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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게임 체인저⑥] 신의 계산법, 양자의 전성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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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2019년 9월 미국항공우주국(NASA) 사이트에 수상한 문건이 게시된다. 최근 개발된 양자 컴퓨터칩이 연산능력 기준 기존의 수퍼 컴퓨터를 압도하며 기존 디지털 컴퓨터의 성능을 일부 넘어서는 '양자우월성(양자우위)'을 최초로 이뤘다는 내용의 문건이다.

공개된 문서의 위력은 '전율' 그 자체였다. 현존하는 최고의 수퍼 컴퓨터로 1만년이 걸려야 풀 수 있는 문제를 양자 컴퓨터로 단 3분20초만에 풀어낸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문건은 잠시 게제된 후 돌연 삭제됐으나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도대체 누가 이 "위험한 '신의 계산'을 증명했을까"라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다행히 범인(?)은 금세 밝혀졌다. 해당 연구는 지난해부터 NASA와 양자 컴퓨터 협력을 이어오던 구글의 작품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일종의 이벤트성 해프닝이지만, 구글은 시커모어를 활용해 난수를 증명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사태는 흥미진진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구글이 파격적인 이벤트로 양자 기술력을 자랑하자 오랫동안 양자 기술력을 키웠던 IBM이 발끈했기 때문이다. 당장 IBM은 구글 시커모어를 두고 연구소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어 "연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자사 블로그에 논문을 공유해 "구글은 양자우월성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날을 세웠다.

많은 호사가들의 입과 귀를 즐겁게 만들었던 양자 전쟁의 결론은 어떻게 됐을까?

구글은 2019년 9월 23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와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 관련 기사를 통해 '양자 지상주의'(quantum supremacy) 발견을 공표했다. 그리고 업계는 또 한 번 발칵 뒤집혔다. '모든 암호를 풀어낼 수 있다'는 공포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 즉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급락하며 출렁일 정도였다.

1. 코로나19 치료제 / 2. 전고체 배터리 / 3. 지갑이 사라진 시대 / 4. 강 인공지능(Strong AI) / 5. 우주 경제시대 / 6.양자산업 / 7.도심항공모빌리티(UAM)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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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계산

양자는 모든 물리량의 최소측정값이며, 양자 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활용해 수퍼 컴퓨터 대비 수백만 배 이상의 능력을 자랑한다.

양자 컴퓨터는 양자적 조합의 형태인 큐비트를 이용해 연산을 하며 양자중첩, 양자얽힘, 불확실성을 통한 병렬처리가 가능하다. 1982년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처음 양자컴퓨터에 대한 개념을 정립한 후 지속적으로 기술이 발전했으며 2014년 세계 최초의 양자컴포터인 D-Wave가 공개된 바 있다.

양자 컴퓨터의 매력은 연산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점에 있다. 알고리즘 자체가 유동적이며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기존 컴퓨터에 비해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효과적이고 빠르게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 능력이 지나치게 과대포장 됐다는 말도 나오며 오히려 기존의 컴퓨터와 비교해 눈부신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약점도 있다. 그러나 적시에만 활용하면 양자 컴퓨터는 무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핵심은 양자암호통신

사실 양자 컴퓨터는 양사 산업의 한 축일 뿐이다. 양자 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 그리고 양사센싱을 양자 3대 산업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특히 양자암호통신에 많은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냉정하게 말해 '본연의 암호체계'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원래 암호는 특정 사람들만 공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에게 암호화된 메시지를 보내면 B가 '난수표'를 기반으로 A의 메시지를 해독하는 것을 생각하면 편하다. 문제는 A와 B만 주고 받아야 하는 메시지가 유출되거나, 난수표가 해독당하는 경우다.

실제로 현재의 암호통신은 권한을 가진 사용자만이 원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암호화하여 정보를 송수신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효율성을 이유로 공개키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가장 대표적인 방식이 RSA라는 공개키 방식이다.

문제는 최근 RSA 공개키 방식이 데이터 탈취로 이어지는 잦은 해킹 및 사고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양자암호통신은 이 지점에서 암호 본연의 가치에 충실하도록 돕는다.

양자암호통신은 RSA 공개키 방식의 약점이 존재할 수 없다. 기본 암호체계인 0과 1이 중첩된 양자비트, 혹은 큐피트로 메시지를 작성하며 편광을 활용해 무제한의 범위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광자의 개수를 조절해 중간 탈취자의 존재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통신채널로 지나는 양자비트를 복사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편광 방식의 변화로 인해 중간 탈취자가 정보를 획득하고 다시 도망쳐도 잡아낸다.

누군가 암호화된 데이터에 접근하는 순간 이를 눈치챌 수 있으며, 무엇보다 강력한 진입장벽을 자랑한다. 심지어 데이터가 송수신 되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조금이라도 변형되거나 조작되면 그 즉시 감지가 가능하다. 여기에는 양자를 보내는 기술인 양자키분배기가 존재하고 양자를 만드는 양자난수생성기(QRNG, 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가 있다. 양자난수생성기는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패턴 분석 자체가 불가능한 무작위 숫자를 만드는 장치로, 통신 네트워크를 통한 해킹의 위험을 원천 봉쇄한다.

양자암호방식이 만지는 순간 '톡' 터져버리는 비누거품에 비유되는 이유다.

국내 통신사의 양자암호통신 사랑

양자암호통신에 가장 두각을 보이는 곳은 역시 네트워크의 통신사다. 특히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의 행보가 눈부시다. 당장 지난 2011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양자기술연구소(퀀텀 테크랩)를 설립한 데 이어 2018년 세계 최초로 양자난수생성기(QRNG)를 개발한 스위스의 양자암호통신 기업 IDQ(ID Quantique)의 주식 50% 이상을 취득해 1대 주주로 오른 뒤 올해 3월 말 기준 68.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월 QKD 기술을 IP 장비에 적용하며 그 기술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KT와 LG유플러스도 탄탄한 내공을 자랑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대표 연구기관과 양자암호통신 표준화 워크숍을 열고 자체 개발한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국내 중소기업에 적용하며 생태계 조성에 나서는 한편 지난 2018년 세계최초 양자암호통신 국제표준 이후 총 10건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전용회선에만 적용되고 있는 PQC를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 인터넷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통신망 보안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차세대 핵심 보안 기술인 '양자내성암호'의 상용화의 단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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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의 IDQ. 출처=S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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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히 다뤄야하는 유리구슬

양자 3대 산업 중 양자암호통신을 중심으로 기술 플랫폼의 기반이 마련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양자와 관련된 전략 포인트가 상용화 과정을 밟는 순간 '예상하지 못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컴퓨터의 진화, 이에 따른 문명의 발전 속도가 양자 산업을 통해 일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신의 영역에 도달한 연산 능력은 기존의 연산을 부정하고, 고차원의 문명으로 인류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파급효과는 정치 및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 미칠 수 있다.

다만 양자 컴퓨터만 봐도 아직은 기술이 미비하기 때문에 상용화를 이야기하기에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구글과 IBM의 양자 컴퓨터 신경전이 벌어질 당시 인텔이 "양자 컴퓨터는 변혁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면서도 "이 기술이 사람들의 삶을 바꾸기전에 이 험난한 여정에서 우리는 계속 많은 도전과제들을 극복하며 이정표를 지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양자 컴퓨터가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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