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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알리·테무에 등돌리는 한국인 “싼 게 비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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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알리·테무 이용자 4~5월 연속 감소

발암물질 이슈·저급한 품질 고객신뢰 꺾여

토종업계 “가격경쟁 최소화 공세 전략 필요”

서울 강북구에 사는 박모씨(53)는 최근 중국계 e커머스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2000원짜리 이어폰을, 테무에서 3600원짜리 USB(1테라바이트)를 구입했다.

가격이 턱없이 쌌던 만큼 주문을 망설일 필요조차 없었다. 하지만 배송받은 제품은 딱 한 번 사용한 뒤 쓰레기통에 버려야 했다. 박씨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어폰은 충전되지 않았고 USB는 작동이 되지 않았다”면서 “반품·환불을 하기엔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한국 상륙 작전에 나선 ‘C커머스(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에 제동이 걸렸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에서 취급한 저가 상품이 발암물질 이슈에 휩싸인 데다 국내 e커머스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맞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1∼5월 기준 월평균 이용자 수는 쿠팡이 356만4130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에는 G마켓·옥션이(828만439명)이 올랐고 알리익스프레스(822만3910명)는 3위에 그쳤다.

이어 티몬·위메프·인터파크쇼핑(이하 ‘티메파크’·801만6651명), 11번가(760만3891명), 테무(720만4290명), SSG닷컴·이마트몰(340만9630명) 등의 순이었다.

일단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의 거센 협공으로 위기에 몰리던 국내 e커머스 플랫폼들은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특히 쿠팡과 티메파크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듯 올해 들어 매달 이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고, SSG닷컴·이마트몰은 3월부터, 11번가는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1~4월 내리막길을 걷던 G마켓·옥션은 바닥을 찍고 지난 5월 최대 쇼핑 축제인 ‘빅스마일데이’ 효과에 힘입어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주목할 점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이용자 수 증가세가 꺾인 시점에 있다. 두 플랫폼 모두 지난 3월 정점에 도달한 뒤 4∼5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플랫폼 이용자 수는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토종업체들이 자존심을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승승장구하던 알리익스프레스·테무가 멈칫한 것은 상품의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안전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고객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 수세에 몰리던 국내 플랫폼들이 일제히 공세로 전환하면서 대규모 가격파괴 상품을 선보인 점도 한국인 고객이 중국계 플랫폼에 등을 돌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실제 G마켓·옥션은 상반기 빅스마일데이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1000억원대 혜택을 풀어 와이즈앱 기준 5월 이용자 수가 4월보다 30만명 넘게 늘었다.

11번가는 월례 프로모션인 ‘십일절’ 상품 선정과 가격 혜택에 신경썼다. 지난달 ‘십일절페스타’에선 인기 홈가전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면서 ‘홍콩 왕복항공권 100원딜’ 등 파격 이벤트를 펼쳐 화제를 모았다.

다만 하반기에도 국내 플랫폼들의 기세가 꺾이지 않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상품 전문관인 ‘케이베뉴(K-Venue)’ 입점사 수수료 면제 정책을 오는 9월까지 연장하기로 하는 등 국내 협력사 지원 강화로 재반격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국내 한 e커머스업체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경쟁력은 여전하다”며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C커머스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짜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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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테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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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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