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난 6월 경매서 구입
세종의 애민정신이 깃든 ‘앙부일구’ 한 점이 최근 미국에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미국 경매에 출품된 18~19세기 앙부일구를 지난 6월 매입해 8월 국내로 들여왔다”며 1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다.
지름 24.1㎝, 높이 11.7㎝, 무게 약 4.5㎏. 안쪽에 시각선(수직)과 절기선(수평)을 바둑판 모양으로 새기고, 북극을 가리키는 바늘을 꽂아 이 바늘의 그림자가 가리키는 눈금에 따라 시간과 날짜를 알 수 있다. 재단은 “언제 어떻게 해외로 반출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 세인트루인스의 골동품상에서 개인이 구입해 소장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17일 공개된 '앙부일구'의 윗면. 은입사로 새겨진 '북극고 37도 39분 15초'는 이 앙부일구가 1713년(숙종 39년) 이후 제작됐음을 뜻한다. /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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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부일구는 세종 대부터 조선 말까지 제작됐다. 하지만 세종 당시에 만든 앙부일구는 한 점도 남아있지 않고, 후대의 실물자료도 희소하다. 이번에 돌아온 것과 비슷한 크기와 재질의 앙부일구가 국내에 단 7점 전한다.
제작 시기는 1713년(숙종 39년) 이후로 추정된다. 은입사로 새겨진 한양의 위도 ‘북극고 37도 39분 15초’가 그 근거다. 조선 천문서 ‘국조역상고’에 “숙종 39년 청나라 사신 하국주가 한양 종로에서 북극고도를 측정해 37도 39분 15초의 값을 얻었다”는 기록이 있다.
은입사로 새겨진 '북극고 37도 39분 15초' 부분을 확대한 것. /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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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응천 재단 이사장은 “정밀한 주조 기법과 섬세한 은입사, 다리의 용과 거북 머리 등 장식요소로 볼 때 고도로 숙련된 장인이 만든 예술품”이라고 했다. 이용삼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명예교수는 “서울의 위도에서 정확한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제작됐기 때문에 이제야 비로소 고국 하늘 아래서 정확한 시간을 알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돌아온 앙부일구는 18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과학문화실에서 볼 수 있다.
미국 경매에서 구입해 17일 공개된 조선시대 해시계 '앙부일구'의 측면. /국외소재문화재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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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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