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이슈 주목받는 블록체인 기술

싱가포르 해법처럼…블록체인 기술 살리고, 코인상장 깐깐하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기로에 선 코인시장 (下) ◆

매일경제

전문가들은 국내 기형적인 코인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토큰(가상화폐) 이코노미`를 키우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시민들이 서울 강남구 소재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충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코인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토큰 이코노미'를 키우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큰 이코노미란 토큰(가상화폐)을 기반으로 하는 광범위한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성장·발전하는 경제 시스템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회에서 발의돼 논의 중인 가상화폐업권법은 주로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추가로 코인 생태계 등 블록체인 산업을 키우는 전략도 더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가상화폐업권법 도입이 논의되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을 자처하는 코인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와 이를 통한 투자자 보호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특별한 기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상당수다. 정석문 코빗 사업개발담당 이사는 "국내에선 블록체인이 주는 부가가치가 무엇인지, 탈중앙화가 왜 중요한지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잘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렇게나 시작한 사업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기술력과 사업성을 갖춘 재단과 그렇지 않은 곳을 걸러낼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가 규제 산업으로 들어오려면 블록체인 기술과 사업을 진지하게 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선별하는 작업을 정교하게 해야 한다"며 "가상화폐 투자와 거래에서 끝나지 않고 각 기술을 중심으로 실제 서비스가 나와, 미래 잠재성과 현실 간 틈을 좁혀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가상화폐거래소 외에 코인을 발행하는 재단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가상화폐거래소는 신고를 통해 제도권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발행·판매하고 사업을 하는 재단 관련 규제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선 미국과 유럽연합(EU)처럼 가상화폐를 종류별로 분류하고, 자본시장법으로 규율할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 기준을 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EU의 가상화폐 규제안인 '미카(MiCA)'를 참고할 만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미카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금융투자상품이 아닌 가상화폐는 △발행인 규제 △공시 의무 △불공정거래 규제 △업자 규제 등을 받는다. 가상화폐거래소뿐만 아니라 이를 발행·판매하는 재단을 규율하고, 투자자들이 백서와 공시를 보고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도우려는 목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가상화폐 시장은 아무나 시장조성자가 될 수 있는 방식으로 불투명하게 운영됐다"며 "빨리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인프라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활성화와 규제 사이에서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 강화와 기술 진흥이 동전의 양면처럼 작용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일찌감치 가상화폐 규제를 도입한 일본은 시장이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2016년 비트코인 거래량 중 60%에 달했던 일본 엔화는 현재 4.5%로 줄어들었다. 가상화폐거래소 포블게이트의 이철이 대표는 "민간기업들이 서로 경쟁하고 투자를 받으며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일부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며 "기준을 만든 뒤 산업을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강력한 투자자 보호 조치를 하는 곳은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가상화폐공개(ICO)에 강력한 규제를 하면서도 기업들이 자유롭게 블록체인 사업을 실험하도록 풀어줬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1월부터 '지불서비스법'을 시행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사업자가 당국의 규제를 받는다. 동시에 은행은 이미 가상화폐 사업에 뛰어들었다. 싱가포르 DBS 은행은 같은 해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세웠다.

[이새하 기자 / 한상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