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출금된 날, 무슨일 있었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작년 10월 28일 오후 항소심 선고 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2000∼2011년 '스폰서' 노릇을 한 건설업자 최모씨로부터 4천3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천300만원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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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금 서류에 ‘가짜’ 사건번호 매겨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22일 오후 11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해 현장 발권을 하고 출국심사까지 마친 뒤 23일 0시 20분 이륙하는 항공편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없었다. 그런데 탑승 직전이었던 0시 8분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에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의 긴급출국금지 요청서가 접수됐다.
요청서엔 ‘서울중앙지검 2013년 형제 65889호’라는 사건번호가 긴급출금 사유로 적혀 있었다. 김 전 차관이 2013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성폭력 사건 번호였다. 그는 또다시 불거진 뇌물·성접대 의혹 관련으로 형사입건되기도 전이었다. 출금 사유가 될 수 없는 사건번호를 허위 기재했던 것이다.
이 검사는 또 긴급출국금지 요청서에 따라 대상자를 출금 조치한 후 6시간 이내에 법무부에 내야 하는 ‘승인 요청서’에는 앞서 긴급출금 요청서에 적은 서울중앙지검 사건 번호를 대신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 1호’라는 내사 번호를 적었다. ‘승인 요청서’에는 출금 요청 검사가 소속된 기관장 직인을 찍어야 하지만, 그것도 없었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허위 요청서였다. 제보자는 “2019년 4월 22일 검찰 내부망을 검색했지만 해당 내사 사건은 존재하지 않았고, 두 달 뒤 재검색하자 같은 번호가 붙은 내사 사건이 검색됐으나 김 전 차관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경매)입찰 방해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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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검사는 당시 진상조사단 파견검사 신분이어서 수사권도 없었다. 수사 직무를 하지 않아 수사권이 없는 검사는 내사 사건 번호를 만들 권한도 없다. 이후 이 문제를 덮기 위해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동부지검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해 “(내사 번호 생성을) 동부지검이 추인(追認)한 걸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이 검사가 가짜 내사 번호를 만들었다며 그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신고한 상태다.
◇”이용구 법무실장이 김학의 출금 필요성 언급”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의혹이 불거진 이 검사의 출금 조치에 앞서 법무부 과거사위와 이용구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현 법무부 차관)이 김 전 차관 출금을 추진하기도 했다.
변호사 신분으로 과거사위에서 김 전 차관 사건 주무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해 4월 기자회견에서 “3월 20일 법무부 이용구 법무실장으로부터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필요성이 있고, 조사단에서 과거사위에 출국금지를 요청하면 위원회가 권고하고 법무부가 출금을 검토하는 방안을 상의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제보자 등에 따르면 이날을 기점으로 법무부 출입국 심사과 공무원 A씨 등은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김 전 차관 출국 여부를 수차례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야당을 중심으로 ‘불법 사찰’ 의혹도 제기됐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출국금지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출입국 여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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