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객 공천 1호’ 손수조, ‘장례지도사’ 되다
2011년 ‘박근혜키즈’로 이준석과 새누리입당
“산 사람이 무섭지, 죽은 사람은 안무서워요”
‘박근혜 키즈’ 손수조(36)가 ‘장의사’(장례지도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게 6일 밤이었다. 다음날 만나기로 했다. 7일 아침 연락이 왔다. “사망한 분이 있어서 만나기 어렵겠다”. 서울 노원구의 한 장례식장으로 가봤다. 거기 ‘손 팀장’이 있었다.
“준석이가 국민의힘 당대표된 날, 저는 처음으로 입관식 했어요.”
손수조는 새누리당에 '젊은 피'로 수혈돼 2012년 4.11총선에 출마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당대표를 겨눈 이른바 '자객 공천'이었다. 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부산 사상구를 찾아 손수조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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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말,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선택한 카드는 85년생 이준석과 손수조였다. 그 때 26살이었던 동갑내기 중 한 명은 제1야당 당대표가 됐고, 다른 한 명은 ‘장례지도사’가 됐다.
-망자는 어떤 분인가.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코로나에 걸려서 81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6일 밤 일이 생겼는데, 시신은 요양원에서 바로 관에 모셨다. 이 곳 장례식장에는 고인은 없이, 가족들만 있다. ”
-코로나로 가신 분 장례는 처음 목격한다.
“원래 오전에 돌아가시면 당일 화장까지 마치는데, 지금 사망자가 많아 화장장 자리가 안난다. 아마 내일쯤 화장할 듯 하다.” (손씨 예측대로 망자는 8일 화장됐다.)
-장례지도사가 됐다는 소식에 좀 놀랐다.
“1년 쯤 전, 장례업체를 하는 지인이 함께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사업 준비차 시장조사를 다녔다. 무엇보다 현장부터 알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염하는 걸 봤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뭐랄까, 죽음 앞에서 사람들이 숙연해지는 모습. 죽음 앞에서는 배신도, 거짓도 없다는 생각...바로 공부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내가 직접 입관에 들어간 날이 지난 6월 11일이었다. 이준석씨가 당대표 된 날이다. 여러 곳에서 나에게 축하전화가 왔다. 다들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니 내가 무슨 한 자리 하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우리는 정치 스타일이 다르다. 내 길을 갈 뿐이다.”
-염, 상당히 부담스러운 작업이겠다.
“염하고 나서 죽은 분을 꿈에서 봤다는 분도 있다. 저는 굉장히 편안했다. 우리 장례지도사들끼리는 ‘산 사람이 무섭지 죽은 사람은 안무섭다’고 한다.”
1년 차 장례지도사 '손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손수조 전 새누리당 사상당협위원장. /박은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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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다 사람에 질려서 그런 건가.
“아 그런가? 하하.”
-유족들이 화목해보이면서도, 꽤 담담해 보인다.
“제가 경험이 오래지는 않지만, 대개 첫날은 유족들이 예민하다. 이 사람들이 날 등쳐먹나 의심하시는 것 같다. 장례 첫날에는 이것저것 돈 문제로 결정할 게 많으니까. 그런데 입관을 하고 나면 저희를 거의 신적 존재처럼 대해준다. 자기 부모님 똥 닦아 드리고, 시신을 다 만져서 염을 해드리니까. 그리고 3일째 장례를 치르고 나면, 어려운 일 함께 치른 사람처럼 마치 가족처럼 대해준다.”
-몇 분이나 보내드렸나?
“한 60분 정도.”
-염도 한다니 놀랍다.
“염을 하지 않으면 장례지도사가 아니다. 처음에 어떤 분을 만났느냐도 중요하다. 처음 모신 할머니는 정말 주무시는 것처럼 편안한 모습이었다. 무서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어떤 경우가 힘든가.
“요즘 젊은 분들이 자살한 경우. 돌아가시고 일주일이 넘어 발견된 30대 남성 자살자를 모신 적이 있다. 숨이 끊어져도 수염은 자란다. 덥수룩한 수염, 변색된 피부...덩치가 좋은 분이었는데, ‘살아있을 때는 참 괜찮았을텐데’ 하는 마음에 눈물이 많이 났다.”
-염을 마치면 어떤 느낌인가.
“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좀 진짜 종교적인 느낌이다.”
-상가에서 유족끼리 싸우는 경우도 많다던데.
“장례는 결정의 연속이다. 식사, 수의, 관 소소하게 많다. 형제마다 의견이 다르면 다툼이 생긴다. 장지를 어디로 할 거냐, 부의금을 누가 얼마를 가져가는가를 두고도 싸움이 난다.”
-관혼상제에서는 아직도 장남 의견을 중시하나?
“집집마다 실세가 다 있더라. 대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부모님한테 잘 해드린다거나 기여를 하는 실세가 있더라. 딸이나 고모인 경우도 적지 않다.”
-죽음에는 예정이 없는데, 장례지도사도 업무에 예측가능성이 없겠다. 오늘이 딱 그렇지 않은가.
“고인이 언제 부를지 몰라, 장례지도사는 술도 마음대로 못먹는다는 말이 있다. 젊은 친구들이 상조회사에 많이 들어가는데, 몇개월 버티는 친구들이 없다. 52시간은 꿈도 못꾸니까요. 친구나 애인 만나야 하는데 누군가 돌아가시면 호출받고 나와야 하니까.”
-그러면 업체에서는 나이든 장례지도사를 선호하겠다.
“염은 2인이 1조로 움직인다. 시신을 들고 닦고 하는 일이 노동이다. 상조회사에서는 젊은이를 선호하는데, 젊은이들은 못버티고 많이 나간다. 그런데 또 젊은이들로 다시 채워진다.”
경기 북부지역을 담당하는 작은 상조업체에서 '손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손수조씨. /박은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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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정치 컴백’을 위해 하는 건가?
“아니다. 생업이다. 앞으로 기존 업체와는 다르게 접근하는 상조 플랫폼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장례지도사가 여러 일을 하지만 가장 큰 일은 유족의 마음을 위로하고 보살피는 일이다. 이건 로봇이 하기 어려운 일이다. 제가 특히 공감 능력이 뛰어나거든요. 진짜 내 일이라고 믿는다.”
- 삼겹살 집도 한다던데.
“남편이 투자지분을 갖고 있는 식당인데, 제가 관리를 했었다. 그것 잘하고 싶어서 정육관리사 공부하다가 이쪽으로 옮기는 바람에 아직 자격증을 못땄다. 이제 식당 일은 안한다.”
-정치는 끊었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두 번 떨어지고 다시는,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 많이 실망하고,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또 쳐다보게 된다던데.
“맞다. 지금 또 지금 거의 정치를 하고 있다. 장태평 전 농림부장관이 세운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에서 연구위원 타이틀을 갖고 있다. 지자체 선거에 도전하는 2030을 위한 ‘정치 입문 강의’를 하고 있다. 선거법, 회계장부 정리, 연설문 작성 등 실무 중심이다. ‘본캐’는 장례지도사지만, 내년 지자체 선거에 대비한 스터디도 하고 있다. 젊은 정치인들이 3000만원 갖고 국회의원 선거 나가서 빨리 세대를 바꿔야 한다.”
선거 때마다 ‘젊은피’가 수혈됩니다. 최고권력자가 될 사람의 손에 이끌려 데뷔하는 정치 신인들. 한 정치부 베테랑 기자는 “그들 생존율은 5%도 안될 것”이라고 합니다. 2011년 동시에 데뷔한 이준석과 손수조 케이스를 비교해볼까 합니다. 학벌, 능력, 근성, 시스템, 무엇이 두 사람의 ‘오늘’을 다르게 만들었을까요. ‘준석이가 당대표 된 날, 저는 처음 입관을 했어요” 라는 손수조씨의 말을 듣다 이 주제를 떠올렸습니다. 손수조 인터뷰와 전문가 진단으로 구성했습니다. 12일 일요일에 기사로 만나겠습니다.
#에그스토리
[박은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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