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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기자수첩]'K-방역'의 배신…거리에 선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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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지침에 'K-방역' 신뢰 추락 규제 일색…'참여형 방역'으로 전환해야 [비즈니스워치] 이현석 기자 tryo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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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니스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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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의 후폭풍을 고스란히 감내해왔던 자영업자들이 결국 한계에 다달았다. 전국에서 3000여 명이 차량 시위에 나섰다. 자영업자들은 정부에 '위드(with) 코로나' 전환과 영업시간·인원 제한 규정 폐지를 요구했다. 전문가들도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나아가 정부 방역 정책이 신뢰를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영업자들은 1년 반이 넘는 시간동안 일방적인 '양보'만을 강요받았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정부의 방역 조치에 적극 협조해왔다. 유례없는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동참하겠다는 마음이 컸다. 임대료를 깎아주고, 영업을 지원해주는 '착한 임대인'이 나오기도 했다. 이들의 양보와 희생은 K-방역 성공의 원동력이었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한때 세계적으로 코로나19를 가장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국가라는 찬사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자 선의에만 의존해왔던 K-방역의 민낯이 드러났다. 2차, 3차 대유행을 거치며 방역 지침의 강도가 오르내렸다. 현장의 피로도는 급속도로 높아졌다. 최저임금과 각종 세금이 오르며 자영업자가 짊어져야 할 부담도 커졌다. 결국 '황금 상권'으로 불리던 명동·홍대·강남·이태원 대로변마저 공실이 속출했다. 그럼에도 규제는 더욱 강화됐다.

4차 대유행은 '2라운드'의 시작이었다. 더욱 강력한 규제가 이어졌다. 정부는 4차 대유행 직후 2인 이상 집합금지 등 초강력 조치를 내놨다. 짧고 굵게 방역을 마치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꺾이지 않았다. 여론의 비판이 일자 정부는 방역 지침 강도를 슬쩍 낮췄다. 4인 이상 모임을 허용했다. 백신 인센티브도 활성화했다. 코로나19 확산을 각오한 강수였지만 확진자 발생 추이에는 변화가 없었다.

정부는 이를 강력한 방역 및 백신 접종의 결과로 봤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시선은 다르다. 방역을 완화해도 상황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기꺼이 양보해 오던 선의는 '분노'가 됐다. 정부는 뾰족한 손실 보상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지원금은 턱없이 적었다. 추가 대출 등 정책에도 한계는 분명했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늦은 밤 도로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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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주요 상권마저 공실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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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여전히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연말 '위드 코로나'에 돌입하고 내년 예산을 투입해 자영업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청사진이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국내 백신 접종률은 낮은 수준이다. 앞서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이스라엘처럼 코로나19가 다시 급격히 확산할 수도 있다. 게다가 내년 3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있다. 현 정부의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지원을 호소하지 않고 있다. '이해할 수 있는 지침'을 달라는 것이 그들의 요구다. 일례로 올 추석 연휴 성묘는 4명만 갈 수 있다. 반면 집안에는 8명까지 모일 수 있다. 실외가 실내보다 코로나19 전파 위험성이 낮음을 고려하면 모순적 조치라는 지적이다. 자영업자들은 이런 아이러니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움직임은 위드 코로나 준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백신 부작용을 철저히 분석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의심 증상 원인의 상당수를 기저질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오접종 사고도 늘고 있다. 지난 7월 전월 대비 63건 증가했던 오접종 사고는 8월 들어 450건 이상 늘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과보다 접종 홍보에만 열심이다. 백신을 기피하는 국민이 느는 것은 당연하다. K-방역의 근간이었던 국민 협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방역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가 주최한 '지속 가능한 K-방역 2.0 준비를 위한 간담회'에서는 더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내의 코로나19 치명률이 유의미하게 낮은 만큼 규제보다는 '참여형 방역'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나아가 확진자 추적검사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방역에 정답은 없다. 미래를 위해 좀 더 견뎌내야 한다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기준을 잃은 K-방역이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지금의 K-방역 정책으로는 더 이상 사회적 동의를 얻어내기 어렵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K-방역의 부족함을 인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 회복을 위한 '출구 전략'을 짤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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