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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금융·소비업계 새 트렌드 'BNPL' ③] "도깨비방망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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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코로나19 등으로 침체된 민간의 소비를 활성화시킴으로 국가 경제의 선순환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BNPL은 뚜렷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BNPL은 '양 날의 검'과 같아서 장점만큼 명확한 단점도 있다. 바로 필요 이상의 과소비를 부추겨 개인 부채의 증가를 야기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BNPL의 기본 원칙은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18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안정한 소득과 낮은 신용등급으로 신용카드 발급 요건을 충족할 수 없는 사람도 BNPL을 통해 무이자 할부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상품 구매대금 지불의 기한을 유예시키는 것은 개개인의 소득 수준을 넘어서는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미국의 온라인 대출서비스 기업 렌딩트리(Lending Tree)는 1040명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소비의 행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조사자의 60%이상이 "BNPL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일반적인 구매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한다"고 답했다. 한편, 호주증권투자위원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BNPL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약 15%는 BNPL 할부 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추가로 대출을 받았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BNPL의 폐해를 막기 위한 장치들이 마련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영국광고실행위원회(CAP)는 "BNPL이 '신용'을 근거로 한 상품이라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반드시 먼저 이해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광고 가이드라인에 포함시켰다. 스웨덴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소비자들의 온라인 결제 방법 선택에서 BNPL이 직불카드 혹은 신용카드보다 우선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BNPL 서비스의 주 고객층인 젊은 세대들의 경제적 기반이 약한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개인 부채가 늘어나도록 하는 점은 특히 더 위험하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에게 할부를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역량과 계획적인 소비라는 전제 조건이 없다면. BNPL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BNPL 서비스가 가장 활성화된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는 국가들에서는 "BNPL 서비스의 남용으로 인해 과소비와 부채 누적의 문제들이 늘어나고 있다"라면서 "서비스의 이용에 대한 규제가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BNPL, 한국에서도 통할까

이커머스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도 BNPL 서비스가 확대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전까지는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의 BNPL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었다면, 현재는 주요 IT-이커머스-금융 기업들도 BNPL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국내 고객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있다. 오는 10월 공식 출범될 예정인 국내 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Tossbank)'는 "2022년 중 으로 자사의 BNPL 서비스를 선보이고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외로는 간편 결제 서비스와 연결된 BNPL의 베타서비스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페이가 현재 베타서비스 중인 '후불결제'는 간편결제 서비스 회원들 중 자체적인 심사기준에 통과한 이들에 한해 월 30만원 한도의 BNPL이 가능하다. 카카오페이는 모바일 교통카드 충전금의 부족분에 대해 월 15만원 한도로 후불결제가 지원되며 쿠팡페이의 '나중결제'는 자사 이커머스 플랫폼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 '로켓와우' 회원들 중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이들의 직매입 배송 상품의 구매에 한정해 BNPL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BNPL이 미국이나 유럽, 호주 등과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확산이 될 것인가에 대해 국내 금융업계에서는 해석이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결국 소비자들은 더욱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찾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BNPL이 성장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에 적합한 지불의 형태인지 의문"이라면서 다소 회의적인 관점을 견지하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증권 김재우 연구원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그랬던 것과 같이 코로나19의 확산을 기점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도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우리나라의 BNPL도 같은 성장궤도를 보여줄 것"이라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부담 없는 할부 금융인 BNPL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는 회의적인 관점이 다소 우세하다. 이러한 관점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신용카드 발급의 요건이 엄격하지 않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신용카드의 무이자 할부 시스템은 오랜 기간 동안의 활용을 통해 수많은 서비스와 연결됐고, 사람들의 소비 습관에 성공적으로 안착됐다. BNPL이라는 별도의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이유가 부족한 것이다. 여기에 가뜩이나 가계부채의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BNPL 거래의 확산이 이끌 개인 부채 증가의 가능성은 장기적 관점에서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은아 수석연구원은 "BNPL 서비스는 단기적으로 침체된 소비의 활성화를 통한 경제의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서비스 이용자들의 채무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할부 거래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부채를 증가시켜 장기적으로 경제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도 있다"라면서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기업도, 이를 이용하려는 소비자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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