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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장 의장의 UX 혁신] 자율주행차와 사용자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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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대표]
테크M

장 의장(장진규) 님 /캐리커처=디미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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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하면 떠오르는 것이 자율주행차, 그리고 테슬라(Tesla)일 것이다. 자율주행은 크게 두 가지 워딩으로 나눠서 살펴봐야 하는데, 하나는 자율이고 하나는 주행이다. 먼저 자율은 스스로 어떤 기준에 의해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고, 우리는 이것을 오토너머스(autonomous)라는 영어로 표현한다. 한편, 주행은 한자어로는 배를 타고 가는 것(舟行), 일반적으로는 탈 것을 타고 이동하는 것(走行)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일반적으로 드라이빙(driving)으로 표현한다. 바로 오토너머스 드라이빙(autonomous driving), 자율주행의 본 뜻이다.

굳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자율주행에는 두 가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이하 UX) 속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아주 잘 설계하는 회사가 자율주행차의 성공시대를 열 것이다. 자동차가 '스스로의 동력으로 움직이는 것'을 토대로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가 되었다면, 자율주행차는 '자율성을 갖고 움직이는 것'으로써의 21세기를 빛낼 발명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 자율주행차를 사용하게 될 사용자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앞서 언급한 테슬라는 자율주행차의 사용자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자동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그들이 기존의 자동차 개발사가 가진 통념을 깨트린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며, 그 모든 것들은 UX와 깊은 관련이 있다. 단순히 탈 것으로써 지켜야 할 관념적인 시스템 요소들에서 모두 벗어나 있으며, 이것이 때로는 여러 문제 제기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대체로 이러한 새로운 시스템이 기존의 탈 것과는 다른 UX로 다가온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과연 우리는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어떠한 UX를 갖게 될까?

변하지 않는 이동의 본질, 변하는 이동 중 경험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자동차든 자율주행차든 이동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라는 지점에서 B라는 지점으로 걷는 것 이상의 속도로 우리가 이동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으로서 자동차의 본질은 변하지 않으므로 자율주행차라 하더라도 자동차의 이동 수단으로써의 가치를 제공하지 않을 수 없다.

현존하는 자율주행차가 갖는 기술적인 도전들의 대부분이 결국 이 본질을 인간이 아닌 기술의 제어하에 지켜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인간은 본능적이고 감각적인 지각·인지 능력을 바탕으로 핸들과 엑셀, 브레이크를 작동해 자동차가 굴러가게끔 조작하고, 주변 상황에 대응해 주행 속도, 방향 등을 결정한다. 반면 인공지능(AI)과 같이 컴퓨터로 구현된 지능은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제어 능력을 바탕으로 자동차가 굴러가게끔 만든다. 그래서 자율주행차의 많은 부분에서 기술적인 도전들은 정확성과 신속성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가진 기술적인 도전이 성공, 즉 정확성과 신속성을 아무리 기술적인 차원에서 고도화 한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경험하는 이동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운전을 하는 운전자와 그렇지 않은 동승자로 나뉠 수 있었던 사용자의 맥락은 자율주행차가 기술적으로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형태가 됐을 때 사라져 버린다. 운전자도, 동승자도 아닌 온전히 이동하는 사람으로 정의될 수 있는 자율주행차 사용자에게 이동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이동의 경험은 크게 변화한다. 운전하지 않는 이동 수단으로서의 경험은 버스나 택시와 같은 곳에서도 가능했지만, 본질적으로 자신의 차를 타고 개인적인 목적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동에 필요한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주는 UX의 변화는 매우 크다. 사용자는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고, 어쩌면 운전대라는 개념이 사라진 자율주행차 안에서 사용자는 그저 몸을 차 안으로 집어넣기만 해도 이동을 위한 모든 준비와 이동 과정에서 별도의 행동은 필요치 않게 된다. 근본적으로 운전이라는 개념 자체가 바뀌는 상황에서 자동차 속 사용자의 UX는 완전한 재설계를 요구받고 있다.

UX 설계 변화를 크게 가져올 자율주행 기술

자율주행차에서 UX는 어떻게 바뀔까? 우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운전대가 사라지거나,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직접 운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용자의 제어가 필요할 상황이 생기게 되므로, 조향 장치는 간소화돼 부피를 덜 차지하지만 좀 더 정교하게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운전 보조의 역할로서 사용자가 자율주행 시스템(혹은 AI)의 조력자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형태로 인간-자율주행 에이전트 간 상호작용 기술(Human-AI Interaction)이 필요하다.

운전을 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하고 이미 많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와 같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사용자가 운전으로부터 자유로워 졌으니, 무언가 다른 경험이 제공돼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우선 사용자가 운전 경험에서 벗어났을 때의 UX는 자율주행차의 폼팩터보다 스마트폰과 같은 기존의 폼팩터가 이미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크다. 이를 뛰어 넘거나 대체하는 수준의 UX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말 인포테인먼트와 같은 시스템이 필수적인가에 대한 UX 차원에서의 고민이 필요하다. 사용자는 이동하는 시간이 길고 짧음에 따라서 자율주행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상호작용 할 필요성을 느낄수도, 또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한편, 사용자가 자율주행차 안의 공간을 기존의 자동차가 가진 공간과 다른 형태로 인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UX를 설계하는 것은 필요하다. 자동차의 기존 공간을 둘러싼 UX는 주로 자동차에 내장된 컴퓨터 기반의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이 아닌 공간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고급스러운 내장재, 안락하고 안정감 있는 의자,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A필러 등 주로 공간을 결정하고 구성하는 것들이 UX를 제공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사용자가 이동에 집중하는 UX와 달리 자율주행차는 이동 중 공간에 집중하는 UX가 중요하다. 이에 맞는 UX가 인포테인먼트의 시스템이 추구하는 것과 같이 사용자가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만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차 공간 속 UX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자세한 것은 칼럼에서 이야기할 수 없지만, 필자는 사용자에게 또 다른 '자율'을 제공할 환경이 생긴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라 조언한다. 자율주행차 공간은 기존 자동차의 공간과는 다른, 어찌보면 21세기 인류가 경험할 새로운 공간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공간에서 사용자는 기본적으로 앉아 있으며, 이동하는 시간을 여러 측면에서 활용하고 싶어할 것이다. 이동이 주는 맥락은 변화하지 않았지만, 이동 중 맥락은 변화한다. UX에 대한 고민은 바로 이 지점부터 시작해야 한다.

글=장 의장(장진규)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장 의장(장진규) 님은?
UX 리서치 중심 컴퍼니 빌더인 컴패노이드 랩스 의장으로서 예비 및 초기 스타트업의 컴퍼니 빌딩과 시리즈A 이상의 중견, 대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UX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자로 40여개의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DHP 파트너로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투자 및 자문을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인지과학과 HCI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 교수,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HCI 분야 연구실장을 역임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혁신에 기여한 공로로 2020년 보건복지부 장관표창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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