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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견제와 협력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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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빅테크, 팽팽한 긴장 속 고객 감안해야 [비즈니스워치] 이돈섭 기자 dslee@bizwatch.co.kr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19일 발행한 '2021년 금융산업 전망' 리포트에서 "(금융회사는) 혁신서비스 개발을 통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소는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로 혁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객 접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어서 "동일기능과 동일규제 원칙이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며 규제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는데요.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은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은행법이나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이 명시하는 여러가지 규제에서 자유로운 현실을 지적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 15일 토론회 단면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날 이형주 카카오뱅크 CBO(최고비즈니스책임자)는 "기술발전으로 금융상품 판매 고객 접점 기능이 은행이 아니어도 되는 분위기가 됐다"며 "은행이 망하진 않겠지만 B2B(기업 간 기업) 상품 공급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말을 들은 한동환 KB은행 부행장은 "19세기 말 철도가 등장했을 때 국가가 철도를 지배하지 않으면 철도가 국가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운을 뗀 뒤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으로 고객을 행복하게 하기보다는 독점 지위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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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 대부분은 라이선스 사업입니다. '내가 죽든지 네가 죽든지 한번 붙어보자'식 언쟁이 오간다 하더라도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 테크기업이 금융기관의 고객접점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중고교 학생 상당수가 모바일 앱 토스를 은행 앱으로 착각하고 있는 게 사실이고요.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문을 두드리기보다 각종 페이 앱을 찾아 추천을 받기도 합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고객이 알아서 찾아오던 영업 행태는 더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금융회사가 아무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전담부서도 만들고 투자에도 열심이지만 성과가 뚜렷하진 않은 모습입니다. 은행을 그만두고 핀테크 업체에 합류한 인재는 조직문화에 주목했습니다. 공채문화에 기반한 위계질서가 혁신적 아이디어를 막고 있다는 겁니다.

금융지주 계열사에서 일하는 직원의 설명도 들어봤습니다. 그는 "금융업권 안팎의 변화는 인지하고 있지만 금융회사가 IT 기업을 뛰어넘는 역량을 갖추긴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그는 특별한 일 없이 정년을 채우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습니다.

개별 조직은 외부 환경과 고유 역할을 고려해 운영됩니다. 금융회사는 오랜기간 안정과 신뢰를 추구한 결과 지금의 보수적 문화를 구축했습니다. 테크기업 조직문화에 빗대 금융회사 조직문화를 평가할 게 아닙니다. "고친다고 되는 일이었으면 진즉에 했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닙니다.

최근 만난 금융업계 한 임원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은행 입장에선 상품 중개자가 유력 플랫폼 업체로 바뀌는 것 뿐"이라고 하더군요. 플랫폼 업체 비즈니스가 은행 고유 사업 영역을 침범하는 게 아니라면, 새로운 아이디어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습니다.

디지털 채널 다툼은 수익이 오가는 문제이니만큼 주판알은 꼼꼼히 튕겨볼 일입니다. 하지만 서로 영역을 나눠 날선 발언을 뱉기 전에 관계 설정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상대방 영역을 장악할 수 없다면 협력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게 고객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기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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