데, 쉬쉬하며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누가 당 대표와 대표 가족 이름을 빌어 차마 옮기기 민망한 글을 썼는지 손쉬운 확인을 회피하며 명색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2주 넘게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매사 똑 부러진 한 대표는 어디로 갔나”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밝힐 수 없는 것인지, 밝힐 자신이 없는 것인지 당원과 국민에게는 간단한 일이 왜 당 대표 앞에서는 어려운 일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해결은 간명하다. ‘가족이다. 아니다. 가족이 아니라면 도용을 조치하겠다’(하고), 당 대표로서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국회의원을 상대로 무엇을 걸 거냐며, 자신있게 내기까지 하던 그 모습은 어디로 갔냐”며 “가족 명의 비방이 허위이고 개인정보 유출이라면, 이렇게 도망만 다닐 한동훈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더 이상 회피만 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민 앞에 당당히 나서서 해명을 해야만 한다. 정 억울하시다면 이전처럼 내기라도 하라”고 말했다.
친한계, 당원 게시판 논란 목적은 “한동훈 죽이기”
친한계 쪽에서는 이런 문제 제기가 ‘한동훈 죽이기’를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원게시판을 둘러싼 논란을 “윤-한 갈등의 기생자들과 사이비 보수집단의 준동”이라고 규정하며 국민의힘 안팎에 “‘한동훈 죽이기’에 혈안이 돼 있는 일군의 집단이 실재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번 논란이 지난 전당대회 당시 일어났던 이른바 ‘읽씹’ 논란과 비슷하다며 “문제의 글 1068개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가 발표되었고, 금주 중 고발 조치가 이루어지면, 도대체 누가, 왜 말도 안 되는 건을 침소봉대하여 ‘한동훈 죽이기’에 나섰는지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계 한 핵심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배후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이철규 의원을 비롯한 당내 친윤계가 조선 후기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이 3일 만에 쫓겨났듯, 한 대표를 취임 석 달 만에 끌어내리는 이른바 ‘김옥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지라시가 돌았던 것을 언급하며, 이번 당원 게시판 논란도 그 연장선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의심했다. 이 의원은 “우리 당에선 누가 대선에 출마하려고 한다 그러면 싹부터 잘라버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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