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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무죄→유죄…. 1심, 2심, 대법원을 거치며 유무죄를 두고 논란이 됐던 이른바 ‘레깅스 몰카 사건’에 대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일주일 안에 재상고하지 않으면 형은 그대로 확정된다.
의정부지법 형사2부(부장 최종진)는 2일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8초가량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다”며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 같은 버스에 승차한 피해자 하반신을 몰래 동영상으로 촬영해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18년 5월 버스 뒤쪽 출입구 앞에 서 있던 여성 B씨의 하반신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8초간 동영상 촬영했다. 이상한 눈치를 챈 B씨의 신고로 A씨는 경찰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씨가 촬영한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B씨가 입은 옷에 주목해 무죄를 선고했다. B씨는 당시 다소 헐렁한 어두운 회색 운동복 상의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레깅스 하의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외부로 직접 노출된 부위는 목 윗부분과 손, 발목 등이 전부였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입고 있던 레깅스는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 사이에서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다.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봤다. 또 B씨가 경찰에서 “기분 더럽다”고 진술한 데 대해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준 건 분명하지만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에서 판결은 또 뒤집혔다. 3심인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유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가 몰래 촬영을 한 행위에 더 무게를 뒀다. 재판부는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된다는 게 무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몰카 성범죄 대상이 반드시 노출된 신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스스로 신체를 노출해도 이를 몰래 촬영하면 연속 재생, 확대 등 변형·전파 가능성 등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범죄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B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성적 수치심은 창피한 감정뿐만 아니라 분노, 공포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성적 자유를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로 판단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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