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삼성그룹 향후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삼성그룹이 '기침'만 해도 한국 경제 성장구도가 흔들릴 수 있는 위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상속세 부담에 수사·재판 리스크, 여당의 보험업법 개정안 등 산적한 변수로 인해 지배구조 개편 해법은 '고차방정식 풀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배구조 개편이 지연되는 동안에는 대형 인수·합병(M&A) 등 전략적 투자도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삼성그룹의 추가 성장 동력 마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지배구조 핵심 축을 이루는 기업은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생명 3개사다.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각각 지분 2.88%와 17.33%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 밑으로 중간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두 축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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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그 자체로 그룹 핵심 계열사이자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다. 이에 더해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중공업 등 그룹 제조업 기업 지분을 보유한 중간 지주사 역할도 맡고 있다.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4.18%와 0.70% 직접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중간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을 염두에 두고 삼성카드,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의 최대주주로 금융 계열사 대장 역할을 맡는다. 삼성생명에 대한 이 회장 부자 지분율은 각각 20.76%와 0.06%다.
이 부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삼성물산에 대해 직접 지분 17.33%를 보유하며 비교적 견고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보유 지분율은 0.70%와 0.06%에 그친다. 더 큰 문제는 삼성생명이 그룹 핵심 기업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한 최대 단일주주라는 데 있다. 여당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을 강제로 낮추려는 입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이 회장의 지분 상속 과정에서 막대한 상속세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상태로 '내우외환'에 처해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 지분 상속세는 1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금산분리 원칙을 준수하며 선진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중간 금융지주사 허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재계, 금융투자업계는 물론 관가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현재 삼성그룹에 대한 수사·재판 리스크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이다. 이 회장 별세 전부터 삼성그룹의 해외 기업 인수는 사실상 중단돼 왔다.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추가 기업 인수로 지배구조가 복잡해질 경우 해법을 찾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정치권 견제로 인해 대한민국 최고 기업 삼성전자 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이 막힌 데 대한 안타까움을 공유하고 있다.
한 IB 관계자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등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기술 기업 인수 쟁탈전을 하고 있는 동안 삼성전자는 좋은 인수 기회가 찾아와도 제대로 검토할 여력이 없다"며 "글로벌 경쟁사 대비 삼성전자 주가가 저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대한민국 전체 기업 주가에 대해서도 저평가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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