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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윤석열과 제보자, 국민은 누굴 더 신뢰할까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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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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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검찰 고발사주 의혹은 여러모로 이상한 점이 많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서둘러 윤석열을 피의자로 전격 입건한것만 봐도 그렇다. 한마디로 뜬금없다. 제보자가 제기한 의혹외엔 윤석열이 어떤식으로든 범죄에 연루됐다는 물증이나 연결고리가 밝혀진게 하나도 없기때문이다. 그런데도 덜컥 피의자도 만든것부터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입건 이유도 한편의 코미디다. 구체적 혐의가 밝혀졌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수처는 "현재 범죄 혐의를 포착했다는 게 아니다"라며 "이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죄가 있느냐 없느냐는 그 다음의 이야기"라고 했다.

죄가 있든 없든간에 일단 피의자로 만들어놓은뒤 '아니면 말고식' 수사를 하겠다는 무리수나 매한가지다.

보통 수사기관은 확실한 물증은 없지만 범죄혐의가 짙다고 판단되면 일단 참고인으로 자진출석을 유도해 미심쩍은 부분을 조사한다. 이후 범죄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만큼 채증이 됐다는 자신감이 들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시켜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는게 일반적이다.

구체적 증거나 물증이 없는데도 참고인 조사도 생략한채 바로 윤석열을 피의자로 규정한 공수처 처사가 이례적인건 이때문이다. 이런식이니 나중에 무혐의가 될지언정 야권대선후보에게 범죄 이미지를 덧씌우고 망신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드는것이다.

대선후보도 국민이다. 그런데 단순한 의혹 제기만으로 국민을 뚝딱 피의자로 만드는건 공권력 남용이자 국가폭력이다.

친여성향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낸지 사흘만에 전광석화처럼 공수처가 강제수사에 나선것도 석연치 않다. 이 시민단체는 이전에도 24차례에 걸쳐 윤석열을 고발한 바 있다. 이를 모를리 없는 공수처가 기다렸다는듯 발빠르게 움직이니 뭔가 의도가 있는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공수처가 이렇게 빨리 움직인 적이 없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수사 착수를 4개월간 미적거리고, 이성윤 전중앙지검장 조사때도 차일피일 조사를 미루다 공수처장 관용차까지 보내 모셔오는 황제조사를했다. 집권세력 권력수사는 미적거리고 뭉갠다는 비판을 받았던건 이때문이다.

검찰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윤석열 검찰사주 의혹을 고발하자마자 하룻만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한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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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을 통한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임을 밝힌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오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수사기관에 제출한 증거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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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조성은)의 좌충우돌 행보와 앞뒤가 맞지 않는 언사도 이해하기 힘들다.

제보자가 누구인지 궁금증이 커지던 때 갑작스레 조씨는 SNS에 입장문을 올려 "저를 공익신고자라고 몰아가며 각종 모욕과 허위사실을 이야기 하고 있다"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자신이 제보자가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다. 그런데 하룻만에 말을 바꿔 제보자이자 공익신고자가 맞다고 했다. 왜 처음엔 부인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인터넷 매체에 검찰고발사주를 폭로한 것에 대해 제보라 아니라 '사고'라고도 했다. 해당매체 기자랑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는데 덜컥 기사화 됐다는 의미인것 같다.

20년 넘게 언론계에 몸 담은 필자가 볼때 말도 안되는 궤변이다. 기자를 만나 캡처한 자료까지 넘겨줬다면 당연히 기사화될 것으로 보는게 상식이다. 더구나 정치권 이력이 적지 않은 조씨가 이같은 언론의 속성을 모를리 없다.

더 황당한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제보 3주전에 박지원 국정원장과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연히 정치적 배후 논란이 커졌는데 조씨는 식사자리에서 고발사주 의혹건은 입에 담지도 않았다고 했다.

국정원장과 단둘이 최고급 호텔에서 비싼 음식을 먹으며 신변잡기 잡담만 했다는건데 국민들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지난 9월 2일 폭로기사가 나오기 직전인 8월말에도 조씨가 또 한차례 국정원장을 만난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은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사실 누가 봐도 "이게 뭐지"라는 의심스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같은 의심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건 조씨다. 조씨는 지난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

(인터넷 매체 폭로기사가 나온)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거나,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다"라는 폭탄발언을 했다.

누가봐도 '우리원장님'은 '국정원장'을 지칭한 것이다. 조씨 스스로 국정원장이 검찰사주 의혹보도에 개입했다는걸 고백한것으로 보는것 외에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또 조씨는 폭로 기사가 나온 9월 2일이 인터넷매체에서 '치자'고 결정했던 날짜라고도 했다. '치자'라는건 특정 대상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는걸 말한다. 이러니 국정원장의 제보사주 정치공작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발언 후폭풍이 커지자 조씨는 "얼떨결에 나온 발언"이라며 "말꼬리 잡지말라"고 발끈했다. 하지만 왜 갑자기 우리원장님이 툭 튀어나왔는지에 대해선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얼떨결에 나온 진담이라는건지 말실수라는건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국정원장 처신도 실망스럽다. 정치공작 이야기가 나오자 윤석열을 겨냥해 "(총장 시절) 저하고도 술 많이 마셨다"고 했다. 술 이야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본질에서 한참 벗어났다.

또 "윤우진 사건 자료를 다 갖고 있다"며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왜 밟느냐. 그러면 화나서 확 물어버린다"고도 했다. 나를 공격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겁박으로 들린다. '윤우진 사건'은 윤석열이 측근인 윤대진 검사장의 형인 윤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하고 뇌물수수 혐의 수사도 무마했다는 의혹이다.

국민이 야권대선후보에 대해 알아야할 비리 자료가 있다면 국민앞에 공개하면 될일이다.

윤석열은 "제가 그렇게 무섭습니까. 저 하나 그런 공작으로 제거하면 정권 창출이 그냥 됩니까"라고 했다. 떳떳하니 뭐든 당당하게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과 제보자중 어느쪽에 더 믿음이 가는가. 현재까지 나온걸로만 본다면 답은 너무 명명백백한것 같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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