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급 배우, 지상파 드라마 제작진 진출
크래프톤 등 대규모 투자, '숏챠' 등 출시
불륜, 복수 등 자극적인 소재가 주류
"좋은 콘텐츠 고민과 '대표 작품' 필요"
배우 이동건(왼쪽)과 박하선. FNC엔터테인먼트, 블리츠웨이스튜디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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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박하선과 이동건은 다음 달 공개되는 쇼트폼 드라마 ‘아무짝에 쓸모없는 사랑’의 주연을 맡았다. 주로 무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회당 1~2분 분량의 쇼트폼 드라마에 주연급 유명 배우가 출연한 건 처음이다. 제작진 역시 지상파 드라마를 만들던 ‘고급 인력’들이다. 최고 시청률 49.3%를 기록할 만큼 인기몰이를 했던 ‘제빵왕 김탁구’(2010)를 만든 26년차 베테랑 이정섭 PD가 연출을 맡았다.
#. 대형 게임사 크래프톤은 지난 9월 쇼트폼 드라마 전용 플랫폼 ‘비글루’를 운영하는 스푼랩스에 1,2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쇼트폼 드라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새 시장 공략에 나선 것. 디앤씨미디어, 엔피 등 콘텐츠 기업들도 잇따라 쇼트폼 드라마 투자에 나섰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는 국내 OTT 중 처음으로 쇼트폼 드라마 플랫폼 ‘숏챠’를 출시했다. 티빙 역시 쇼트폼 드라마 서비스 신설을 검토 중이다.
쇼트폼 드라마에 돈과 사람이 몰리고 있다. 쇼트폼 드라마는 회당 1~2분 안팎의 매우 짧은 드라마가 총 30~100화에서 완결된다. 전용 플랫폼에서 공개되는 세로형 드라마로, 처음 5~10화는 무료지만 이후 회당 500~1,000원을 결제하거나 광고를 시청해야 볼 수 있다. 짧은 영상과 빠른 전개를 선호하는 추세에 맞춰 중국, 북미, 동남아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콘텐츠지만 최근 제작과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가 지난 9월 출시한 쇼트폼 드라마 플랫폼 '숏차'. 왓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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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업계 불황, 가성비 좋은 '쇼트폼'으로
이정섭 PD가 쇼트폼 드라마 제작에 나서게 된 계기는 지난 8월 중국 출장이었다. 2020년 전후 쇼트폼 드라마가 처음 등장한 중국에서 쇼트폼 드라마 열풍은 거세다. 지난해 중국 내 쇼트폼 드라마 시청자는 5억7,600만 명, 시장 규모는 300억 위안(5조8,000억 원)이었고, 올해는 500억 위안(9조7,000억 원)을 돌파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쇼트폼 드라마 영향력이 커지자 중국 당국이 최근 “(드라마 속) 재벌과 시댁을 착하게 그리라”는 관리 지침을 내놨을 정도다.
중국이 만들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쇼트폼 드라마 앱 '릴숏'. 릴숏 캡처 |
중국의 대표적인 쇼트폼 드라마 플랫폼 ‘릴숏’이 미국 앱스토어 엔터테인먼트 부문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는 등 북미 지역 진출에 성공하며 글로벌 시장도 선점했다. 이정섭 PD는 “중국 쇼트폼 드라마 제작 현장에 가 보니 자본과 콘텐츠의 흐름이 보였다”며 “한국도 긴 호흡의 드라마 보는 걸 수고스러워하는 상황이니 쇼트폼으로 사람들의 고민과 감정을 담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업계 불황의 여파도 있다. 배우들의 높은 출연료 등으로 제작비가 치솟았는데, 쇼트폼 드라마는 '저비용 고효율'이 가능하다. 인기를 끈 중국 쇼트폼 드라마들은 제작비의 100~200배 정도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동안 촬영해 회당 2분씩 총 50회로 공개될 예정인 ‘아무짝에 쓸모 없는 사랑’도 제작비가 매우 낮았다. 이 PD는 "배우와 제작진이 실험정신으로 참여해 최소한의 인건비만 받았다"고 말했다.
불륜, 복수 자극성만으로 지속 가능할까
국내 기업인 스푼라디오가 지난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쇼트폼 드라마 앱 '비글루'. 비글루 캡처 |
다만 대중적인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내는 대표작 하나 없는 쇼트폼 드라마 불모지나 다름없다. 김인애 한국콘텐츠진흥원 선임연구원은 “화제작이 나오면 한국 시장도 활발해질 것 같다”며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확산되는 등 2차 놀이 문화로 승화될 수 있는지도 중요한 흥행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와 콘텐츠 품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중국과 국내 작품은 대부분 불륜, 복수,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인 소재 일색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작품의 퀄리티보다는 산업적인 측면의 논의만 많다”며 “쇼트폼이 자극적인 문법을 벗어났을 때도 지속가능할지 등 콘텐츠 발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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