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김광일의 입] 추미애, 토사구팽 당할 수도 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늘은 그림 몇 장을 보여드리면서 얘기를 시작하겠다. 바로 이 그림들이다.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잘라버리는 장면이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란 알렉산더 대왕이 칼로 잘랐다고 하는 전설 속의 매듭이다. ‘대담한 방법을 써야만 풀 수 있는 문제’라는 속뜻을 품고 있다. 또는 아무리 복잡한 사건도 그것을 해결하는 단 하나의 해결책이 있다는 뜻도 된다. 프리기아의 수도 고르디움에는 ‘고르디우스의 전차’가 있었고, 그 전차에는 매우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매듭이 달려 있었다고 한다. 아시아를 정복하는 사람만이 그 매듭을 풀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었는데, 알렉산더 대왕이 그 지역을 지나가던 중 그 얘기를 듣고 칼로 매듭을 끊어버렸다고 한다.

요즘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면충돌, 그리고 라임 사태, 옵티머스 사태, 금태섭 전 의원의 탈당, 금감원의 월성1호기 감사, 독감 백신 사망자 급증 사태 등등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이런 사태에도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아마 알렉산더 대왕이 내려친 단칼과도 같은 단 하나의 질문을 갖고 계실 것이라고 본다.

첫 번째 알렉산더 단칼에 해당하는 질문은 이렇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어떻게 될까. 추미애 장관은 왜 그럴까. 추 장관은 2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데, 윤석열 총장을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논리가 맞지 않고, 사실 관계도 틀려 있다. 그래서 친정부 인사들조차 혀를 차고 있다. 예를 들어 추 장관은 검찰이 라임의 몸통인 김봉현을 66회나 불러 조사했다면서 “(인권 수사 제도 개선 TF가 9월21일) 부당한 수사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한 순간에도 수용자를 이용해 열심히 범죄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TF가 제도 개선안을 내놓은 것은 지난9월이고, 김봉현이 구속된 것은 그보다 다섯 달 전인 지난4월이었다. 추 장관의 비난은 시기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또 추 장관은 “야권 정치인과 검사들에 대한 향응 제공 진술이 있었으나 지검장의 윤 총장 대면보고에 그렸고, 법무부와 대검 반부패수사부에는 보고조차 안 됐다”고 했다. 이것은 추 장관이 검찰 내부 규칙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내사 단계의 사안은 법무부에 반드시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추 장관은 “총장이 태세를 전환해 장관의 지휘를 따른 것은 당연한 조치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는데 이것도 억지스럽다는 지적이다. 한 검찰 간부는 “19일에는 권리자의 일방적 의사 표시로 효력이 발생하는 형성적 처분이라고 해놓고 하루 만에 윤 총장이 따르고 말고를 따지는 건 왜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결정적인 것은 이런 대목이다. 추 장관은 “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피의 사실도 언론을 통해 마구 흘러나왔습니다.”라고 했는데,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되는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조차 “수사팀에서 (피의사실을) 누설한 사실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봉현은 여권 유력 인사 로비 의혹을 이미 지난 3월부터 측근을 통해 언론에 이메일로 뿌리고 있었다. 이 이메일을 받은 기자가 20명쯤 된다. 그렇다면 추 장관은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것일까. 우리의 질문은 단 하나다. 추 장관은 왜 그러는 것일까.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추미애의 ‘망나니 칼춤’은 노무현 탄핵의 낙인을 지워보려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규정했다. 김도읍 의원은 성명에서 “국민을 기망한 것은 대검이 아니라 사기 피의자의 편지 한 통에 묻고 따지지도 않고 ‘망나니 칼춤’ 추는 추미애 장관”이라고 했다. 이어 “추 장관은 지금 권력에 눈이 멀었다”며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검찰개혁을 핑계 삼아 무자비하게 칼을 휘둘러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는 정치적 낙인을 지우고 민주당 열성 지지층의 마음을 얻어 보겠다는 작전을 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추미애 장관은 친문 열성 지지층의 마음을 얻어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려는 것일까. 이번 주 주간조선 창간 52주년 특집에 따르면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순위는 오세훈 24.6%, 안철수 18.4%, 박주민 10.9%, 박영선 9.6%, 추미애 6.5%로 나왔다. 추 장관은 다섯 번째에 불과한 것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서 “박근혜 적폐몰이가 끝나니 윤석열 토사구팽”이라면서 한마디로 ‘박사윤팽’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쪽에서 본다면 윤석열 총장의 손발을 꽁꽁 묶어 놓는데 성공하고 나면, 다시 말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모두 봉쇄하는데 성공하고 나면, 이제 추미애를 버리는, ‘윤사추팽’을 할지도 모른다. 이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추 장관이기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 알렉산더 대왕의 단칼에 해당하는 질문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어떻게 될까?”이다. 백운규 전 장관은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보고서 초안에는 고발 조치 대상에 올라 있었지만, 감사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빠졌다고 알려졌다. “가동중단 언제 되느냐”고 물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화들짝 놀라서 위법한 조치를 취했다는 백운규 전 장관, 그렇다면 그 지금 이번 감사에서 무사히 빠져나갔다고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릴까. 아니면 언젠가 다시 불려나오게 될 날을 기다리며 불안에 떨고 있을까. 오늘 조선일보 사설 제목이 정곡을 찌른다. “월성 1호 폐쇄의 주역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 왜곡 조작이 탈원전뿐이겠는가.” 언젠가 백운규 전 장관이 국정감사든, 특검이든, 재판정이든, 어느 곳에든 불려나온다면, 백운규는 문 대통령에 대해 어떤 증언을 하게 될 것인가.

조국 전 법무장관에게 언행 불일치라고 비난했던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공수처 설치에 반대했던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어제 민주당을 탈당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우리가 던지는 알렉산더의 단칼 같은 질문은 이렇다. “그는 침몰하는 배에서 뛰어내린 마지막 선원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가 남긴 글 ‘민주당을 떠나며’의 한 대목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다른 무엇보다 편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거기에서부터 우리 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했던 주장은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의 행태가 나타납니다. ‘우리는 항상 옳고, 우리는 항상 이겨야’하기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고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여깁니다.” 자, 금태섭 전 의원은 민주당에 이같은 처방전을 던지고 배에서 뛰어내렸다.

이번에는 알렉산더 대왕의 칼을 ‘라임 사태’에 휘둘러 본다. 라임 사태의 핵심을 꿰뚫는 질문은 무엇일까. 그것은 라임 자산운용사의 몸통인 김봉현이 로비 대상으로 삼았다면서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는 여권 유력인사의 마지막 이름을 공개하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직 인사, 그리고 친문 핵심이라는 현역 의원, 이 두 사람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이 두 사람의 이름을 거론되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턱밑까지 칼끝이 오는 것이고, 친문 세력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옵티머스 사태’를 꿰뚫을 수 있는 알렉산더의 단칼은 무엇일까. 이번 사태에 정통한, 그러니까 지난 30년 가까이 우리나라 사모펀드 관련 업무를 전문으로 해온 한 변호사는 이렇게 밝혔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람은 모두 엑스트라다. 김재현 대표는 사모펀드 업계 쪽에는 처음 들어보는 ‘듣보잡’에 해당한다. 그의 실력으로 2조원이나 되는 돈을 모을 수는 없다. 지금까지 언론에 드러난 사람들은 대부분 엑스트라다. 작게는 수십 억, 많게는 100억 가까이 수당을 받고 지금 어딘가에 가 있을 것이다. ‘옵티머스’라는 큰 건을 설계한 사람은 따로 있다. 그가 누구인가. 바로 김재현 대표와 이헌재·채동욱 고문을 연결시켜준 사람이다. 김재현 대표에게 이헌재 전 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소개시켜준 사람, 이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 열쇠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오늘의 마지막 알렉산더 대왕의 단칼은 이것이다. 지금 정권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다. 복잡해 보이는 매듭을 풀려면 이 간단한 질문을 던지고, 지금 정권의 성격을 규정해주면 된다. 과거에는 문민정부, 참여정부 등등이 있었고, 지금 정권은 스스로 촛불정권이라고 자처한다. 비판적인 지식인들은 “유사 파쇼 정권이 돼가고 있다, 독재정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말도 한다. 지금 정권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 여기에도 알렉산더 대왕의 단칼처럼 단 하나의 대답이 있다. 문재인 정권은 ‘펀드 정권’이라는 것이다. 헌법학을 전공한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최근 한 신문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부동산과 펀드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김광일 논설위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