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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폭행 고소에 45일 감금하고 팼다... ’마포 나체 시신'의 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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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친구들로부터 감금·폭행을 당해 2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 피의자들은 피해자로부터 상해죄로 고소를 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고소 취하와 허위 진술을 강요하며 가혹행위를 한 정황도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은 17일 해당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통해 “피의자들이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지난 3월 31일 지방에 있던 피해자를 서울로 데려와 사망 전까지 강압 상태로 뒀고, 식사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상해죄로 고소하자 앙심 품고 범행 저질러”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7일 피해자 박모(20)씨는 아버지와 함께 대구 달성경찰서를 방문해 피의자 김모(20)·안모(20)씨를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조사 당시 박씨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친구들로부터 네 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달성서는 이 사건을 김씨와 안씨의 거주지 경찰서인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넘겼다.

사건을 넘겨받은 영등포서는 지난 1월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이에 피의자들은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지난 3월 31일 지방에 있던 피해자를 서울로 데려왔다. 이후 피해자가 경찰에 허위 진술을 하도록 강요하는 등 피의자들은 자신들의 혐의를 벗기 위해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월 17일 영등포서가 피해자들과의 대질 조사를 위해 출석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을 때, 피의자들이 피해자에게 “지방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어 서울에 올라갈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라고 강요했고 다음날엔 전화를 받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달 3일 피해자는 담당 경찰관에게 피의자들에 대한 고소 취하 의사를 밝히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는 강압 상태에 놓인 피해자가 본인의 의지에 따라 보낸 게 아니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결국 영등포서는 지난달 27일 ‘증거 불충분’으로 해당 사건을 종결했다.

◇ 처벌 수위 높아지나...경찰 “보복범죄의 가중 처벌에 의한 살인죄 적용 검토 중”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들은 지난 3월 피해자를 서울로 데려온 뒤 지난 13일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 감금 상태로 식사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사망 사건이 발생했던 마포구 연남동 오피스텔의 방범카메라(CCTV) 등을 확인한 결과, 이들이 해당 오피스텔로 이사한 지난 1일 피해자는 혼자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의 건강 상태로 피의자들의 부축을 받아 집으로 들어갔다. 피해자는 이후 집 안에 열흘 넘게 감금된 상태로 밖에 나오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경찰은 지난 13일 오전 6시쯤 피의자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해당 오피스텔에서 나체로 숨져있는 피해자를 발견했다. 경찰은 오피스텔에 함께 사는 피의자들을 중감금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해 구속했다. 당초 피의자들은 채무 관계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피해자와 채무 관계는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피의자들은 피해자에게 물류센터에서 일용직 노동을 강요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피해자 명의로 대부업체 대출을 받았는지 등을 계좌 거래내역 분석 등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3대와 피해자 휴대전화 2대를 포렌식해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범죄 정황 등을 근거로 피의자들에게 특가법상 보복 범죄의 가중 처벌에 의한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은 살인 혐의로 발부됐지만 특가법상 보복범죄의 가중 처벌 규정을 적용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형법상 살인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지만, 특가법상 보복범죄의 가중처벌에 의한 살인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적용 가능해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

◇경찰 부실수사 비판...경찰 ”담당 수사팀 감찰”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가 작년 제출한 고소장과 고소인 조사에서 폭행, 상해에 대한 진술을 했음에도, 사건을 넘겨받은 영등포서가 피해자가 대질조사 출석을 거부하고 고소를 취하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송치하지 않은 채 사건을 그대로 종결한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1월 피의자 조사를 한 뒤 3개월이 지나서야 피해자에게 대질 조사를 위해 연락해 늑장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또한 피해자 아버지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4월 30일 달성서에 2차례 아들이 가출했다고 신고했는데, 달성서는 두 번째 가출신고를 받고 피해자와 5차례 전화통화만 진행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전날 영등포경찰서 담당 수사팀을 상대로 감찰(監察)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등포서에서 불송치된 상해 사건은 수사를 재개해 마포서에서 살인 사건과 병합해 수사하고, 지난 4월 달성서에 접수된 가출 신고건도 처리 적정성 등을 살필 예정”이라고 했다.

[서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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