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성소수자 혐오발언 등 담아…한인사회 공동대응
최근 시카고 서버브 한 한인식당에 인종차별과 혐오 발언이 가득한 우편물이 배달됐다. 법원 문서 양식과 실제 법원 판사 이름을 도용한 이 편지는 이 곳 외에도 다수 배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사회도 본격 대응을 예고했다. © 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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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뉴스1) 박영주 통신원 = 최근 시카고 서버브에서 한인식당을 포함, 다수 업체에 인종차별과 혐오 가득한 우편물이 무차별 발송되고 있다. 법원 문서와 판사 이름을 도용한 해당 편지의 심각성을 감안해 한인 사회도 추가 피해 차단 등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22일(현지시간) 하나센터와 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 등에 따르면, 나일스 골프길에 위치한 한 한인식당에 추석 하루 전인 지난 20일 인종차별과 혐오 내용이 담긴 우편물이 배달됐다.
9월 14일 작성된 이 편지는 유색인종들과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표현으로 시작해 코로나바이러스를 ‘쿵플루’(Kung Flu)로 지칭하며 아시안 혐오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쿵플루’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쓴 표현으로 대표적인 인종차별 발언으로 꼽힌다.
아울러 환영받지 못하는 아시아계 식당 영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갱단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협박과 함께 편지 끝에는 자신들이 법 자체라며, 경찰이나 법원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았다.
이 편지는 특히 법원 문서 양식과 판사 이름까지 도용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법원 명령’(Court Order)이란 제목의 편지 상단에는 피해 식당이 위치한 쿡 카운티 법정 주소가, 편지 하단에는 쿡 카운티 법원 법률 부서 담당 판사 서명이 기재돼있다.
하나센터는 이와 관련, “법원에 문의한 결과, 해당 판사가 편지를 작성한 적도, 보낸 적도 없다고 확인했다”며 “이는 정부기관의 공식 편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의 손태환 목사는 “더 심각한 문제는 이 편지가 사법기관을 사칭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실제 판사의 이름을 도용하고 법원 양식을 조작한 것으로 볼 때 분명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해당 우편물은 타 지역에서도 잇따라 발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반스톤 지역 신문인 ‘에반스톤 라운드테이블’은 지역 내 적어도 두 곳의 식당에서 최근 이런 피해를 보았다고 지난 21일 보도했다. 피해 식당은 아프가니스탄 이민자가 운영하는 곳으로, 피해자들은 작지 않은 충격을 호소했다.
사건 공론화를 원한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재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지문 감식 등을 통해 범인을 찾고 있고 피해 식당 주변 순찰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이 도용된 법원 판사실에서도 해당 우편물 조사를 위해 검찰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에반스톤 라운드테이블은 전했다.
한인 커뮤니티도 발 빠른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하나센터는 이 사건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다며, 이런 우편물을 받으면 센터로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와 폭력에 대한 정보도 공유해줄 것을 요청했다.
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도 현재 협력 기관들과 어떻게 이 사건에 대응할 것인지 논의 중이라며, 같은 편지를 받은 다른 업체나 개인이 있다면 이보교 앞으로 제보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손 목사는 “이것은 명백한 인종혐오 범죄에 해당한다”며 “일단은 발신자를 찾아내는 노력과 더불어, 한인/아시안 커뮤니티 차원에서 이런 인종혐오와 협박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yjpak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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