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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셀트리온 3사 합병땐 바이오업계 퀄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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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서정진’ 셀트리온 기우성 대표 인터뷰

국내 최대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의 얼굴이었던 서정진 회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정년에 맞춰 퇴임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국내 제약사 매출 1위에 올랐고 코로나 항체 치료제도 조건부 허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서 회장의 퇴임으로 셀트리온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포스트 서정진 시대를 이끌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부회장)는 서 회장과 함께 2002년 창립 때부터 회사를 일궈온 셀트리온 그룹의 2인자다. 기 대표는 지난 19일 “회장님이 회사를 떠났지만 변하는 건 없다”며 “회사가 2030년까지 세웠던 장기 목표를 차근차근 밟아가며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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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성 셀트리온 대표는 19일 인터뷰에서 "바이오 시밀러(바이오 복제의약품) 제품 확대와 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정진 회장이 정년퇴임을 하면서 기 대표가 셀트리온을 이끌고 있다. /셀트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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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분야의 퀄컴 같은 회사 될 것”

기 대표는 서정진 이후의 셀트리온에 대해 “회장님은 더는 회장으로서 회사 업무를 지휘하지 않는다”며 “셀트리온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현재 모든 공식 업무에서 손을 뗐지만 3월 주주총회에서 신임 이사회 의장이 선출될 때까지는 공식 직함은 유지 중이다. 그는 은퇴 후 혈액검사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을 설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 대표는 서 회장이 설립하는 벤처와 협업 가능성에 대해 “셀트리온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지향하지만 협업하기 위해선 상대가 실력을 갖춰야 한다”며 “회장님도 그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서정진 회장 퇴임 이후에도 장기 로드맵에 따라 새로운 제품을 개발·출시할 계획이다. 기 대표는 “2030년까지 매년 1개씩 바이오 시밀러(바이오 복제의약품) 제품을 내놓겠다는 장기 로드맵을 세워놨다”며 “지금까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항체 의약품의 바이오 시밀러를 개발해 세계시장을 공략 중이다. 지금까지 총 6개의 항체 의약품이 개발됐고, 유럽에서 일부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넘어섰다. 기 대표는 “바이오 분야에서 퀄컴과 같은 회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퀄컴의 칩이 삼성·애플 등 여러 전자 제품의 부품으로 들어가듯이 셀트리온의 항체 치료제가 여러 곳에 쓰였으면 한다는 뜻이다.

셀트리온의 다음 목표는 신약 개발이다. 기 대표는 “대한민국 제약 시장은 그동안 화학의약품(케미칼)이 주도했기 때문에 바이오 의약품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며 “그렇기에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한국은 신약을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이를 깨고 싶다. 우리도 1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매해 매출액의 30% 정도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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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 합병 실무 검토 중

셀트리온은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681억원과 7647억원으로 추정된다. 기 대표는 “순위를 염두에 두고 달려온 건 아니지만, 코로나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점이 좋은 실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와 재정 부담 걱정으로 인해 바이오 시밀러가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도 작년 성장률만큼의 실적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셀트리온이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내부 거래 논란을 넘어서야 한다. 현재 셀트리온은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해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에 넘기면 헬스케어와 제약이 각각 국내외 판매를 맡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부풀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 대표는 “3사 합병과 관련한 실무적인 검토를 하는 중”이라며 “합병을 하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에 좋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3사 합병의 큰 전제는 주주들의 동의”라며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승인되면 그때부터 1년 내에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유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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