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송도국제도시가 위치한 인천 연수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3.3㎡당 평균 2192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1월만 해도 3.3㎡당 1621만원이었던 데 반해 올 들어서만 35.2%(3.3㎡당 571만원) 급등했다. 전용 84㎡(옛 34평)를 기준으로 하면 올 초보다 평균 1억8414만원은 더 줘야 한다는 얘기다.
연수구 3.3㎡당 아파트값은 2017년 9월 처음 1300만원을 넘긴 후 지난해 2월까지 1350만원대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집값이 많이 오른다고 오른 게 17.6% 상승한 3.3㎡당 157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다 올해 30% 넘게 뛰었다.
민간 통계기관보다 보수적인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봐도 연수구 아파트 매매가는 올 들어서만 28.21% 급등했다. 인천 아파트값이 전반적으로 크게 오르기는 했지만 서구(19.75%), 부평구(18.36%), 계양구(16.47%)와 비교해도 연수구 아파트값이 유독 큰 폭으로 올랐다. 또한 주간 단위로는 7월 둘째 주부터 13주 연속 인천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수구 아파트값은 7월 둘째 주 0.53% 급등한 이후 매주 0.51~0.66%씩 상승했다.
연수구 일대 아파트값 상승세는 송도국제도시가 이끌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 송도동 ‘송도더샵퍼스트파크 F15블록’ 전용 84㎡는 지난 9월 14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8월 말 13억원에 거래된 이후 2주 만에 다시 신고가를 썼다. 지난해 말 실거래가가 10억70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도 채 안 돼 4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이 단지에서는 이제 같은 평형 매물이 호가 15억~15억3000만원(저층 매물 제외)에 나와 있다. 송도동 ‘송도더샵센트럴시티’ 매매가도 상승세다. 전용 84㎡가 지난 8월 11억5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같은 동 ‘송도에듀포레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9월 15일 11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현재는 호가 12억6000만~13억1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e편한세상송도’ 전용 84㎡의 경우 집주인이 팔겠다고 부르는 호가가 최고 16억원이다. 다른 매물도 평균 12억원 안팎에 등록돼 있다. 이 단지는 지난 9월 30일 10억9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지난달 22일 9억원에 거래된 뒤 보름 만에 4800만원 더 올랐다.
송도 아파트값이 치솟으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0월 14일 기준 인천 연수구 송도동 아파트 매물은 총 2214건으로 1년 전인 지난해 10월 14일(3039건)보다 27.1% 줄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송도가 포함된 인천 주택 시장은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우위에 있는 시장이 됐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9월 마지막 주 인천의 매수자우위지수는 122.8을 기록했다. 지난 2월(111.1) 100을 넘긴 후 줄곧 상승세다.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다는 의미. 숫자가 클수록 매물이 희소하고 사려는 사람은 많다는 얘기다. 같은 시기 서울 매수자우위지수도 106.2로 100 이상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올 상반기 줄곧 80대를 기록하다 겨우 반등한 것과 대조된다.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위치한 연수구 아파트값은 올 들어서만 35%가량 뛰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K-바이오 랩허브 등 대형 호재가 잇따르면서 상승 기대감이 커졌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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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아파트값 상승, 왜
▷서울 전세난 피해 교통 호재 지역으로
과거 송도는 외자 유치가 지지부진하고 아파트만 들어서면서 ‘말뿐인 경제자유구역’이라는 불명예를 썼을 정도로 저평가받던 지역이다. 그러던 송도 아파트값이 날개를 단 것은 GTX B노선 신설 호재에 바이오 기업 육성을 위한 바이오 산업 클러스터(K-바이오 랩허브) 조성 계획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GTX B노선은 인천 송도에서 남양주 마석까지 82.7㎞ 구간을 잇는 노선이다. 주요 정차역으로는 송도~인천시청~부평~부천종합운동장~신도림~여의도~용산~서울역~청량리~망우~별내~평내호평~마석 등 총 13곳이다. 이미 2019년 8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고 내년 하반기 공사에 착수해 2027년 개통될 예정이다. 이 노선이 완공되면 송도에서 서울역까지 이동 시간이 82분에서 27분으로 단축돼 서울 접근성이 높아질 예정이다.
송도국제도시가 바이오 창업 기업 육성을 위해 추진하는 ‘K-바이오 랩허브’ 구축 후보지로 선정된 것도 호재다.
K-바이오 랩허브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 모더나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 지원기관 ‘랩센트럴’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송도에는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이 대거 입주해 있다. 이에 송도가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K-바이오 랩허브가 구축되기 위한 정부 투자가 이어질 예정이다. 기존 기업들 간 시너지 효과는 물론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주변 지역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K-바이오 랩허브는 7공구에 있는 연세대 국제캠퍼스 내에 들어선다. 현지에서는 5공구, 7공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실제로 K-바이오 랩허브 소식이 전해진 이후 7공구에 있는 ‘송도캐슬해모로’ 전용 139㎡ 호가는 14억~15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7월 15일 10억5000만원에 팔린 것이 마지막 거래지만 일대에서는 집값이 더 뛰기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GTX 같은 대형 개발 호재를 한번 경험해본 송도다 보니, 이번에도 더 오른다는 기대감이 크다는 게 현지 중개업자들 전언이다.
송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서울 집값을 강남이 이끄는 것처럼 인천 집값은 송도국제도시가 이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집주인들은 K-바이오 랩허브 유치 소식을 환영하면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기대감에 차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한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송도 집값은 오늘이 가장 싸다’ ‘K-바이오 랩허브는 GTX급 호재다’ ‘일자리와 교통이 모였으니 시너지 효과는 더 클 것이다’ 등의 글과 댓글이 올라와 있다.
이런 기대감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송도 부동산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고 각종 교통 호재가 예정돼 있어 집값 상승 여력이 남았다”고 분석한다. 다만 호재만 보고 고가에 추격 매수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우선 GTX B노선은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았다. 2027년 완공 예정이라지만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GTX A노선마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완공 시기가 한참 미뤄졌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0호 (2021.10.20~2021.10.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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