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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총수 부재' 삼성, 신사업 '빨간불'…경쟁국 웃고 한국경제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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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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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일 경기 평택에 위치한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하며 2021년 신축년 첫 현장경영에 나섰다.  / 사진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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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로써 삼성은 지난 2017년에 이어 3년 만에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불확실성 앞에 다시 놓이게 됐다.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인해 삼성은 '반도체 비전 2030'을 비롯한 신사업 추진과 글로벌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에 차질을 겪으며 성장동력 마련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 삼성이 총수 부재로 경영상 타격을 입을 경우 투자나 일자리 창출 감소 등 한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수 부재에 신사업 '골든타임' 놓칠라

이 부회장이 다시 수감생활을 하게 될 경우 삼성은 오너 없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지난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을 당시에도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를 운영한 바 있다.

다만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삼성 특유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선제적 투자 등의 장점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이런 총수 중심의 독특한 기업 문화가 삼성이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1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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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ASML CTO,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피터 버닝크(Peter Wennink) ASML CEO / 사진 =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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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인 디지털 전환(DX) 흐름을 타고 한 산업계 재편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라 삼성의 총수 부재는 더욱 더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추진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등 신사업 성장의 분수령이 될 기회가 놓였기 때문이다.

이미 LG, 현대차, SK 등 삼성 외 4대 기업 총수들은 이런 흐름을 타고 글로벌 M&A 등을 통한 과감한 행보를 시작했다. 최근 LG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전기차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고, 현대차도 1조원을 투자해 로봇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했다. SK 역시 최태원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수소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삼성이 위기 상황에 놓이면서 국가적인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손꼽히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 TSMC 등 경쟁자들과 격차가 벌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는 올해 30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감행해 급증한 수요를 흡수하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 상황에 뒤를 쫓던 삼성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애써 잡은 추격의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경쟁 뒤처질라" 재계 우려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 이후 재계는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와 이를 극복할 원동력이 절실한 시점에, 국내 산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의 위기가 곧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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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 = 머니투데이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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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도 "삼성그룹의 경영 공백이 현실화한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면서 "코로나19 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 경영 공백으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져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무역협회도 "이재용 부회장은 우리나라 최고 수출기업 리더로서 코로나발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경제의 중심역할을 수행했다"며 "이번 판결이 삼성의 경영 차질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삼성의 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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