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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조국 등장한 이성윤 공소장 조사···朴 ‘조국 규정’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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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피의사실공표, 기소 뒤 罪 안 돼

조국 규정 “공소장 열람 등 공개 금지”

중앙일보

5월 14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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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자 “유포 경위를 조사하라”며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 지시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민정비서관(당시 선임행정관)과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수사 중단 외압에 관여한 사실이 담긴 공소장 내용을 언론이 13일 일제히 보도하자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이 이 지검장의 혐의와 이에 연관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관련 의혹을 가리기 위해 지엽적인 부분을 문제 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직권남용 등 사건의 공소장 범죄사실 전체가 당사자 측에 송달도 되기 전에 그대로 불법 유출되었다는 의혹에 대하여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진상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곧이어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은 대검찰청 감찰1과와 감찰3과, 정보통신과에 박 장관 지시를 전달했다.



법조계 “조국 의혹 덮으려 조국이 만든 규정 쓰나”



지난 12일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이 지검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그 직후 전국의 검사 2000명가량이 열람할 수 있는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공소장 내용(A4용지 16쪽 분량)이 자동으로 등록된 데 이어 관련 보도가 잇따랐다.

이 지검장의 구체적인 혐의 외에 사건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이규원 검사의 해외 연수를 언급하며 이 검사 등에 대한 수사 무마를 요구했다는 공소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검사는 서울동부지검장 자격을 모용하고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불법 출금한 혐의로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 기소됐다.

형법 126조 피의사실공표죄는 검·경 등 수사기관이 공판청구(기소)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했을 때 처벌하도록 할 뿐 기소 이후 공소장 공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박범계 장관이 “불법”이라고 주장한 근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9년 9월 만들어 같은 해 12월부터 시행한 새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이다. 새 규정 17조는 “공소장은 법령에 의해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교부하는 등으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원천 금지했다. 조 전 장관이 검찰의 ‘조국 수사’가 한창일 때 만들었다.

박 장관은 조국 전 장관이 만든 이 금지 규정을 근거로 조 전 장관의 개입 정황이 담긴 공소장 관련 보도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나선 셈이다. 박 장관의 언론 공개에 대한 진상조사 지시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22일 자신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소집한 한명숙 전 총리 재판 모해위증 의혹에 관한 대검 부장회의 표결 결과(10대 2로 무혐의 불기소 결론)가 언론에 보도된 걸 두고도 “절차적 정의에 의문이 있다”며 감찰을 지시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출근길부터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공소장 사전 유출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냐고 묻자 “더 묻지 말라”고 하더니 오후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소장 공개를 꼬투리 삼아 조국·이성윤 감싸기에 나서는 거냐”라는 비판 목소리가 크다. 어차피 몇 주 뒤면 법정에서 다 공개될 내용이 조금 일찍 알려진 건데 큰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또한 수사팀이 공소장 내용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게 아니라 검찰 내부망에 자동 공유된 데 따라 유포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박 장관이 나서서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혹여 공소장 내용이 법무부 훈령에 명백하게 위배되는 방법으로 유포된 것일지라도 본래 사건의 중대성이 큰 데다 피고인(이 지검장)이 공적 인물이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넘어가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 편 내 편 따라 ‘절차적 정의’ 달라지나”



더욱이 이 지검장의 주요 범죄사실은 이미 지난 1월 공익신고인의 신고 시점부터 언론에 공개된 상태였다. 한 법조인은 “공소 제기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트집을 잡아 이 지검장의 중대한 공소 사실 등을 가리려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중앙일보

5월 11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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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장관이 절차적 정의를 특정 사건에만 적용하는 게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여권 인사가 기소될 때만 절차적 정의를 강조하고, 여권 인사가 절차적 정의를 어긴 의혹에 대해서는 눈을 감으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 장관은 지난 1월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이) 왜 이 사건을 갖고 절차적 정의의 표본으로 삼는가에 대해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차관의 본래 혐의(별장 성 접대 등)보다 여권 인사들이 개입한 불법 출금 의혹은 부차적이라는 주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종민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은 “박 장관은 도둑은 안 잡고 신고자를 잡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 공소장 사전 유출 문제보다 중요한 건 권력형 범죄에 연루된 이 지검장 등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지 못하게 막는 것”이라며 “직무배제 조치를 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은 의혹만으로 직무배제하고 징계”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의혹만 가지고도 직무 배제하고 징계를 내렸는데, 왜 이 지검장은 기소까지 됐는데도 직무배제 등을 하지 않는지 비판 목소리가 나올 만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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