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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2026년 ‘쓰레기 대란’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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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왜냐면] 신창현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옛날에는 측간 분쟁이 있었다. 냄새나는 측간을 안방에서 보이지 않는 집 뒤편에 짓다 보니 악취가 이웃집으로 넘어가 생긴 분쟁이다. 지금은 이 측간이 안방에도 들어와 있다.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1990년대 초에 소각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이 수도권 여러곳에서 발생했다. 반대의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 건강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다. 소각시설에서 배출하는 다이옥신은 발암물질이다. 그러나 다이옥신은 8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소각하면 발생하지 않는다. 각종 오염 방지 시설이 추가되면서 건강 피해의 우려는 해소되었다.

둘째, 재산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다. 소각시설은 이중삼중의 오염 방지 대책으로 건강 피해의 우려가 없다고 해도, 출입하는 쓰레기 차량들의 소음과 악취, 먼지 등 생활 환경 피해 때문에 시설 주변의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생긴다. 재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이 기본권이 소각시설 때문에 피해를 본다면 나도 반대할 것이다.

셋째, 행정편의주의 절차에 대한 반발이다. 폐기물시설촉진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소각시설의 위치를 결정했다. 이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를 님비현상 또는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하고 대를 위해 소가 희생하라며 다수결로 밀어붙였다. 반대 주민들은 길거리로 나왔고 항의 집회와 시위, 농성이 반복됐다.

이에 1995년에 폐기물시설촉진법이 시행되면서 소각시설의 위치 선정 과정에 주민 참여 절차가 보장됐다. 건강 피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주민감시제도를 도입했고, 재산 피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주민편익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공사비의 10%는 주민편익시설, 반입 수수료의 10%는 주민복지사업에 사용하도록 했다. 또한 사업의 주요 내용은 읍·면·동 대표와 시·군·구의원으로 구성한 주민 협의체가 결정한다. 현재 운영 중인 수도권 지자체의 소각시설은 33곳이다. 소각시설 주변에 아파트도 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소각시설의 난방용수 무상 공급, 수영장 등 편익시설, 각종 주민복지사업 지원 등 비용보다 편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시행한 공공폐자원관리시설의 설치·운영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공공폐자원관리시설법)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민들이 소각시설에 가구당 3천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고, 총수익에서 총비용을 뺀 운영이익금의 10%까지 배당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각시설이 소득과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럼에도 반대하는 주민들 때문에 소각시설의 설치가 지연된다면, 이들이 버리는 쓰레기는 반입을 일시 금지하는 비상조치라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소각시설을 설치하려면 5년이 필요하다. 2026년부터 종량제봉투 쓰레기 직매립을 금지하려면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아니면 법을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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