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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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의 마침표 찍고 반성의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피해자를 상대로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혐의 등을 받는 ‘박사’ 조주빈(25)이 법정에서 눈물을 흘렸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조씨와 공범이 '2000년'의 형을 받아 다시는 이런 일 못 하도록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씨 등 6명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조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조씨는 다수의 구성원으로 조직된 성 착취물 제조, 유포 대화방인 박사방을 직접 만든 수괴로 우리나라 역사상 전무후무한 범죄를 저질러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성 착취물을 브랜드화했다”고 증언하는 등 죄의식 없이 무수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고, 수괴라는 걸 자랑스러워한 조씨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자신의 영상을) 지우고, 신고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며 엄벌에 처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범죄단체 조직‧활동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 4명에게도 징역 10년~15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아직 미성년자인 ‘태평양’ 이모(16)군은 소년범 최고형량인 장기 10년에 단기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어린 나이에도 조씨 역할 대신할 거라며 박사방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에도 피해자들에 대해 전혀 미안함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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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반성문이 형 감량의 근거가 되나”
피해자 측은 “공개된 법정에서 탄원서를 낭독하는 게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할 수 있어 걱정되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재판부에 전달될 수 있을지 염려된다”며 그들의 탄원서 내용을 소개했다. 조씨가 낸 반성문을 읽은 한 피해자는 ‘진지한 반성’이 감형 요소인 점을 비판했고, 공포에 떨던 딸을 바라보던 피해자 부모의 절절한 내용도 담겼다.
■ 변호인이 낭독한 탄원서 일부
“가해자가 주어진 재능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갚아나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헛웃음이 납니다. 반성만으로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무마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주빈과 그 공범이 2000년의 형을 받아 다시는 이런 일 하지 못하도록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아직도 작년 추석을 잊지 못합니다. 온 가족이 즐겁게 보낼 시간에 공포에 떨던 딸아이의 울먹임이 가슴에 맺힙니다.”
“저는 조주빈이 유포시킨 영상을 지우느라 바빠 죽겠는데 대체 뭘 반성한다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상처가 끝이 없는 것처럼 조주빈의 형벌도 끝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장난과 재미, 돈벌이로 피해자를 협박하고 이벤트를 벌이며 노예라고 공포에 몰아넣었습니다. 범행 내내 인간이기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중조차 없었습니다.”
피해자 측 오선희 변호사는 “이들은 모두 조주빈이 한 일이기에 범죄단체가 아니라고,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피고인들에게 법이 정한대로 가장 무거운 벌을 선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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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변호인 “한창 이성 호기심 품을 시기”
박사방 공범들의 변호인들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혐의에 관해서는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씨의 변호인은 ‘사회적 책임’을 거론했다. 그는 “중대 범죄임은 분명하지만 조씨 역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대한민국 국민 중 한 사람”이라며 “어떤 범죄든 사회적 책임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베’를 예로 들며 “조씨와 피고인들은 한창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품을 시기인데 이성에 대한 증오와 지배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며 “화합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범죄를 예방할 수 있으니 조씨에게는 엄벌이 아닌 저지른 책임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어 달라”고 덧붙였다.
‘태평양’ 이군의 변호인 역시 비슷한 취지의 변론을 이어갔다. 컴퓨터를 잘하던 이군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올바른 성 관념을 갖추지 못한 채로 인터넷 콘텐트를 접하게 됐고, 박사방이라는 ‘쓰레기섬’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어른들도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본다”며 “이군에게는 징역형이 아니라 제대로 된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게 아닐지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자신의 담임교사의 아이를 살해해 달라며 조씨에게 돈을 건넨 사회복무요원 강모(24)씨의 변호인은 정신병력이 있음을 언급하며 “조씨에게 사기를 당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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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의 눈물 “인성 회복해 착실히 살아가겠다”
조씨는 최후변론을 하며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그는 “범행 당시 저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잘못했다. 고통 끼쳐 죄송하다”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면서 “피해 입은 이들의 아픔이 여전하다는 것 알기에 저에게 무기력하게 주저앉을 권리는 없다”며 “언젠가는 피해자분들께 용서받고 진심의 반성을 전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꿈꾸며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다른 공범들도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후회의 말을 쏟아냈다. 그러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강씨만은 “(나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말했다.
■ 박사방 공범 최후변론 일부
‘박사’ 조주빈 “본보기로 거듭날 기회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서 헤쳐갈 것을 약속합니다. 피해자는 잘못 없습니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태평양’ 이모군 “피해자분들과 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다면 그 어떤 힘든 날이 있어도 달게 벌 받겠습니다.”
사회복무요원 강모씨 “저는 못생기다 못해 찐따 맞습니다. 동물 이하의 열등 돌연변이 정신질환 버러지입니다. 혐오와 착취, 탄압당하는 게 당연하게 됐습니다. 기본도 못 해준 나라에서 도저히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사형 선고를 주저하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가 이 나라에서 인간다운 권리를 갖고 있다면 그건 착각입니다. 이 나라는 발달 장애가 죄악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이 나라를 떠나서 다시는 살아서 돌아오지 않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입니다. 제가 법적, 생물학적 한국인이란 게 부끄럽습니다.”
전직 공무원 천모씨 “저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께 속죄합니다. 이상입니다.”
회사원 장모씨 “바쁘고 생계유지에만 매달리다 보니 대수롭지 않은 음란물로 생각했습니다. 대화 이어가는 활동도 단순 유희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습니다. 염치 불구하고 한 번의 기회 주신다면 평생 뉘우치며 살겠습니다.”
회사원 임모씨 “아내와 부모를 생각할 때마다 괴롭습니다. 아내를 범죄자 아내로 만들어 혼자 남겨놨습니다. 내색도 안 하고 저 같은 것도 남편이라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처음 부모님께 죄 고백할 때 어머니는 ‘밥은 챙겨 먹었냐’며 걱정해줬고 아버지는 ‘죗값 치르는 게 맞다. 가족은 내가 챙기겠다’고 하셨습니다. 피해자를 소중하게 여기는 분들도 많을 텐데 이 사건으로 고통스러울 것 생각하면 괴로울 자격도 없습니다.”
검찰은 전날 조씨와 공범 3명을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재판을 병합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들의 구속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들어 일단 재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조씨와 공범들에 대한 선고는 11월 26일에 이뤄진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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