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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윤석열씨는 본인 매력을 뭐라 생각하시는지 [노원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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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영에 속해 있다는 한 정치평론가가 1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처, 장모의 의혹이 정리된 일부의 문서화된 파일을 입수했다"며 "윤 전 총장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구나라는 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다. 본인 스스로 "검증할 능력은 없다"고 하면서 출처 불명의 파일에 신빙성을 부여한다. 윤석열 관련 찌라시라면 그가 말하는 것 말고도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출마하면, 후보가 되면, 의혹이 사실 여부를 떠나 네거티브의 달인인 현 집권세력이 '장난질'을 치기 너무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정말 이런 걱정에서 글을 올린 것인지도 의심스럽지만 그 논리가 너무 어설프다.

윤석열 아니라 누가 나와도 그런 파일은 만들어지게 돼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인생이 '미담'으로만 구성된 것처럼 보인다. 그가 내일 당장 사표를 내고 국민의힘 입당을 선언한다고 가정해보자. 장담컨대 그의 '미담 인생'이 '위선 인생'으로 매도되는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는다. 한국 정치의 네거티브는 작은 사실을 크게 부풀리는데 머물지 않는다. 숫제 팩트를 날조해낸다. "내가 직접 봤다"고 증언하는 사람들이 '저요, 저요'하고 튀어나온다. 이회창에게는 아들병역 비리를 증언하는 김대업이 있었고 오세훈에게는 '생태탕, 페라가모, 빽바지' 증언이 있었다.

네거티브가 두려워 후보를 제끼기 시작하면 살아남을 후보는 없다. 예수를 모셔와도 안된다. 예수는 결국 네거티브로 죽었다. 네거티브로부터 후보를 보호하는 것이 야당의 책무다.

그러나 윤석열의 처신은 문제가 있다. 그는 정치를 할지 말지 고민하는 단계를 한참 지났다. 대변인팀을 가동하고 사무실도 구했다. 이 마당에 '민심 투어'를 하겠다고 한다. 민심을 들어보고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민심이라면 '대깨문'부터 '태극기'까지 오만가지가 존재하는데 누구한테 뭘 듣고 결정하겠다는 건가.

많은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씨를 1등으로 나오게하는 민심의 큰 줄기는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함이다. 윤씨는 한 언론과 통화에서 "국민의힘 입당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는데 그들은 '절박하지는 않은'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대선을 9개월 앞두고 제1 야당을 공중분해하고 윤석열 주도의 새 정당을 만들어 정권교체할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건 사기다. 사기가 아니면 기적을 믿는 것인데 절박하지 않은 사람들만 그런 공상을 할 수 있다.

윤석열이 외곽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네거티브는 무르익었다. 공수처는 공수처대로, 서울중앙지검은 중앙지검대로, 여당은 여당대로...어쩌면 가장 심한 네거티브는 윤석열을 별로 안내켜하는 야권내 분파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이 완주하는 길은 야당의 보호를 받는 것이고 다른 후보들과 짐을 나눠지는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젊은 혁신정당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그 변화의 에너지가 상당하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경선은 윤석열 독주 양상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최재형의 합류 여부가 큰 변수일 테고 윤희숙 같은 젊은 후보가 나올수도 있다. 야당이 민심을 얻고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대세를 이루면 후보가 누가 되느냐는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누가 나와도 승리하는 구도라면 특정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는 힘을 잃는다. 야권이 네거티브에 당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길은 가능성있는 후보를 여럿 모아놓는 것이다.

윤석열은 현재 야권에서 압도적 지지율 1위인 본인이 '원 오브 뎀'이 되는 것이 내키지 않을 것이다. '대세'로 인정받았으면 할 것이다. 그러나 권력은 그렇게 쉽게 양보받을수 있는게 아니다. 윤석열이 버티면 국민의힘은 그에게 더 많은 것을 주기 보다는 버리는 쪽을 택할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그런 여유가 생겨나고 있다. 윤석열은 여야 모두의 협공에 갇힐 것이고 국민의힘은 소중한 자산 하나를 잃게 된다. 정권교체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40대 후반과 50대 초반 남자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면 윤석열을 '석열이형'으로 부르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같은 학교를 나오지도 않았으면서, 별 인연도 없으면서 동생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 '형'으로 불리는 사람의 특징중 하나는 쩨쩨하지 않다는 것이다. 술 한잔을 마셔도 호탕하게, 연애도 순정으로 할 것같은 이미지다. 검찰총장일때 윤석열은 비겁하지 않았고 이것저것 재지 않았고 헌법과 정의 편에 섰다. 애국심이 느껴졌다. 그게 윤석열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은 민심 탐방이니 뭐니 하면서 '간보기 정치'란 비아냥을 들을게 아니라 하루빨리 '호랑이굴'로 직진해야 한다. 그가 당장 마주해야 할 민심은 국민의힘 의원들이다. 국민의힘에는 윤석열을 박근혜와 보수궤멸의 원흉으로 보는 시각이 엄존한다. 그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데 윤석열의 성패가 걸려있다. 정체도 없는 외곽 민심에 한눈 팔 시간에 국민의힘 의원들과 노가리 안주에 생맥주 놓고 소통하길 권한다. 본인의 매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매력과 결점이 있다. 정치는 매력을 파는 비지니스다. 윤석열씨는 본인 매력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라.

[노원명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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