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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비흡연자가 기름요리 14년만에…급식조리사 폐암 산재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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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근무한 뒤 지난해 폐암 4기 판정

한겨레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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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가 제대로 안 된 학교 급식실에서 14년 동안 기름 요리를 하다 폐암에 걸린 조리사가 산업재해(산재)를 신청했다. 2018년 폐암으로 사망한 학교 급식 조리사가 지난 2월 뒤늦게 산재가 인정된 뒤 급식 조리사가 폐암으로 산재를 신청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11일 법률사무소 ‘일과사람’의 설명을 보면,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4년 동안 경기도 성남시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한 조리사 이아무개(48)씨가 지난 3일 근로복지공단 성남지사에 산재를 신청했다. 이씨는 조리사로 일하기 전엔 사무직으로 잠시 근무했고 흡연 경력도 전혀 없었으나 지난해 6월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조리 중에 발생하는 ‘조리흄’은 230도 이상 고온에서 기름을 가열할 때 지방 등의 분해로 배출되는 물질이다. 주로 기름을 사용해 튀김, 볶음, 구이 등을 조리할 때 발생한다.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섞여 있어 국제암연구소가 폐암의 위험 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조리흄에 오래 노출되고 조리실의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폐암의 발병 확률도 높아진다. 이씨 역시 학생들이 선호하는 튀김 등을 오랜 기간 만드는 과정에서 조리흄에 노출돼 폐암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

학교 조리사의 산재 신청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와 법률사무소 일과사람이 주로 맡아 왔다. 일과사람의 손익찬 변호사는 “폐암으로 산재를 신청한 학교 조리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학교의 환기 상태가 안 좋았고 공조기도 부실했다”며 “지금이라도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나서서 전국 학교급식실의 환기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시설 보수를 해야 또 다른 산재 피해자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폐암 잠복기를 고려해 급식실에 일정 기간 이상 근무했고 현재 폐암으로 치료받는 사람이 있다면 산재 신청이 가능하다고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엔 경기도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약 12년 동안 근무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조리실무사 ㄱ씨가 산재를 인정받았다. (▶관련 기사 : ‘폐암 사망’ 급식노동자 첫 산재 인정…“12년간 튀김·볶음”) 당시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의 업무상질병심의위원회는 “12년 간 조리실무사로 근무하면서 폐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고온의 튀김, 볶음·구이 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에 낮지 않은 수준으로 노출됐다”고 봐 폐암과 업무 환경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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