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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中 전문가 인터뷰]“아프간은 제국의 무덤 아닌 미끼…美 이중잣대가 혼란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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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융뱌오 中 란저우대 교수]
"美 아프간서 주변국 배척하고 내정간섭
철군은 주민들 내팽개치는 무책임한 행위
강국들이 선제적으로 아프간에 개입해와
탈레반은 평화의 중요 세력..교류 강화해야
美, 中 겨냥하려 ETIM 테러지정 해제 오판"
한국일보

중국의 아프간 문제 전문가인 주융뱌오 란저우대 정치국제관계학원 교수. 아프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지역 정세를 주제로 중국 국가안보와 대외전략의 방향을 제시해온 소장파 학자다. 본인 제공


아프가니스탄 ‘힘의 공백’을 지켜보는 중국의 속내가 복잡하다. 지난 20년간 미군의 군사개입에 날을 세웠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말 철군을 공언하자 되레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섣불리 발을 들여놓지 않으면서도 연일 혈투를 벌이는 아프간 정부, 무장조직 탈레반 양측과 접촉면을 넓히며 발 빠르게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 란저우대 정치국제관계학원 아프간연구센터장을 지낸 주융뱌오(朱永彪) 교수는 9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은 아프간에서 이중잣대로 주변국을 배척해왔다”며 “철군은 아프간 주민들을 내팽개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프간이 ‘제국의 무덤’이라는 지적과 관련 “무덤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미끼”라면서 “강대국이 휘말리도록 아프간 안팎의 세력이 유인하거나 강국들이 선제적으로 개입해왔다”고 분석했다. 옛소련과 미국이 아프간에서 막대한 손해를 입고 철수한 건 잇속을 챙기려다 자초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주 교수는 급속히 세력을 팽창하는 탈레반과 중국의 관계를 묻자 “탈레반은 아프간의 평화를 위한 관건”이라며 “중국도 어쩔 수 없이 이들과 교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이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을 테러조직 명단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ETIM의 위협을 무시했다”면서 “미국이 테러를 용인하고 심지어 부추긴다는 잘못된 신호를 국제사회에 보낸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국일보

4월 13일부터 8월 8일까지 아프간 세력판도 변화. 붉은색이 탈레반, 회색이 아프간 정부 점령 지역이다. 분홍색은 양측 경합지역. 갈수록 붉은색 영토가 넓어지고 있다. Longwarjournal 캡처


_중국은 줄곧 미군의 아프간 주둔에 반대해왔다. 그런데 왜 철군 결정을 비판하나.

“중국이 반대한 건 미군이 아프간에서 군사행동의 목표를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반테러와 재건활동을 넘어 아프간 문제를 빌미로 지역 국가의 민주화를 추진하고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며 테러 대응에 이중잣대를 들이댔다.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통합하고 중국, 러시아, 이란 등 주변국을 배척해왔다. 무엇보다 이번 철수는 아프간 정부와 주민들을 팽개친 것이다. 미국이 아프간의 안정에 도움을 줄 때만 중국은 용인할 수 있다.”

_왕이 외교부장이 최근 탈레반 지도자를 톈진에서 만났다. 중국은 왜 무장세력과 협력하려는 건가.

“협력이 아니라 정치적 교류다. 미국도 탈레반과 이전부터 접촉해왔고, 러시아는 그보다 더 오래됐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중국이 아프간 문제, 특히 내부 평화프로세스에 더 큰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다.”

_중국은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가운데 누구를 더 중시하나. 양쪽의 균형이 가능할까.

“가니(아프간 대통령) 정부는 아프간의 합법 정부이고, 탈레반은 아프간의 중요한 정치세력이다. 따라서 중국은 아프간 정부를 더 중요시한다.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건 매우 어렵다. 그건 한 국가의 외교 수준을 가늠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일보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달 28일 톈진으로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의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초청해 면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미군 철수는 미국의 아프간 정책 실패를 상징한다고 일갈했다. 톈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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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미군 철수 이후 힘의 균형이 어느 쪽으로 기울까.

“고려할 요인이 많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아프간 정부를 장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 △도시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탈레반이 소수민족이나 지방 군벌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 △아프간 주민, 특히 젊은이들이 혼돈과 충돌로 점철된 조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달려 있다. 앞으로 상당 기간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일진일퇴하며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_중국이 향후 아프간에서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아프간이 헤어날 수 없는 장기간 혼란에 빠져 극단주의와 공포주의가 확대돼 주변국은 물론 전 세계에 충격을 주는 상황이다.”

_흔히들 아프간을 ‘제국의 무덤’이라고 한다. 동의하나.

“아프간은 ‘제국의 무덤’이라기보다 제국의 무덤 안에 있는 ‘미끼’라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다. 아프간 내ㆍ외부 세력은 여러 겹으로 포장된 정세를 이용해 강대국들이 휘말리도록 유인했다. 또 일부 국가는 선제적으로 개입해왔다. 사실 오랜 기간 아프간의 지정학적·전략적 가치가 과대 평가돼왔다. 영국, 소련, 미국 등이 그런 식으로 아프간에 개입해왔다.”

_중국의 아프간 해법은 무엇인가. 미국의 해법과 무엇이 다른가.

“현재로선 각국이 폭넓게 수용할 만한 묘책이 없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제시한 대화와 정치적 해결방안이 우위에 있지만 실현될지는 또 다른 문제다. 다만 근대 이후 중국과 아프간은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중국의 역사적 경험은 아프간 갈등 해결에 참고가 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아프간 사정을 더 잘 이해한다. 반면 미국은 아프간의 역사와 정세를 무시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환상에 사로잡혀 거칠게 간섭하면서 비난을 퍼붓는다. 그에 비해 중국이 낫다.”
한국일보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 북부 최대도시 쿤두즈 시내 광장에 8일 탈레반 깃발이 걸려 있다. 쿤두즈=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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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무장단체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에 대한 중국의 시각은.

“ETIM은 테러조직이다. 알카에다와 긴밀히 연계돼 있다.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서 이슬람국가(IS)의 테러활동을 지지하고 동참하며 글로벌 ‘지하드’ 운동을 벌여왔다. 또한 ETIM은 중국을 향해 테러공격을 가하거나 공격을 부추겼다. 중국은 ETIM 등 테러조직을 단호하게 응징해왔다. 아울러 합법적인 수단으로 관련 활동을 감시하며 타격을 가하고 있다.”

_미국이 지난해 11월 ETIM에 대한 테러조직 지정을 해제했는데.

“미국의 조치는 정당하지 않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하기 위해 ETIM의 위협을 무시하고 있다. 명백한 이중잣대다. 테러가 인류의 적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테러에 맞서는 중국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테러대응 태세를 해치는 것이다. 다른 테러조직에게도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국제정치가 혼란에 빠졌다.”

_중국은 탈레반과 서로 ‘내정 불간섭’ 원칙을 밝혔다. 하지만 탈레반이 위구르 무장단체를 통제하지 않거나 오히려 지원한다면.

“중국은 정치, 경제, 안보 등 모든 측면에서 탈레반에 제재를 가하고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_아프간 정부는 중국 주도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 정식 회원국이 될 가능성이 있나.

“아프간 정부는 SCO 회원국이 되려고 수차례 신청했지만 SCO의 엄격한 자격심사 메커니즘과 절차에 따라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 먼저 아프간의 평화를 이뤄내야 한다. 내전이나 주권이 불완전한 상태로는 회원국이 될 수 없다. 반대로 평화가 정착되고 SCO 회원국이 되면 지원과 투자는 대폭 확대될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와 지역개발 구상에서 아프간을 더 많이 고려할 것이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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