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2 (일)

이슈 폭염에 전력 부족 위기

한파·폭염에 전력난 가중되자…ESS 몸값 높아지는 이유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 초부터 반복되고 있는 역대급 한파와 폭염으로 전력난이 심화되면서 에너지 산업계에 ESS(에너지저장장치) 역할론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탈탄소 기후변화 대응을 전제하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ESS의 보완적 기능이 필요하단 점에서다.


IEA "재생에너지만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 충당 역부족"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이번 달 발간한 '전력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전력 수요가 전년 대비 크게 반등할 전망이다.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여파로 전세계 전력 수요가 전년 대비 1% 가량 하락했던 반면 올해는 전년 대비 약 5% 반등하고 2022년에도 4%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추정치가 맞다면 이같은 성장세는 지난 2010년 이후 최대 성장폭이다. 전세계 연도별 전기 소비량은 2000년 1만4157.1TWh(테라와트시)에서 2018년 2만4738.9TWh로 꾸준히 증가했는데 2010년에는 전년 대비 7.2% 늘어난 1만9851.8TWh를 기록했었다.

올해의 전력 수요 성장세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빠른 경기 회복세를 반영한 영향이 크다. IEA는 재생가능한 전력 생산도 빠르게 늘어 올해 전년 대비 8%, 2022년에는 6% 성장할 것으로 봤지만 전세계 전력 수요를 충당키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IEA에 따르면 2018년 전력 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한 비중이 38.0%로 가장 높았고 이에 비해 태양광은 2.1%, 풍력은 4.8%에 불과했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가 확산되고 있단 점을 감안하면 전력 수요는 예상보다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다.

올 들어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지난 6월 톤당 15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석탄 의존도를 쉽게 줄이지 못한다는 것은 탄소중립 로드맵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경고도 함께 나왔다.

IEA는 이에 더해 극심한 추위나 더위 등 이상기후 현상이 재생에너지 확산에 장애 요인이라 봤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 수급이 중요한데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에너지 컨설팅사 와트-로직의 설립자 캐드리 포터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공급의 안정성 때문에 석탄에서 탈피하긴 어렵다"며 "정부가 전기를 공급치 말 것인가, 아니면 석탄을 쓸 것인가 선택에 직면할 때 그들은 석탄을 선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SS 시장 연평균 30% 성장···소재 혁신, 안전 확보, 계통 해결 뒤따라야

재생에너지 비중도 늘리고 안정적 전력 수급도 담보하려면 결국 ESS(에너지저장장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단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생산 전력이 남을 때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기 위함이다.

전기차 뿐 아니라 ESS용 배터리를 만드는 기업들에는 우선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19년 13억달러에서 2030년 243억달러(약 28조원)로 연평균 30.3% 성장할 전망이다.

단, 풀어야 할 숙제들도 있다. 우선 ESS에 쓰이는 단주기 배터리를 장주기 배터리(Long duration battery)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재와 기술혁신이 필요한 부분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이 부분을 인지한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성된 ESS가 태양광이나 풍력으로부터 한 번에 4~6시간 사용 어치 전력을 저장하는데 이 기간을 짧게는 수 일에서 길게는 수 주까지도 늘리는 연구 개발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ESS 저장 용량을 키우기 위한 관건은 단가다. WSJ에 따르면 현재 리튬이온 ESS에 쓰이는 배터리 비용은 킬로와트 시간당 50~80달러 수준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완전히 대체할 수준의 경제성을 갖추려면 이 비용이 20달러 이하까지 떨어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폼에너지'란 스타트업이 리튬이온 대신 철 소재를 이용, 전기차가 아닌 ESS만을 겨냥해 2023년을 목표로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6일 이상분 전력을 쓸 수 있는 1메가와트 배터리를 배치할 계획이라 밝혀 외신 주목을 받기도 했다.

화재로부터의 안전성도 빼놓을 수 없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우수하지만 화재 우려가 꾸준히 지적돼왔다. 이 측면에서 오랜 시간 주목받아 온 소재 중 하나는 바나듐이다. 바나듐을 이용한 2차전지는 전해액을 유기용매가 아닌 수계 전해액을 사용해 화재 위험이 거의 없고 수명도 리튬이온전지 대비 2배 가량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부피가 커서 모빌리티용보다는 ESS용에 더 적합할 것으로 본다.

계통 문제도 중요하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ESS의 효율을 높이고 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업계에서도 진행 중"이라면서도 "적시에, 필요한 만큼의 전력을 필요한 곳에 제대로 보내기 위한 송배전 인프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은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장기적으로 30%, 50%, 그 이상 늘려나가려면 12시간 이상분의 에너지 저장이 반드시 필요해 진다"며 "경제성이 있으면서도 안전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민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