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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단계적 일상 회복’ 간다면…우리의 코로나 ‘위험 수용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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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위드 코로나’ 국가들 확진자 늘었지만

사망자수 접종 전 대비 최대 10분의 1


한겨레

지난 11일(현지시각)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밴드 ‘더 마인드 오브 99’의 콘서트에서 젊은 관중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열광하고 있다. 코펜하겐/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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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여러 나라들이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영국, 싱가포르가 지난 여름 방역 규제를 완화했고, 지난 10일엔 덴마크가 모든 방역 조처를 해제했습니다. 오는 25일에는 네덜란드가, 이달 말과 다음달 초에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방역 규제를 완화할 예정입니다. 한국도 11월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요. 그러면서 방역 규제를 완화하면 확진자 수가 대폭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만든 통계 누리집 ‘아워월드인데이터’를 통해 먼저 ‘위드 코로나’를 택한 나라들의 현재 상황을 하나씩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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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방역을 완화한 나라들은 확진자 수가 대체로 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6월15일부터 방역 조처를 완화했습니다. 완화 초기에는 신규 확진자 수가 두 자리로 유지됐습니다. 6월1∼29일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69.3명이었고, 이 기간 사망자는 15명이었습니다. 그러나 4차 유행이 본격화한 7월부터 확진자가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1만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8월16일∼9월13일 사이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8437.7명이었습니다. 3차 유행 막바지였던 지난 1월13일∼2월10일 사이 6884.3명보다 약 1500명 더 늘어난 것이지요.

하지만 사망자 수는 4차 유행 때가 3차 유행 때보다 되레 적었습니다. 4차 유행 때인 8월16일~9월13일 하루 평균 사망자 수는 25.4명으로, 3차 유행 때인 1월6일~2월3일 50명에 견줘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지금껏 이스라엘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 수가 발생한 날도 3차 유행 때인 지난 1월20일로, 이날 하루 101명이 사망했습니다.

하루 수만명이 감염되고 있는 영국에서는 3차 유행 때와 4차 유행이 진행 중인 현재 상황이 더 크게 대비됩니다. 3차 유행 때인 지난 12월25일∼1월22일 사이 영국의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4만8239.7명이었습니다. 1월6일~2월3일 사이 하루 평균 사망자 수는 1142명이었고, 1월20일에는 하루에만 역대 최다인 1826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영국에서도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7월19일 방역을 완화했는데, 이 시기를 전후한 7월5일~8월2일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3만4817.7명, 사망자는 53.6명이었습니다. 방역을 완화하고 한달이 지난 8월16일~9월13일 사이에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3만4239명으로 3차 유행 때나 방역 완화 초기와 큰 차이 없는 추세를 보입니다. 하지만 사망자 수는 114.4명을 나타냈습니다. 방역 완화 한달이 지났지만, 3차 유행 때보다 사망자 수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겁니다. 다만, 방역 완화 직후보다는 2배 정도 늘어난 수치입니다.

싱가포르는 8월10일부터 방역을 완화했습니다. 이 시기 싱가포르의 1차 백신 접종률은 74%, 접종완료율은 66%였습니다. 영국과 이스라엘이 방역을 완화했던 시기의 접종률은 53∼58.6%였습니다. 이 때문에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일각에선 싱가포르를 ‘위드 코로나’의 모범 사례로 꼽았습니다. 접종률이 높아 식사 모임 제한을 2명에서 5명까지로 완화하는 등 단계적 완화를 해도 확진자 수가 급증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13일 기준, 싱가포르의 백신 1차 접종률은 84%, 접종완료율은 81%로 더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들어 코로나19 초기 이후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자, 점진적 완화 계획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4월 신규 확진자 수가 1426명 발생한 날이 있었던 이후, 강력한 방역 규제를 통해 1년 간 확진자 수를 두자릿수, 많으면 100명대 초반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다 지난 14일 기준 신규 확진자가 다시 837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접종률이 높아도 미접종자들 사이에서 전파가 확산하거나 돌파감염 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싱가포르는 그동안 워낙 방역을 철저히 해왔고 누적 사망자가 58명에 불과해, 팬데믹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루 1천명이 넘게 사망한 영국 등과는 사회의 ‘위험 수용성’이 다른 것이지요.

덴마크는 지난 10일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고, 나이트클럽에 들어갈 때도 접종증명서를 내지 않도록 하는 등 방역 규제를 전면 해제했습니다. 접종완료자의 비율이 74%로, 12살 이상 인구의 80% 이상이 접종을 마친 상태입니다. 지난 겨울 3차 유행 때는 확진자 수가 하루 4500명을 넘기도 했지만, 규제가 해제된 이후인 지난 11∼14일 하루 확진자 수는 200∼400명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를 보면, 지난 14일 기준 76.2명으로 한국(40.5명)보다 더 많지만 안정적인 상황으로 평가됩니다.

이렇게 ‘위드 코로나’ 선행 국가들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방역 완화 이전보다 확진자 수는 늘고 있지만, 사망자 수는 최소 절반, 많게는 10분의 1까지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감염이 되어도 위중증이 되거나 치명적인 상황에 이르는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단계적 일상 회복’ 체제로 들어가면 확진자 수를 ‘절대적 지표’로 삼던 이전과는 다른 지표를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해당 국가가 원래 갖고 있던 의료체계 안에서 병상 수 등을 감당할 수 있다면, 확진자 수는 이전과 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위드 코로나’는 한 나라의 의료체계 역량이 현재 확진자 수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하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건 감염 이후 상태가 악화해 사망까지 이르는 길을 차단하는 일입니다. 여기에 핵심은 백신이지요. 한국도 접종이 본격화한 지난 7~8월 치명률이 0.29%로 나오고 있어 이제까지의 누적 치명률(0.85%)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입니다. 이를 보면, 고령층과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 중에 미접종자가 있다면 이들의 접종률부터 우선해서 올려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매출 감소로 생활고를 겪던 자영업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장기간 이어진 방역 규제로 “살려달라”는 외침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더는 ‘단계적 일상 회복’을 늦출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위해선 확진자 수에 좌우되는 방역 정책보다 중증화율과 치명률 중심으로 우리 의료체계가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살펴봐야겠습니다. “확진자도 아플 때만 병원에 가도록 하는 의료체계 개편”(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이 필요한 이유도 같은 맥락 위에 있습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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