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이 14일 직원 605명을 정리해고했다. 이로써 이스타항공의 직원은 총 590여명이 된다. 추후 추가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 수는 400여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선·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할 당시 1680여명이던 직원 수에서 30% 수준으로 축소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스타항공 발 항공업계 첫 대규모 구조조정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이스타항공은 14일 직원 605명을 정리해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은 정부에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신청하기로 했고, 대부분의 저비용항공사(LCC)는 다음 달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이스타항공이 직원 605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진행하는 14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사무실이 텅비어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이스타항공, 605명 정리해고 단행
구조조정에 따라 1700명에 달했던 임직원 수는 추가 구조조정을 거쳐 400여명 수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은 향후 코로나19 사태 종식 및 국제선 운항 재개 시점에 구조조정 대상자를 재고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스타항공 측은 재매각을 위해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현재 8곳의 인수의향 업체와 협의를 진행 중이며, 이달 안에 사전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종식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한 데다 종식되더라도 항공 업황이 언제 개선될지 알 수 없다”면서 “재매각 성공 여부 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고용 가능성은 작은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왼쪽부터),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지부장, 변희영 공항항공 고용안전쟁취투쟁본부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철회 및 운항 재개를 촉구하며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노조는 무기한 단식 농성 돌입
회사가 정리해고를 강행하자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측은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이스타항공 소유주인 이상직 의원은 아무런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탈당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윤리감찰 결과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이를 반겼다”라며 “8개월간 314억원의 임금체불, 4대 보험료 횡령, 65억원의 퇴직연금 미납, 그리고 기업 해체 수준의 정리해고가 발생했는데도 국토부와 고용노동부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상파악과 책임자 처벌, 정부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기다리면서 곡기를 끊겠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안전한 수송을 위해 내년까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1872㎡ 규모의 신선 화물 보관시설(Cool Cargo Center)을 추가 확보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대한항공은 특수화물 운송 전문가로 구성된 '코로나19 백신 수송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라며 백신 안전 수송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온도조절이 가능한 특수 컨테이너가 대한항공 화물기에 탑재되고 있는 모습. 사진 대한항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한항공도 기안기금 신청하기로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항공업계 맏형인 대한항공도 이달 중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하기로 했다. 내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면 신청 후 돈이 나오는 기간을 고려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 중으로 기안기금을 신청하기 위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세부 협의를 진행한다. 지원 자금 규모는 1조원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사업을 매각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 상당의 자구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여객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데다, 송현동 부지 매각이 지연되면서 기금을 신청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15일 기안기금 운용심의회 심의를 목표로 지원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2분기 100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스타를 인수하면 받을 예정이었던 약 1700억원을 신청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김포공항 주기장에 저비용항공사(LCC) 소속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생존 몸부림치는 LCC
LCC 업계에선 기안기금 지원 대상인 제주항공의 처지는 그나마 낫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기안기금 지원을 받으려면 근로자 300명 이상,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현재 국적 LCC 중에선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2개 회사만 이 조건을 충족한다.
항공업계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종료되면 다른 LCC도 인력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한다. 항공사는 정부로부터 지난 2~3월부터 휴업 및 휴직 수당의 최대 90%를 지원받아왔다. 당초 지원 기간은 180일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60일간 연장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10월~11월 안에 모두 종료된다.
현재 대부분의 LCC는 필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을 무급휴직으로 돌리면서 고정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11~12월 희망자를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신청받았고,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다음 달부터 무급 휴직을 시행한다. 에어서울은 무급휴직 전환을 검토하고 있으며, 에어부산도 무급휴직 신청을 받았다.
항공업계의 고용불안 우려가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14일 “10월 이후 지원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무급휴직 근로자 지원금을 신청해 공백없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무급 근로자 지원금을 활용하기 위해 이미 모든 무급휴직 계획서를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제출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