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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드라큘라성 가면, 흡혈귀 대신 백신 주사 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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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흡혈귀 소설 드라큘라에 영감을 준 루마니아의 브란성 입구의 백신접종센터 안내판./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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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북쪽으로 170㎞ 떨어진 브란성. 14세기에 지어진 이 고성(古城)은 흡혈귀 소설 ‘드라큘라’에 영감을 준 곳으로 유명해 ‘드라큘라성’으로도 불린다. 루마니아 정부가 주말에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화이자가 만든 백신을 무료로 접종해주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예약하지 않아도 백신을 맞을 수 있고, 접종한 다음에는 중세시대 고문 도구 전시회를 공짜로 둘러볼 수 있다.

BBC는 “이제 브란성을 방문하면 드라큘라의 송곳니 대신 백신 주삿바늘에 찔리게 된다”고 했다. 성 입구의 접종센터로 들어가는 안내판에는 주사기를 쥔 드라큘라의 손이 그려져 있다. 성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누가 백신을 두려워하랴’고 쓰인 포스터가 붙어 있다. 백신을 맞은 사람은 ‘앞으로 100년 동안 이 성에서 환영받을 것’이라고 쓰인 기념용 인증서를 받게 된다.

루마니아 정부가 브란성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백신을 놓아주기로 한 것은 접종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캠페인 차원이다. 인구 1940만명의 루마니아에서는 9일까지 106만여명이 코로나에 감염돼 2만8900여명이 숨졌다. 루마니아 정부는 9월까지 1000만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백신에 대한 불신이 심해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루마니아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백신을 맞겠다는 응답이 31%, 맞지 않겠다는 응답이 49%였다. EU(유럽연합)가 백신을 회원국 인구에 비례해 배분하고 있지만 루마니아에서는 한 차례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의 비율이 18.4%다. EU 평균(27.8%)에 크게 못 미친다.

브란성에서 공짜 백신을 접종하기로 한 배경에는 팬데믹으로 위축된 관광산업을 일으켜보자는 의도도 있다. 브란성은 안개가 자욱한 카르파티아산맥에 솟아 있는 성이다. 평소 관광객으로 북적였지만 최근에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 이곳은 포로·죄수를 쇠꼬챙이에 꿰어 죽이는 잔악한 귀족이었던 15세기 왈라키아 공국의 블라드 공작과 연관 있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착안해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가 1897년 소설 ‘드라큘라’를 펴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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