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방산업계, '통 큰 고객'에 올해도 순풍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박민규 기자]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기 침체의 와중에도 화려한 수주 실적을 거뒀던 국내 방위 산업 업계가 올해에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줄 전망이다.

'통 큰' 국방 예산이 그 동력으로 지목된다.

지난 연말 성대한 '수주 파티'가 열렸다

이코노믹리뷰

상장 방산 5개사 주가 추이. 출처=한화투자증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국내 방산 업계에는 '잭팟'이 터졌다. 주요 방산 업체들이 앞다퉈 대규모 수주 낭보를 전한 것이다. 방위 산업의 특성상 연말에 수주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는 하나, 지난 2020년의 경우 5000억원 이상 규모의 덩치 큰 프로젝트들이 쏟아져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조570억원 규모의 수리온(KUH-1) 4차 양산 사업을 수주했고, 한화시스템이 따낸 KDDX 전투 체계 관련 2개 사업과 현대로템의 K2 전차 3차 양산 사업도 각각 5387억원과 533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14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현대로템·KAI·LIG넥스원 등 국내 5개 방산 업체가 2020년 4분기에 공시한 방위 산업 관련 수주 규모는 총 3조2000억여원으로, 전년 대비 22.6% 급증했다.

KAI는 지난달 방위사업청과 1조원 규모의 수리온 4차 양산 계약 외에도 오는 2025년까지 수리온 부품 공급 및 정비 등을 전담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1121억원 규모다. 한국형 기동 헬기인 수리온을 제외해도 KAI가 작년 4분기 동안 성사한 계약은 1조1362억원 상당이다. 이 가운데 KAI가 지난해 12월 영국 에어버스와 맺은 A350-900·A350-1000 윙립 추가 공급 계약의 규모는 약 7177억원으로, 이는 2019년 연결 기준 매출액의 23.1%에 해당한다.

같은 달 한화시스템은 국방과학연구소와 54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전투 체계(CMS) 및 다기능 레이더(MFR) 개발 사업에 대한 계약을 최종적으로 체결했다. 또 한화시스템은 방사청과 1846억원 규모의 방공 지휘 통제 경보 체계(방공 C2A 체계) 2차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LIG넥스원의 경우 그야말로 국내발 '수주 랠리'가 이어졌다. LIG넥스원이 작년 4분기에 수주한 7개 사업은 모두 국내 프로젝트로, 이 중 6건이 12월 한 달 동안 성사된 계약이며 그 규모는 2774억원이 넘는다. 당시 LIG넥스원은 대우조선해양과 체결한 789억원 규모의 장보고-I 성능 개량 사업 계약을 비롯해 각 5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계약 4건을 국과연 및 방사청과 단 닷새 사이 잇달아 성사시킨 바 있다. KDDX 소나 체계 관련 체계 통합·함상 장비 시제 및 예인소나 송수신 장비 시제, FM 무전기 세트, 2.75인치 유도 로켓 3차 양산 등이다.

"주요 방산 업체 관련 예산, 1000억~3600억원 가량 늘어난다"

이코노믹리뷰

출처=한화투자증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국방 예산이 전년 대비 5.4% 증가한 약 52조8401억원으로 확정됐다. 이 중 신규 무기 도입 등에 쓰이는 방위력 개선비가 16조9994억원으로 1.9% 늘어났는데, 정부안보다 774억원 줄어든 데다 증가율도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기대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국외 도입 사업 예산이 줄어든 반면, 국내 주요 방산 업체 관련 사업에 대한 예산은 확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위력 개선비를 무기 체계별로 따져 보면 항공기 관련 예산이 큰 폭 감소했는데, 대부분이 국외 도입 사업 예산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으로부터 도입하는 F-35A와 보잉의 해상 초계기-II에 할당된 예산이 각각 지난해보다 3000억원과 2700억원 가량 급감한 것이다.

반면, 국내 방산 업체 관련 사업 예산은 파이를 키운 모습이다. 특히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주도하는 전술 정보 통신 체계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이 크게 확대됐다. 군 위성 통신 체계-Ⅱ469억원 백두 체계 능력 보강 2차 연구 개발(R&D) 617억원 연합 군사 정보 처리 체계(MIMS-C) 성능 개량 R&D 211억원 원거리 탐지용 음향 센서 127억원 등 총 1799억여원이 증액된 것이다. 이외에도 현대로템의 주력인 장애물 개척 전차와 K2 전차, LIG넥스원이 개발한 GPS 유도 폭탄 등이 속한 부문에 배정되는 예산도 지난 2020년보다 큰 폭 증대됐다는 평가다.

따라서 올해에는 국방 예산 증가가 국내 방산업계를 견인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0억원 이상 규모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올해 주요 방산 기업들에게 할당될 예산은 지난해보다 1000억원에서 36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방산 업체들이 프로젝트에) 체계 종합 업체로 참여하느냐 부품 업체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실제 예산액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방산 업체들의) 매출액은 2020년 예상치에 비해 약 5~18% 증가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특히 한화시스템·현대로템·LIG넥스원 등의 수혜가 클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고객이 나라다

국방 예산 증가는 방산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방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다수 방산 업체들에게 시장 기회가 확대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내발 수요가 방산 업계의 호실적에 주효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 업체들이) B2C(기업과 개인 간의 거래)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덜 입기는 했으나 기술 협력이나 제휴, 수출입 절차 등에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마케팅 기회가 많이 감소한 것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전시회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방산 업체들의 해외 영업 활동에 차질이 빚어졌다. 통상적으로 전시회는 방산 업체들에 있어 제품을 선보이는 무대일 뿐 아니라 각국의 군·정부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장이기도 하다. 수주와 판로 개척의 발판이 되는 기회가 코로나19로 사라진 셈이다.

이코노믹리뷰

'DX 코리아 2020' 한화 방산 계열 3사 부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다수 방산 업체들이 국내 수요, 즉 정부 사업에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산 특성상 보안의 이유로 공시되지 않는 사업도 있으나, 공시 자료로만 따지면 지난 2020년 4분기 해외 사업을 수주한 업체는 4개사 중 KAI 밖에 없다.

다만, 국방 예산 증가가 실제 방산 업체들의 혜택으로 이어질지는 지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방 예산이 발표될 때에는 시장에서 대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곤 하지만, (정부가) 계획을 세우는 것과 실제 지표는 거리가 있다"라고 언급하면서, 섣부른 기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난 2020년 말부터 KDDX를 비롯한 여러 대형 사업들이 본격화되면서 다수의 방산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라 전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되면 지난해에 아쉽게 제한됐던 해외 사업 수주 기회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저작권자 Copyright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