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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ER프리즘] '집콕 블루'...홈쇼핑 '플렉스'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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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패션 맛집' 홈쇼핑이 돌아왔습니다. 홈쇼핑업계가 지난 13일 일제히 2021년 한해동안 히트상품을 발표한 결과 패션 브랜드가 TOP 10 순위권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재택 영향에 이례적으로 식품과 마스크 등이 순위권에 올랐던 것과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비록 '위드코로나' 선언에도 변이 바이러스 '오미클론' 출현에 사회적거리두기가 여전하지만, 1년여간 집에서만 생활해야했던 지난해 수준이 아닌만큼 외출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지친 소비자들의 외출이 늘어난데서 영향을 받아 패션 수요가 대폭 늘었고, 위드 코로나와 함께 시작된 소비 심리 회복이 패션으로 몰린 덕분이죠.

2021년 홈쇼핑업계 히트상품 키워드 '프리미엄·레포츠·MZ'

자, 이제부터 홈쇼핑 5개사가 발표한 올해의 히트상품 브랜드와 카테고리들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키워드를 꼽자면, '프리미엄', '레포츠', 'MZ세대' 등이 되겠군요. 우선 CJ온스타일(CJENM, 035760)입니다. 홈쇼핑 패션 프리미엄화를 선도한 브랜드 '셀렙샵에디션'이 2019년 5위에서 지난해 3위로 두단계 순위가 올라섰습니다.

이 브랜드는 지난 9월 홈쇼핑업계 처음으로 3대 럭셔리 원단 중 하나로 꼽히는 '에르메네질도 제냐'그룹 원단을 들여온 바 있죠. 가장 고가에 위치한 Tessitura di Novara(테시투라 디 노바라) 라인을 활용해 '제냐 그룹 캐시미어 100% 재킷'을 선보인 결과 90만원에 가까운 고가임에도 론칭 방송에서 30분만에 준비 수량이 모두 소진됐다고 합니다.

GS샵(GS리테일, 007070)은 어땠을까요. GS샵에서는 대표 디자이너 브랜드 'SJ와니'(4위)와 업계 최초 소재 특화 프리미엄 브랜드 '쏘울(SO,WOOL)'(9위)이 인기를 모았습니다. GS샵과 손정완 디자이너가 손잡고 출시한 'SJ와니'는 올해 론칭 10주년을 기념해 스페셜 에디션인 '유럽산 코펜하겐 밍크코트', '세이블 머플러' 등 범접하기 힘든 최상의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VVIP 고객들을 위해 선물처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쏘울' 역시 올해 고객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더욱 특별한 제품들을 출시했었는데요. 특히 삼성물산(옛 제일모직)과 협업을 통해 출시한 제품 '호주 메리노울 100% 니트 집업 재킷', '에어울 100% 더블페이스 가디건' 등이 폭발적으로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나심비→플렉스...명품·패션 넘어 '프리미엄化' 한창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057050)도 마찬가지입니다. 롯데홈쇼핑 히트상품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40년 정통 독일 패션 브랜드 '라우렐'은 올해 '트위드 재킷', '구스다운', '핸드메이드 코트' 등 아우터를 판매하자, 매회 방송마다 2만 세트 이상 기록, 매출(주문금액) 절반 가량을 차지했고, 'LBL'은 대표 아이템인 '캐시미어100% 니트'를 비롯해 올해 최상급 소재인 '비버x캐시미어' 가디건, 롱코트 등을 선보인 결과 70만 세트가 판매되며 2019년 4위에서 두단계 올라섰습니다.

현대홈쇼핑에서도 자체 브랜드(PB) '라씨엔토'(2위)가 통상적인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프리미엄 상품을 1개만 단독 구성해 판매하는 고급화전략이 호응을 얻으면서 판매량(62만개)이 지난해보다 1.5배 높았졌습니다.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과 손잡고 현대홈쇼핑 단독으로 선보이는 브랜드 '이상봉에디션' 역시 올해 이상봉 디자이너의 핸드드로잉 및 프린팅을 적용한 프리미엄 상품을 연이어 선보이자 1위에, 또 지난해 순위에 없었던 프리미엄 캐시미어 브랜드 '고비'도 9위에 이름을 당당히 올렸습니다.

이는 고관여 상품에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현상을 뚜렷히 한 결과로 관측됩니다. 실제 올해 백화점업계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보복소비 열풍에 고가 명품과 패션에 지갑이 아낌없이 열리면서 매출을 견인하는 중입니다. MZ세대 역시 이 트렌드에 가세하면서 고가 상품군에 주소비가 집중됐죠.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유통업계 소비패턴은 본인에게 오는 만족감이 높다면 지출 금액에 상관 없이 소비를 하는 심리를 일컫는 '나심비('나'와 '심리', '가성비' 합성어)'로 정의한 것 같은데, 이제 과시적 소비성향을 뜻하는 '플렉스(Flex)'로 이어지는 듯 보입니다.

이제 명품과 패션을 넘어 가구, 밀키트, 인테리어,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유통영역으로 '프리미엄화'가 진행중이기 때문입니다. 포털 검색창에 '프리미엄 카테고리'를 찍으면, 전방위적으로 '프리미엄' 형용사가 등장하고 있음을 한눈에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집콕'이 지겨웠던 2020년...올해는 이젠 밖으로 'GO~'

두번째 홈쇼핑 히트상품 키워드는 '레포츠'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는 롯데홈쇼핑에서 단연 돋보였는데요. 롯데홈쇼핑에서 6위를 차지한 '지프'는 캠핑, 등산 등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플리스, 후드집업, 다운재킷 등이 각광받으며 작년보다 주문량이 15% 많은 51만 세트가 팔렸습니다.

또 '캘빈클라인 퍼포먼스(7위)'는 업계 단독으로 선보인 남녀 패딩들이 각광받으며 45만 세트를 기록, 올해 첫선을 보인 레포츠 브랜드로 순위권에 빠르게 진입했죠. '몽벨(10위)'도 올해 첫선을 보인 이후 순위권에 진입해 남녀 기능성 재킷, 팬츠, 트레킹화 등 상품을 선보여 35만 세트가 판매됐습니다.

CJ온스타일에서는 골프웨어 브랜드 '장 미쉘 바스키아'가 전년보다 한계단 상승한 7위에 자리했는데요. 지난해 최적의 골프 퍼포먼스를 구현하는 필드 라인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일상에서 입기 좋은 세련된 디자인에 고기능성 소재를 더한 라이프웨어 카테고리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전략이 유효했다고 합니다.

'MZ세대'는 올해 홈쇼핑 히트상품을 휩쓴 또 다른 키워드도 여겨지는데요. 일례로 CJ온스타일에서는 올해 자체브랜드 '더엣지(The AtG)'의 대활약이 돋보였습니다. 2011년 CJ온스타일이 론칭한 더엣지는 지난해보다 1만건 높은 주문량을 기록하면서 4년 연속 히트상품 1위에 이름을 올린 브랜드입니다. 올해 달라진 점이라면 지난 8월 AI(인공지능) 가상 인플루언서 루이와 협업해 패션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콘텐츠로 MZ세대를 공략했다는 것이죠. 신규 출시한 상품은 80여종일만큼 캐주얼룩부터 포멀룩까지 상품 다양화도 실시, 2030 공략이 활발했습니다.

뷰티제품에서는 'AHC'에서 '가희'로의 세대교체도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해 CJ온스타일, GS샵, 롯데홈쇼핑 3개사에서 각각 9위, 8위, 3위에 이름을 올렸던 스테디셀러 AHC는 올해 CJ온스타일(10위)를 제외하면 GS샵과 롯데홈쇼핑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반면, 손대지 않고 1초 만에 주름과 기미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스틱 멀티밤 제품 '가히'는 GS샵에선 3위에, 현대홈쇼핑과 NS홈쇼핑(NS쇼핑, 138250)에서는 각각 10위와 6위에 신규진입했습니다. '가히'는 MZ세대를 중심해 인기를 끌고 있는 뷰티 브랜드인데요. 특히 GS샵에서 가히는 지난해 11월 첫론칭 후 초당 5초씩 판매되는 기염을 토하며 재구매 고객수 16만6,000명으로 '재구매 멀티밤', '개미지옥 멀티밤'이란 애칭까지 얻었습니다.

돌아온 고마진 홈쇼핑 패션 카테고리..."반갑다"

홈쇼핑업계에서는 이 같은 '패션 카테고리의 귀환'이 반가울 수 밖에 없습니다. 패션 등 고가제품들의 마진율이 높아 편성비율이 높을수록 이익이 나는 구조 덕분입니다. 한동안 홈쇼핑업계는 소비자들이 '집콕' 생활 장기화로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낮은 식품, 생필품 등을 찾으면서 실적 고민에 빠지기도 했죠.

따라서 유통비와 브랜드 사용비 등 비용 부담이 적어 이익률이 높은 패션 PB 고급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자 두팔을 걷어 부쳤습니다. 이 전략은 적중한 듯 여겨집니다. 태생적으로 식품 비중이 높은 NS홈쇼핑을 제외한 홈쇼핑 4개사 모두 올해 단독 및 자체 패션브랜드가 '히트 상품 TOP 10'을 장식하는 결과를 내놨기 때문입니다.

다만, 홈쇼핑업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기대감을 모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과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여행, 가전 등 마진이 높은 고가 제품은 편성에서 여전히 자취를 감춘 상태죠. 한때 새로운 홈쇼핑업계 먹거리로 떠올랐던 '렌터카 상품'과 신학기 때마다 등장하던 노트북 등을 2022년 홈쇼핑 '히트상품 TOP10'에서 만날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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