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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현대·기아 비밀병기…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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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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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차세대 전기차 뼈대인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실물을 처음 공개했다. 급속 충전이 가능하고 한 번 충전에 500㎞까지 달릴 수 있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새 전기차는 내년부터 이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조·출시된다.

2일 오전 현대차그룹은 온라인으로 E-GMP 실물과 작동 원리 등을 소개하는 'E-GMP 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를 열었다. E-GMP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도약의 원년이라고 밝힌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차 'CV(프로젝트명)' 등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에 적용된다.

이 플랫폼은 차량 바닥의 배터리 시스템과 전륜과 후륜의 전기모터, 전력충전구 등으로 간편하게 구성된다. '모듈화' 전략으로 차량 구조를 단순하게 만든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E-GMP라는 하나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차종이나 차급 경계를 뛰어넘어 유연한 제품 개발이 가능해진다. 세단이나 다목적차량(CU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다양한 형태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모듈화를 통해 차량 내부 공간이 확 넓어질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차량 바닥에 배터리를 배치하기 때문에 실내 바닥은 울퉁불퉁함 없이 편평해진다. 특히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큰 공간을 차지하던 엔진 대신 상대적으로 가벼운 구동 모터를 배치한데다 부품 단순화로 앞바퀴와 뒷바퀴 차축 간 거리인 '휠베이스'도 더욱 길어져 실내 공간이 훨씬 넓어진다. 배터리를 하단에 낮게 위치시킨 저중심 설계와 이상적인 전후 중량 배분으로 뛰어난 선회 성능이나 안정적인 고속 주행도 가능하다.

충전과 주행 등 성능 면에서도 완전히 달라진 전기차가 내년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E-GMP는 기존 다른 전기차가 사용하는 400V 충전 시스템과 달리 400V와 800V를 모두 사용하는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외 대다수 급속 충전시설도 400V 충전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를 위해 50~150㎾급 충전기를 갖추고 있지만 최근에는 더 빠른 충전을 위해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용 350㎾급 충전기도 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전국 12개 고속도로 휴게소와 서울 도심 8곳 등 총 20곳에 350㎾급 충전기를 6대씩 갖춘 충전소를 만들 계획이다. 이러면 총 120개 고전압 충전기가 마련되는 셈이다.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춘 E-GMP로 전기차를 만들면 초고속 충전기로 단 18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해진다. 특히 1회 완충으로 500㎞ 주행이 가능하고 5분 충전만으로도 100㎞가량을 달릴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E-GMP를 활용해 내년부터 출시되는 전기차 중에서도 기존 N 모델이나 N라인 모델처럼 고성능 전기차를 별도로 내놓을 계획이다. 빠른 가속력을 낼 고성능 전기차 모델은 액셀을 밟은 지 3.5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하며 최고 시속도 260㎞까지 구현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E-GMP를 통해 전기차 안전 문제 역시 개선했다. 차량 전방에 에너지 흡수 구간을 마련해 충돌 시 차체 등 구조물 변형을 유도함으로써 충격을 완화해 준다. 특히 차량 하단의 고전압 배터리 주변은 초고장력강으로 둘러싸 충돌로 인한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배터리 케이스 중앙부도 차체에 견고하게 밀착시켜 충돌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하는 구조를 갖췄다.

E-GMP에는 차세대 전기차를 위해 새로 개발된 모터와 감속기, 전력 변환을 위한 인버터와 배터리 등 신규 PE(Power Electric) 시스템도 탑재된다. 이를 통해 구동에 필요한 모터, 동력을 차량에 필요한 토크와 속도로 변환·전달하는 감속기, 전력을 바꿔 모터 토크를 제어하는 인버터가 하나로 합쳐졌다. 모터 최고 속도를 기존보다 30~70% 높이고 감속비율을 33% 높여 작은 모터 크기로도 더 강한 성능을 낼 수 있다. 야외에서 전력 공급이 가능한 'V2L(Vehicle to Load)' 기술도 눈에 띈다. 현재까지 전기차는 외부 충전기에서 차량 내부로 단방향 충전만 가능했다. 하지만 E-GMP는 일반 전원을 차량 외부로도 공급할 수 있어 배터리 용량에 따라 17평용 에어컨이나 55인치 TV를 동시에 24시간가량 가동시킬 수 있다. E-GMP를 통해 전기차라는 하나의 커다란 '보조배터리'가 탄생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E-GMP를 활용해 내년부터 2025년까지 전기차 23종을 생산할 예정이며 글로벌시장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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