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신고시 분리"에는 "가정 보전도 중요, 신중해야"
"징계 가벼워 재발…중징계 대책 마련해야" 지적도
4일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를 찾은 추모객이 입양 후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위해 밥과 꽃다발을 놓고 있다. 2021.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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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생후 16개월 영아 정인(입양전 이름)양이 양부모로부터 학대받다 숨진 사연이 알려지면서 애도와 공분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제2, 제3의 정인양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재발방지 대책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정인양은 지난해 10월13일 서울 양천구 소재 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밝혀졌다. 정인양에게서 골절과 장기 파열의 흔적까지 발견된 것과 사망 전에 3번의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던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양부모와 신고를 접수했던 양천경찰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경찰청과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신고 대응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2번 이상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 아동에게서 멍이나 상흔이 발견되면 72시간 동안 가해 부모와 아동을 분리토록 하는 내용이다. 또한 학대가 강하게 의심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보호조치를 결정하기 전까지 72시간 넘게 보호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으로 분리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자칫 또 다른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인양 사례는 당연히 분리하는 것이 맞았지만 사례에 따라는 분리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다"며 "당장 아이를 분리시켰을 때 맡길 수 있는 시설이 마땅하지 않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에게는 시설이나 위탁가정 생활도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정 교수는 "부모와 아동의 분리를 결정할 때 중요한 사안은 2회 같은 수치가 아니라 '부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숙련된 전문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도 "정말 위급한 아이들은 당장 분리하는 것이 맞지만, 아이들에게 가정 보전도 중요한 만큼 신고만 있었다고 해서 막 분리할 수는 없다"며 "일반적인 상담으로 처리할 사안이나 빨리 개입할 위기 상황을 잘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입양한 뒤 학대와 방임을 이어가다 결국 생후 16개월의 입양아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A씨가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이송되고 있다. 2020.11.1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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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전담공무원 확충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전담관이 아이의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단을 내려야 하는 만큼 인력확충 못지않게 전문가로서의 경력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에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총 664명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배치하겠다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정 교수는 "담당관이 전문가로서 장시간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공무원들이 그런 식으로 근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찰 중 아동학대 현장에 투신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선발하거나 아동학대 방지 업무를 해온 민간 경력직을 채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고 대응이나 담당관 확충 같은 제도개선 방안뿐만 아니라 담당자 문책 역시 중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지난 12월 양천경찰서 소속 담당 경찰관들에 대해 '주의' '경고' '인사조치' 등의 징계를 내린다고 밝힌 바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일은 규정이나 법이 없어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경찰의 관심이 부족해서 발생한 일"이라며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대로 대응하지 않은 사람의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의'나 '경고'같은 가벼운 징계는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공무원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해도 된다는 식으로) 학습하게 될 수 있다"며 "최소 감봉 이상의 징계나 책임자를 중징계하겠다는 식으로 징계를 강화할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경찰이 국가수사본부 출범이나 수사권 강화와 관련해 '피해자 중심의 책임수사'를 강조해왔지만, 현장에서는 피상적인 개념에 머물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안"이라며 "학대 예방책을 실현할 수 있는 동기부여나 조직문화 개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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