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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똥차가 어디 끼냐 욕설” “먼저 거지새끼 막말”… 해운대 맥라렌 진실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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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한 삼거리에서 차 한대 가격이 수 억원인 슈퍼카 운전자에게 막말과 욕설은 물론 보복 운전을 당했다는 사연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와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다둥이 아빠이자 40대 가장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욕설과 보복 운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상대측 차주는 단순 운전 시비였고, 피해를 당한건 자신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일보

지난 19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맥라렌 갑질' 글. /커뮤니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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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보배드림' 게시판엔 지난 21일 오후 9시 ‘해운대 갑질 맥라렌'이란 글이 올라 왔다. 자신을 부산에 사는 40대 가장이라고 밝힌 A씨는 13일 오후 7시쯤 부산 송정동에서 볼일을 마치고 귀가하다가 봉변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아내와 아이 셋을 태우고 송정동 삼거리 부근에서 신호 대기하던 A씨는 갑자기 오른쪽 골목길에서 자주색 맥라렌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려와 차량 우측 앞으로 정차해 끼어들었다고 했다. 작성자는 이 맥라렌 차주 B씨가 30대로 보인다고 했다.

A씨는 신호가 바뀌어 차를 운행하려던 순간 갑자기 맥라렌 차주가 창문을 내리며 “똥차가 어디서 끼어드느냐”, “사회적 암적인 존재” 등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심한 욕설을 뱉었다고도 했다. A씨는 “정말 화가 났다”면서도 차 뒤에 아홉살, 일곱살 쌍둥이들이 타고 있어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알겠으니 빨리 가라’고 말한 뒤 창문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맥라렌 차주는 A씨를 계속 따라왔다. 이후 맥라렌 차주는 A씨가 잠시 멈추자 아이들에게 다가와 막말을 쏟아냈다고 했다.

A씨는 “B씨가 신호대기 중인 제 차량 옆에 서더니 차에서 내려 미처 닫지 못한 썬루프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듯이 괴이한 행동을 취했다”며 “아이들에게 ‘얘들아 너네 아버지 거지다 알겠냐. 그래서 이런 똥차나 타는 거다. XX 평생 이런 똥차나 타라’며 주행 신호가 켜질 때까지 반복해 욕설을 퍼붓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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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맥라렌 차량의 보복운전, 욕설로 피해를 입었다는 차주 A씨가 공개한 CCTV 사진. /커뮤니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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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후 맥라렌 차량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평소 다니지 않는 길로 돌아갔으나 B씨는 이미 그곳에 기다리고 있다가 A씨 차를 가로막았다고 했다. A씨는 “이때부터 아이들과 와이프는 극도로 불안에 떨며 충격을 받아 울기 시작했다”고 했다. B씨의 추격이 계속되자 A씨는 근처 중동지구대로 가 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B씨가 지구대에서도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A씨는 “B씨는 ‘변호사한테 이야기해놨다. 변호사가 알아서 할 테니 이제 가도 되느냐’고 거들먹거렸다”며 “저는 우선 놀란 아이들을 달래줘야겠다는 생각에 지구대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A씨는 “좋은 차를 타고 돈이 많으면 이래도 되는 거냐”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도 “아빠 우리 거지야?”, “우리는 거지라서 돈도 없다”고 이야기하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이 알려지자 B씨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B씨는 같은 커뮤니티 게시판에 “베스트 글에 올라온 맥라렌 차주입니다”라는 글과 당시 중동지구대로 두 차가 함께 가면서 조수석에 탄 여자친구가 찍은 영상을 공개했으나 한 시간 여만에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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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같은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맥라렌 차주로 추정되는 글쓴이의 반박글. /커뮤니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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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글에서 A씨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B씨는 “제가 오른쪽 길목길에서 굉음을 울리며 급정차해 끼어들었다는데 아니다”며 “신호가 걸린 상태라 천천히 진입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입은 다 했는데 뒷 대각선에 있던 미니 차주분이 차량을 악의적으로 비켜주지 않으려고 옆차선을 침범해가며 제 차량을 가로막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주장했다. 그 차안에는 아이들과 와이프분이 타고 있었지만 제 차에도 여자친구와 태어난 지 얼마안된 반려견이 타고 있어 조심해서 운전하고 있었다고도 했다.

이후에도 A씨 차량은 20미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2차선에서 1차선, 1차선에서 2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한 뒤 B씨 차량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고, 다시 3차선으로 차선을 바꾸며 난폭운전을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또 “당시 아내분은 계속 ‘거지새끼들 어린 놈의 XX가 어디서 렌트해 왔냐. 니 차 아니잖아. 옆에 X도 돈주고 만났나보네? XX아'와 같은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애들도 있어서 두 번 참았지만 안 되겠어서 A씨차량 선루프에 정확히 대고 “자꾸 욕짓거리 해대는데(중략) 그러니까 니네가 거지처럼 사는거다. 애가 뭘보고 배우겠냐 적당히해라”고 욕설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B씨는 이어 “물증하나 없이 쓰여진 글 때문에 제 신상이 다 알려졌다”며 “전화기는 쓰지 못할 정도로 전화가 오는 등 저와 여자친구가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또 “정말 사건이 글만큼 심각했다면 경찰서에 신고를 바로 했지 않았겠냐”며 “제 말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 벌은 달게 받겠다”고 했다. 이어 “향후 경찰서 CCTV, 사건 당시 제가 따라갔던 동영상과 제 차량에 있던 블랙박스 영상 원본을 복원해 객관적인 자료로 사실관계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3일 오후 7시 양측이 부산 중동지구대를 방문해 1차 귀가했으며 지난 19일 미니 차량의 차주가 해운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해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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