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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오늘 38도까지 치솟는다…美 57도 中 폭우 지구가 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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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2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의 한 지하차도 앞에 빗물로 불어난 물에 떠내려온 차량들이 뒤엉켜 있다. 정저우에서는 지난 17일부터 나흘간 1년치 강수량에 맞먹는 617㎜의 폭우가 쏟아져 지하철에 갇혔던 승객 12명 등 25명이 숨졌다. 허난성 당국은 이번 홍수로 이날까지 33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허난성에서는 37만6000명이 대피했고, 농지와 주택이 침수돼 주민들이 2200억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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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에 5년째 살고 있는데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위는 처음입니다." "독일은 저녁에 날씨가 으슬으슬 춥고 갑자기 비가 내려서 일교차가 엄청나요." "미국에서는 선글라스 없이는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햇빛이 너무 강하고, 한번 비가 오면 밖을 다닐 수 없을 정도로 강도가 세네요."

올여름 지구촌 곳곳이 기후변화로 인한 몸살을 앓고 있다. 북미에서는 역대급 폭염과 산불·가뭄이 찾아왔고 서유럽과 중국·일본 등은 기록적 폭우로 인명·재산 피해가 커지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장마가 역대 세 번째로 짧게 끝난 후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낮 최고기온이 38도를 넘어서는 찜통더위가 예보됐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제트기류가 느슨해지고 기압계가 정체되면서 한쪽에선 비가 쏟아지고 다른 쪽에선 뜨거운 공기가 갇혀 있는 '열돔 현상(heat dome)'이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1000년 만의 기록적 폭우'라는 말이 나오는 독일·벨기에 등 서유럽에서는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지하철 안에 갇힌 승객 수십 명이 사망했다. 네이멍구에서는 집중호우로 댐 2개가 무너졌고, 수도 베이징에도 폭우 경보가 내려져 항공편과 열차 운행이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지난 3일 일본 시즈오카현에서도 장마철 폭우로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나 3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12일 영국 런던에서는 하루에 과거 한 달치 비가 쏟아지며 도시 곳곳이 물에 잠겼고,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로 사상 처음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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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캐나다 등 북미 서부 지역은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1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에 걸쳐 있는 데스밸리 국립공원은 기온이 56.7도까지 올라갔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도 최고기온이 48도를 기록했다. 지난 6월부터 폭염으로 발생한 산불 다수가 이달까지 이어지면서 오리건, 캘리포니아, 아이다호 등 13개주에서 80건의 화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기온이 30도를 넘기도 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북극과 중위도의 기온차가 클 때 북극을 싸고 도는 제트기류가 강한데 최근 북극 기온이 상승해 제트기류가 약해졌다"며 "이로 인해 유럽은 북극의 한기가 내려왔고 북미 지역은 뜨거운 공기가 정체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의 찬 공기와 더운 공기를 섞어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평년과는 다른 극단적인 기후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폭염연구센터장)는 "북극의 저기압이 강해 중위도에서는 고기압이 발달하며 제트기류가 고위도로 이동하는 모습"이라며 "중위도 고기압 사이에서 발생한 저기압이 이동하지 못하고 정체돼 같은 지역에 계속 비를 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영국에선 폭염이 이어지고 독일에선 폭우가 쏟아진 현상과 비슷하게 우리나라 근처에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중국 내륙에는 저기압이 정체돼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있다"며 "정체 고기압과 저기압이 지구촌 곳곳에 동시에 발생하면서 좁은 지역에 같은 날씨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구 온난화로 전 지구적 이상기후 현상은 최근 매년 반복되는 모습이다. 기상청이 지난해 발간한 '2020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8월 동아시아에 기록적인 긴 장마철과 집중호우, 최다 강수량이 나타났다. 보고서에선 "전 지구 평균 기온의 지속적인 증가와 북극 해빙 면적의 지속적인 감소 등이 전 지구 이상기후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북미 서부 지역을 에워싸고 있는 열돔 현상은 이번주 우리나라에도 찾아와 서쪽 지역에 최고 38도가 넘는 폭염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열돔은 고기압이 한 지역에 정체돼 더운 공기를 가두면서 기온을 계속 끌어올리는 현상이다. 기상청 온라인 예보브리핑에서 우진규 예보분석관은 "오는 25일까지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 영향으로 기온이 크게 오르며 서쪽 일부 지역에 낮 최고기온 38도 이상의 폭염이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27일께 제6호 태풍 인파(IN-FA)가 중국 내륙에 상륙하면서 우리나라에 덥고 습한 열기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우 분석관은 "다음주 초 낮 기온이 33도가량으로 예보됐지만 태풍의 수증기가 가미되기 때문에 열대야 현상이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도권은 열섬 효과까지 더해져 기온이 크게 오르고 불쾌지수가 높게 형성돼 체감 기온은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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