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베를린 소녀상' 철거 위기

베를린 소녀상 앞 여성의 날 첫 집회 “여성 인권 보편적 상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해 독일 공공장소로는 첫 설치

일본 압박으로 철거 위기 넘기고 여성의 날 집회

가정폭력, 소수민족 인권 문제 등 제기

“소녀상 더이상 침묵하면 안 된다고 말해”


한겨레

6일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시민들이 세계 여성의 날 기념집회를 열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오늘은 역사적으로 뜻깊은 날이다. 베를린 사람들, 특히 이곳 모아비트에 계신 분들과 함께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처음으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세계 여성의 날’ 이틀 전인 6일 낮 1시30분께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 모아비트지구에 자리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가 힘주어 말했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세계 여성의 날 기념집회가 열리기까지는 여러 고비가 있었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해 가을 독일 공공장소에는 처음으로 세워졌으나, 이후 일본 정부는 전방위 철거 압박을 가했다. 미테구도 한때 철거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독-한 단체인 ‘코리아협의회’와 독일 시민들이 법정 투쟁까지 벌여 지난해 연말 존치 결정을 끌어냈다. 최근에도 독일 자유민주당(FDP) 소속 구의원 3명이 “전쟁 성폭력을 상징하는 미술작품 공모전을 다시 열어 (평화의 소녀상 대신) 일반적인 전쟁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작품을 세우자”는 안건을 내놓는 등 철거를 꾀하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집회는 평화의 소녀상 설치에 힘을 합쳤던 코리아협의회와 독일 여성단체 ‘쿠라제’가 함께 이끌었다. 베를린 시민단체 회원들과 현지 한국인 등 200여명이 모였으며, 참가자들은 ‘우리가 평화의 소녀상이다’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뿐만 아니라 여성과 인권 관련 다양한 목소리가 집회에서 나왔다. “가정폭력 반대”에서부터 임신중지, 소수민족 인권 문제까지 제기됐다. 인도 동남부와 스리랑카 동북부 등에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소수민족인 타밀족의 단체는 “국제법적 진상규명 없이 타밀족의 자유와 평화는 없다”고 외쳤다. 유엔은 싱할라족이 다수인 스리랑카에서 1983년부터 2009년까지 벌어진 정부군과 타밀족 반군 사이 내전 때 8만~10만명이 희생됐다고 추정한다. 내전 과정에서 타밀족 민간인 학살 같은 전쟁범죄 의혹도 제기됐다.

한정화 대표는 “평화의 소녀상은 성노예를 강요당한 여성을 상징한다. 평화의 소녀상은 공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가부장제에 도전장을 낸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라며 “평화의 소녀상은 베를린에 존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폭력 반대, 여성인권, 세계 평화를 보편적으로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은 독일의 역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영숙 한민족유럽연대 대표는 “평화의 소녀상은 모든 전쟁폭력에 희생당하는 여성을 기억한다. 평화의 소녀상은 우리가 더 이상 침묵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고 했다.

시위에 참여한 정순영씨는 “지역사회에서 오래 활동한 분들이 많이 참여하셨다고 들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는데도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끝까지 참여하신 게 놀랍다”고 소감을 말했다. 시위에 참가한 타밀족 출신 학생 미투샤 센틸콰라(16)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인권에 주목해야 할 때 이렇게 소녀상 앞에서 시위하는 것이 뜻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를린/글·사진 한주연 통신원

한겨레

6일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기념집회에서 시민들이 ‘우리가 평화의 소녀상이다’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esc 기사 보기▶4.7 보궐선거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