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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인공지능 스피커 쏟아지는데… CD플레이어 찾아다니는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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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영어 동화 동요, CD만 유통

음원 풀면 책 안 살까 세트 판매

학습용 CD플레이어까지 나와

조선일보

영어 동화 CD 재생에 주로 쓰이는 ‘에듀플레이어’(위). 해외 그림책 원서와 동요 CD 세트 ‘마들린느와 쥬네비브’,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왼쪽부터) /에듀플레이어·제이와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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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플레이어 팝니다. 아기 영어 CD 들려주려고 구입한 후에 또 선물이 들어와서 한 번 플레이 해봤네요. 아가가 있어서 집 근처 직거래 원해요.’

중고 물품 직거래 서비스 당근마켓에선 아이 엄마들의 CD플레이어 ‘삽니다’ ‘팝니다’ 게시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멜론·지니 등 국내 음원 서비스부터 스포티파이·유튜브뮤직 등 외국 서비스까지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음악 감상이 일상화된 시대. 집집마다 들여놓은 AI(인공지능) 스피커가 무색하게도 요즘 엄마들은 CD플레이어를 찾고 있다. ‘에듀(공부)플레이어’란 이름으로 CD플레이어를 만들어 파는 업체도 있다.

이는 영어 동화책이 유아 영어 학습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나타난 현상. 국내 출판계에선 투판즈, 제이와이북스 등의 출판사가 해외 유명 동화책 판권을 산 뒤 책에 음원 CD를 붙여 판매한다. CD는 보통 2분짜리 동요, 원어민 어른과 어린이의 낭송, 따라 부를 수 있는 배경 음악 트랙 등으로 구성된다. ‘큰 고양이, 작은 고양이’ ‘온 세상을 노래해’ 등 아동 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콜더콧 수상작들도 다수 들어와 있다. 김현선 투판즈 마케팅 매니저는 “동화 내용을 가지고 한국 아이들이 좋아하는 리듬, 적절한 빠르기, 자주 들으면 외워버릴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지를 고려해 동요로 만든다”고 말했다. 원어민 성우를 기용하고 녹음 작업도 해외 스튜디오에서 진행하지만, 기획과 개발·검토는 모두 한국 업체가 주관한다. 주요 고객층은 3세 이하 자녀를 둔 엄마들. 투판즈의 경우 연간 제작하는 그림책 CD 세트 신간의 절반가량이 3세 이하 자녀용이다.

유튜브나 스트리밍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는데, 굳이 CD 형태로 제작하는 이유는 해외 출판사와의 계약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현지에선 부모님과 선생님이 원서를 영어로 잘 읽어줄 수 있고 아이들도 마찬가지여서 별도 음원 제작에는 심드렁하다. 오히려 책 내용을 오디오로 만들어 스트리밍 서비스로 풀면 정작 소비자들이 책은 사보지 않을 것을 우려해 ‘오로지 CD로만 음원을 유통한다' 조항을 넣는다. 영어권 출판사에서 나온 음원을 사다가 써도 되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발음을 알아듣기 어려워 한국 시장과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조선일보

/투판즈 영어 동화와 음원 CD 세트 브랜드 '픽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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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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