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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개미들 깜깜이 주식투자 왜 많은지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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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증시 레벨업①] 증권사 기업분석보고서 특정종목만 코스피와 코스닥 간 비대칭도 '뚜렷' [비즈니스워치] 최이레 기자 ire@bizwatch.co.kr

국내 증시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상장 기업 수는 2500개, 시가총액은 2700조원에 달한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도 10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주식시장의 규모는 물론 투자 인구도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리포트로 불리는 증권사의 기업분석보고서다. 리포트는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투자 정보를 제공한다. 문제는 리포트가 특정기업에 집중된 데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간 격차도 크다는 데 있다.

개미들의 깜깜이 투자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최근에는 개인들도 다양한 루트를 통해 많은 투자정보를 접할 수 있긴 하지만, 공신력이 높은 정보가 부족해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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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스피에 집중되는 증권사 리포트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증권사들이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발행한 리포트는 5만5395건으로 1만9843건에 그친 코스닥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많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코스닥 상장사 리포트는 2017년 4450건, 2018년 4259건, 2019년 4362건 등 4000건 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5999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 기준으로는 2243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사 리포트는 매년 1만1000건 이상 나왔고, 올해 상반기에도 6000건에 근접했다.

리포트에 실린 기업 수는 코스닥이 더 많았다. 2017년 518개사, 2018년 527개사, 2019년 550개사, 2020년 583개사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507개사가 리포트에 올랐다. 코스피의 경우 2017년 410개사, 2018년 406개사, 2019년 390개사, 2020년 346개사 수준이었다.

코스피 상장사 리포트는 그 숫자는 많지만 그만큼 특정기업에 더 집중됐다고 볼 수 있다. 실제 2017년 가장 많은 리포트가 나온 기업은 엔씨소프트로 256개에 달했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삼성전자 리포트가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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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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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만 보는 기관투자자 영향

증권사 리포트가 코스피 일부 기업에 집중되고, 코스닥의 경우 그 범위가 한정적인 데는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우선 기관투자자들의 스타일과 연관이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은 대표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에 주로 투자한다. KRX300이나 코스피200, 코스닥150지수에 포함된 대형주들이 주된 대상이다.

자산운용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관투자자들이 대형주만 취급하다 보니 증권사 리포트 역시 특정기업에 쏠릴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머니파워를 가진 기관들이 주로 특정기업만 투자하다 보니 리포트를 쓰는 애널리스트들도 해당 기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대기업 위주로 분석하는 게 전체적인 업무의 성과나 효율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코스닥이다. 코스피의 경우 코스피200지수 편입 종목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 가까이 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카카오 등 시총 상위 종목이 대다수 포진하고 있어 이들 기업만 커버해도 코스피 시장 전반을 다루는 효과가 있다.

반면 코스닥은 코스닥150지수 편입 종목이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50% 수준에 불과하다. 상장 기업 수는 1505개사로 코스피보다 1.5배가량 많다. 그만큼 리포트가 커버하지 않은 영역이 많다는 얘기다.

이는 수치로도 잘 드러난다. 최근 4년 평균 코스피 상장사 대상 리포트 수는 389개, 코스닥은 545개다. 이를 상장사 수로 나누면 대략적인 시장 커버 비율을 확인할 수 있는데 코스피는 48%로 절반 가까이 되는 반면 코스닥은 36%에 그쳤다

유관기관 역할 더 확대해야

그렇다고 증권사에 투자정보 제공의 책임을 묻긴 어렵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증권사 리서치센터 규모는 계속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1명 이상의 애널리스트가 재직 중인 국내 및 해외 증권사는 총 48개사다. 이 중 NH투자증권가 126명으로 가장 많고,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71명, 67명 수준이다. 2450개가 넘는 상장사를 모두 다루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제시하는 단순 커버리지 기업을 기준으로 보면 섹터 애널리스트들이 담당하는 기업은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20개에 달한다"면서 "여기에서 추가적으로 분석기업을 더 늘리는 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 대안으로 퇴직 애널리스트 활용과 기업문화 개선, 주주활동 강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증권유관기관들이 앞장서서 투자정보 사각지대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한국거래소나 금융투자협회가 중소기업특화 증권사 선정이나 코스닥 기업분석보고서 발간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개인들을 위해 더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면서 "퇴직 애널리스트들을 활용해 시총 500억~600억원정도의 소규모 상장사들까지 분석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상장사들의 폐쇄적인 기업문화도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홍 의원은 "일부 기업들이 기술유출 등을 우려해 주주들을 위한 정보 공개에 비협조적"이라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경영에 침해되지 않은 선에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활발한 주주활동도 요구되고 있다. 소규모 상장사의 경우 주주구성이 비교적 단순해 주주활동을 통해 기업에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선 지점에 근무하는 증권사 직원은 "일부 상장사 주식담당자들이 주주를 무시하거나 퉁명스럽게 응대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면서 "동학개미운동과 함께 개인들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주주총회 참석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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